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화가. 정신병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며, 권총으로 자살하기 전까지 가난과 광기에 억눌려 비참한 생활을 이어갔다. 창녀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목사인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에 평생을 바쳤지만 죽기 전까지 단 한 점의 그림만 팔았을 뿐이다. 비록 진품은 아닐지라도 어느 집 벽에 하나쯤은 걸릴법한,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소재로 한 작품이 올 겨울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교육자, 전도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지만 빈센트 반 고흐는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7세부터 10년 동안 그림에 몰두했다. 그는 사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들 중 한 명으로 인정 받았지만 그가 살았던 일생에서는 단 한 번도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가 활동했던 10년 동안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드로잉을 포함해 2,000여 점의 작품을 세상에 남겼다. 그의 작품은 빛을 통해 색채를 배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그는 강에 자주 왔어요. 심지어 새벽녘에도. 특별한 빛깔을 잡아야 한다면서요”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됐다.
지난해 11월 9일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2주 연속으로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맞은 의문의 죽음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러빙 빈센트’가 그것이다. 전 세계 107명의 화가들이 10년에 걸쳐 고흐가 그린 마스터피스 130여 점을 스크린에서 완벽하게 재현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컴퓨터그래픽 없이 100% 유화만으로 제작됐으며, 배우들의 촬영 이후 다시 손으로 6만 2,450점을 완성했다. 영화 속 1초를 구현하는데 최대 열흘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다. 

‘러빙 빈센트’는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한 지 1년이 지난 후, 동생 테오가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나간다.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의 탄생 배경에 대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작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칸느 영화제로 불리는 ‘제 41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Annecy International Animated Film Festival)’에서 관객상을 수상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당초 회화와 애니메이션만의 결합을 생각했던 도로타 코비엘라(Dorota Kobiela, 폴란드) 감독은 빈센트 반 고흐에 매료되어 영화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적인 일상을 보여준 그림들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냈으며, 영화 기획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처음에는 단편 영화로 시작했으나 이후에 투자자를 만나면서 장편으로 확대됐다고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107명의 아티스트들을 공모하는데 4,000명이 넘는 응모자가 모인 일화는 유명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화가들은 고흐의 디테일한 작업을 되살리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트레이닝을 받을 정도였다. 

스크린뿐 아니라 공연계도 ‘빈센트 반 고흐’를 소재로 한 작품이 눈에 띈다. 특히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창작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김규종 연출)가 그렇다. 이 공연은 짧지만 강렬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다양한 명작들을 ‘3D 프로젝션 맵핑’(하나의 대상물에 입체적인 영상 콘텐츠를 투시함으로써 마치 살아있는 시각적 효과를 주는 기법)이라는 영상 기술을 통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고흐가 죽기 전 동생과 주고받았던 700여 통의 편지를 방타으로 풀어나가는 이 뮤지컬은 두 형제의 뜨거운 우애와 중극장 블랙을 가득 메우는 화려한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 압도당한다. 2017년 11월 14일 인터파크를 통한 두 번째 티켓 오픈에서 12월 12일부터 2018년 1월 7일까지의 객석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공연이 오픈된 11월 2주차 인터파크 창작뮤지컬 예매에서 상위권에 노출될 만큼 많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다시 봐도 좋은 뮤지컬”, “영상이 진짜 최고입니다”, “너무나도 기다렸던 공연” 등 영상, 음악, 무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다. 최근 일본과 중국 진출에 연이어 성공하고 12월부터는 중국 재공연을 진행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단독 콘서트에서 3분 만에 표를 매진 시켰던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서정적인 음악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고흐가 자살한 이후, 그의 동생인 테오 반 고흐가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면서 생전 고흐의 인생과 시기별 작품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특징은 무대 배경이다. 영상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배경은 전부 흰색으로 처리했다. 여기에는 그림의 액자 역할을 하는 나무틀과 고흐의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침대, 옷장 등도 설치되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영상은 액자 틀 안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작품 하나가 무대 배경 전체에 걸치기도 한다. 이는 단지 무대에 국한되지 않으며, 바닥과 벽면을 통틀어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런 기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작품 속에 빠져있다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완벽한 무대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연출되는 영상기법은 작품 속에 별이 커졌다가 작아지고 반짝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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