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가 넘어야 할 장벽은 아직 높다.
전기자동차의 충전 및 주행거리 문제는 수소전기차로 해결 가능

과거 인류에게 있어서 빨리 달리는 것은 곧 생존을 의미했다. 수렵과 채취가 일상이었던 시대, 맹수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남 보다 빨리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고, 부지런히 빠르게 움직이면 하루 양식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종(種)이 자연 선택적으로 살아남아 진화했다는 것이 하나의 학설이다. 

 

시대가 흘러 농경사회에서 인류의 이동수단은 비단 발(足)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말, 당나귀 등 동물을 이용해 인류는 이전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었으며, 바퀴의 등장은 수레, 마차, 인력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의 등장과 함께 많은 발명품을 파생시켰다.

 

18세기, 증기기관에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의 이동수단에 있어서도 본격적인 발전과 변화를 야기했다. 1829년에 개발된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 1781~1848)의 증기기관차는 당시에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던 말(최대 시속 18km) 보다 약 3배 빠른 속도로 말을 추월했다. 증기발전은 수레에도 적용됐으니, 이는 곧 자동차의 탄생을 의미했다. 

 

1885년, 칼 벤츠(Karl Friedrich Benz, 1844~1929)가 4행정 내연기관과 삼륜차가 결합된 자동차를 상업화시키며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인류의 주된 이동수단이었던 말과 당나귀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초, 헨리 포드에 의해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니 대량생산에서 비롯된 자동차의 대중화였다.

 

당시 자동차는 높은 가격으로 서민들에겐 사치품과 다를 바 없었으나,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일괄생산방식의 도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가격은 기존의 3분의 1로 절감됐다. 헨리 포드의 생산혁신으로 자동차는 대중적인 이동수단으로 도약했고 지금은 42개의 크고 작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간 약 1억 대를 생산하고, 전 세계에 약 12억 대의 자동차가 보급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참가해 미래형 SUV NEXO의 차명과 제원, 주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현대차그룹-오로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자료: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참가해 미래형 SUV NEXO의 차명과 제원, 주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현대차그룹-오로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자료: 현대자동차)

에너지원의 다양화와 친환경 정책

과거의 역동적인 자동차 발전사처럼 현재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또한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 에너지원의 다양화는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의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5년 12월, 화석 연료 사용의 급격한 증가로 발생한 지구온난화, 이상기후에 범세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95개국 대표가 모여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선 자동차 연비 규제 강화 , 이산화탄소 발생량 규제, 친환경차 보급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 정책 하에서는 기존의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를 사용하며 연소과정에서 연료에 포함된 탄소(C)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2)를 만든다. 이렇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제한하고 있기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만 하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으로 1km 주행하는 경우 약 140g 내외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2020년부터 승용차 기준 평균적으로 1km 당 약 110g 이하로 제한하고, 유럽연합은 95g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또한 2020년부터 1km 주행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97g 이하로 규제할 방침이다. 따라서 차량 운전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했을 때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0인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 이하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자동차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친환경차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은 친환경차 개발에 전념하고, 신속한 라인업 구축을 통해 시장 점유 및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가 넘어야 할 장벽은 아직 높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최대의 약점이다.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을 증대시키면 되지만, 이 또한 가격 상승과 연관되어 있어서 쉽지 않다. 또한 충전 시간도 문제가 된다. 야간에 긴 시간동안 서서히 충전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주행 중에 전기 용량이 부족해 충전하는 경우에는 급속 충전을 해도 현재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것보다 수배 또는 수십배의 시간이 소요된다. 급속 충전은 배터리의 폭발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무한정 충전 속도를 높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용량이 매우 적은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생각해 볼 때 충전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가 경험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배터리도 동일한 특성을 보인다. 가령 소형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 완충시간은 완속충전 시 4시간 정도, 급속충전 시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주행거리는 약 200km로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 짧다. 하절기에 에어컨을 켠다든지, 동절기에 난방을 하는 경우 주행거리가 더욱 짧아지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영국의 벤츠월드에 전시된 칼 벤츠가 디자인한 연소 엔진이 장착된 벤츠 파텐트 모터바겐(Benz Patent Motorwagen)
영국의 벤츠월드에 전시된 칼 벤츠가 디자인한 연소 엔진이 장착된 벤츠 파텐트 모터바겐(Benz Patent Motorwagen)

 

전기자동차의 충전 및 주행거리 문제는 수소전기차로 해결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며 공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반응을 시킴으로써 전기를 차량 내에서 만들고 이를 이용해 구동모터를 작동시키는 차량이다. 배출되는 물질은 순수한 물 밖에 없고 차량에서의 이산화탄소 발생은 없기 때문에 친환경 차량으로 취급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연비, 가속성능, 최고속도, 주행거리 등에서 지금의 차량에 전혀 비해 손색이 없다. 가령, 차세대 수소전기차 모델로 주목받는 현대자동차의 NEXO는 95kW급 연료전지 장착과 수소 이용률 향상으로 인해 5분 이내 충전으로 600km를 주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일반 내연기관과 맞먹는 ‘10년, 16만 km’의 내구성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차량가격이 비싸고, 국내에서는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설치하고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주행거리가 길고 고출력이 필요한 상용차 모델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회사가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수소전기차를 선정한 예는 눈여겨 볼만하다. 전기자동차에 접목시키는 것도 가능하나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액추에이터, 프로세서 등을 구동시키는데 많은 전기가 소모되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추가적으로 감소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수많은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며 진화했던 자동차 발전사처럼 친환경차 보급이 안고 있는 문제들 또한 극복될 것이고, 그 가운데 전기자동차, 수소전기차의 등장과 성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친환경 트렌드를 간파해 기회를 포착한 기업들이 속속 탄생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자동차 자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범위는 완성차 및 차량 부품 제조, 판매, 서비스(A/S)까지였다. 하지만 현대의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정보통신-자동차 산업간 융합이 가능해지며,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을 넘어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비스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되는 변화 속에서 자동차의 변신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유니콘 기업인 우버(Uber)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버는 스마트폰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 네트워크 업체다. 기존에는 회사에 고용된 택시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더니, 택시를 넘어 일반 차량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바야흐로 자동차는 개인 소유물 개념에서 많은 이들이 필요에 따라 공유하는 공유물 개념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스마트 카(Smart Car) 또한 흥미롭다. 본래 자동차와 정보통신 기술이 연결된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의미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이슈인 지금은 폭넓게 자율주행 즉, 무인자동차까지도 포괄한다. 낯선 장소를 찾아갈 때 사람들에게 길을 묻던 과거와 달리,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당연한 현실도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만약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자동 주차 기능은 이미 현실화되어 양산하는 단계이며, 머지않아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일반도로의 주행 및 운전자가 없어도 지능적으로 주행) 기능이 탑재된 차량도 일반 대중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이동수단 즉, 모빌리티(Mobility)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자동차, 차량과 사용자를 더 편리하게 이어주는 공유 시스템, 사람뿐 아닌 자동차 서로를 잇는 차량 간 데이터 연결 등 새로운 개념들이 도입되고 있는 이때에, 자동차가 인류의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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