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자동차, 업무 등 전방위 적용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CES 행사는 다양한 업체들이 혁신적인 콘셉트 제품과 상용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한 해의 ICT 산업 트렌드를 전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번 CES 2018은 큰 틀에서 본다면 최근 1~2년 전의 CES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연결성(Connectivity)을 갖춘 가전기기의 범위가 더욱 확대됐으며, 지난 CES 2017에서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알렉사’가 주목받은 것처럼 올해에도 AI 개인비서가 화두였다. 자동차 업체들도 새로운 콘셉트 카와 한층 더 발전된 자율주행 기술들을 선보였다. 참여 업체의 1/3이 중국 업체들이었던 것처럼 ‘차이나 파워’ 역시 여전했다.

기존의 CES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이번 CES 2018이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AI)과 같은 혁신적인 요소들이 기술적 가능성과 활용범위를 모색하는 것을 넘어 실제 제품에 구현됨으로써 공상과학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상황이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미국 모엔(Moen)은 알렉사를 탑재해 음성으로 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샤워기 U by Moen을 출시했다. (자료: 모엔)
미국 모엔(Moen)은 알렉사를 탑재해 음성으로 물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샤워기 U by Moen을 출시했다. (자료: 모엔)

가전기기, 연결성은 기본! 이제는 AI 접목이 필수

아마존의 에코나 구글의 구글홈, 국내 업체들의 ‘누구’, ‘기가지니’, ‘웨이브’와 같은 스마트 스피커는 올 한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단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보급률이 16%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구글과 아마존의 AI 개인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를 선보였으며 중국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경우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적용한 스피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제 AI 개인비서는 스피커를 넘어 보다 많은 기기들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스마트 TV는 물론 냉장고와 주방기기, 조명과 전기 플러그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범주에 걸쳐 AI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이 출품된 것이다. 이는 가정 내에서 또는 스마트폰이나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를 통해 외부에서 여러 스마트홈의 작동 상황을 쉽게 모니터링 하고 원격 조작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즉, 가전기기들이 연결성을 넘어 AI 개인비서를 통해 서로 연동됨으로써 오랜 기간 관련 업체들이 추진해온 스마트홈 환경이 갖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과 가전기기들을 선보이면서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여주었지만 AI 플랫폼 경쟁에서는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빅스비’를 모든 가전제품에 적용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단말 및 서비스 생태계 구성 측면에서 구글과 아마존에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LG전자는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병행함과 동시에 구글-아마존의 AI 개인비서를 도입하는 모습이다.

가정용 로봇 역시 사람과 사물을 피해 이동하는 자율주행과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가정용 로봇은 이동성을 갖춘 스마트 스피커로 볼 수 있는데, 자연어를 통해 주인과 소통하고 여러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LG전자와 일본 혼다 등은 가정을 벗어나 매장이나 공항 등의 공공장소에서 고객접대용으로 활용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어 근무자의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로봇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파나소닉은 자율주행 레벨 5 수준에 적용될 4가지의 차세대 캐빈(Cabin) 공간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그 중 리빙룸(Living Room) 스타일에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기술이 적용됐다. (자료: 파나소닉)
파나소닉은 자율주행 레벨 5 수준에 적용될 4가지의 차세대 캐빈(Cabin) 공간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그 중 리빙룸(Living Room) 스타일에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기술이 적용됐다. (자료: 파나소닉)

자동차에서도 AI 업체들 ‘모빌리티 서비스’ 선언

지난해의 CES에서와 마찬가지로 올해 행사에서도 많은 자동차 메이커와 부품업체들이 보다 개선된 자율주행 및 전기차 기술과 콘셉트 모델들을 공개했으며, 보다 빠른 상용화를 위한 합종연횡이 발표됐다.

자동차 영역에서도 AI 기술이 주요 화두로 부상했는데, 아마존과 도요타와의 AI 기술협력이 발표됐고,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안드로이드 오토와 관련된 여러 업체와의 협력 사실을 공개했다. 벤츠는 자체 개발한 AI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으며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사운드하운드와 협력해 음성인식 기반의 AI 개인비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 인수한 하만카돈과 협력해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플랫폼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편, 자동차 업체들은 이제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완성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이 같은 차량을 실제 고객들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도요타는 일반적인 이동의 역할뿐 아니라 이동형 병원, 상점, 숙박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 ‘e-팔레트(e-Palette)’ 콘셉트를 공개하고, ‘모빌리티(Mobility) 서비스 업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해 CES에서부터 이미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조하기 시작한 포드 역시 도미노 피자 등과 자율주행차 기반의 배달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즉,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의 활용방안, 그리고 타 교통수단 등과의 연계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교통 인프라를 만들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모든 측면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관련 업체들은 이를 통해 비단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스마트 시티’를 위한 핵심 인프라 업체로서의 입지를 노리고 있다.

도요타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e-팔레트(e-Palette)라는 완전자율주행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자료: 도요타)
도요타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e-팔레트(e-Palette)라는 완전자율주행 콘셉트 카를 선보였다. (자료: 도요타)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보여준 CES 2018

이번 CES 2018은 빅데이터, AI 기술의 발전과 첨단 ICT 기술의 융합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이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AI와 IoT, 새로운 운송수단, 3D 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기술과 기기들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 상품으로서 출시를 앞두기 시작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각 업체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AI와 IoT 기술들을 직접 개발할 수도 있지만, 개방성을 강조하고 있는 주요 플랫폼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품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본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CES 2018이 관련 업계에 주는 핵심적인 시사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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