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방위 바이오 지원으로 경쟁력 확보 추진

(자료: 애플, 애플워치 3)
(자료: 애플, 애플워치 3)

최근 바이오테크(BioTech)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월 초, 미국 혈액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팩트 바이오메디슨즈가 1조 원이 넘는 몸값으로 BT 대기업인 셀진(Celgene)에 인수됐고, 2017년 11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인사이트(Incyte)와 함께 폐암 치료 면역병용요법 치료제 개발에 합의한 소식이 들려 왔다.

연간 3조 달러의 헬스케어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애플(Apple),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등 기술 기반의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환자, 의사, 보험회사 그리고 의료 연구자를 위한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거나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을 재창조하려 하고 있다. 2017년 12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는 CB인사이츠(CB Insiughts)의 발표를 인용해 미국 상위 10대 테크 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한 금액이 2012년 2억 7,700만 달러에서 2017년 11월 기준으로 270억 달러로 100배 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경우, 애플워치의 센서를 이용해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나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기술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의 연구소와 원격 의료 전문 스타트업인 아메리칸 웰(American Well)과 함께 애플워치 3의 심장박동 센서 기능을 강화해 부정맥 등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임상을 진행했다. 애플워치에 내장된 심박센서는 사용자의 심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 주치의, 병원 등에 즉시 통보하게 된다. 또한 애플은 수면 추적 기술을 보유한 베딧(Beddit)을 인수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1942’라는 비밀연구개발팀을 통해 전자건강기록(HER), 원격의료(Telemedicine)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알렉사 기반의 하드웨어에 헬스케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의료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한편, 액체생체검사 분야의 스타트업인 그레일(Grail)에 5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구글은 스탠퍼드대 연구진과 함께 의사와 환자 간 대화를 듣고 이를 기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음성인식 기술을 토대로 의료진이 현장에서 스스로 기록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삼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특정한 건강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한 스타트업인 세노시스 헬스(Senosis Health)를 인수했다. 세노시스에서 개발한 앱인 ‘HemaApp’은 폐 기능에 대한 분석, 헤모글로빈 개수 등 건강 상황을 체크하는 정보를 수집한 후, 필요 시 사용자, 의료기관 등에 연락을 취해준다. 또한 알파벳의 생명과학 분야 자회사인 베릴리(Verily)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툴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베릴리는 2017년 심박수, 보행, 피부온도 등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센서를 장착한 베릴리 스터디 워치를 선보였는데, 이 스마트워치는 스탠퍼드 의과대학과 듀크대학교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베이스라인(Project Baseline)’이라 불리는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베이스라인은 미국인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4년간 피검사, 스캔 등을 통해 참여자의 종합의료정보를 구축하게 된다.

IBM도 헬스케어 분야에 4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다양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한편, 약 7,500여 개의 병원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7년 초,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헬스케어 넥스트(Healthcare NExT)를 창안했다. 헬스케어 넥스트는 의사, 의료 종사자 등의 데이터 입력 작업을 줄이고 환자를 효율적으로 분류해 외래 환자 진료를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다.

베릴리의 스터디 워치에는 심혈관 질환, 운동 장애 등의 연구를 위해 심전도, 심박수, 전기 피부 활동 및 관성 등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출처: 베릴리)
베릴리의 스터디 워치에는 심혈관 질환, 운동 장애 등의 연구를 위해 심전도, 심박수, 전기 피부 활동 및 관성 등의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출처: 베릴리)

휴미라, 바이오의약품 매출 1위 전망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급성장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제약업계에서는 2018년에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할 기업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제약산업 분석 전문기업인 이벨류에이트파마 밴티지(EvaluatePharma Vantage)에서 발표한 ‘EP Vantage 2018 Preview’ 보고서에 따르면, 애브비(Abbvie)의 TNF-α(종양괴사인자 α) 억제제인 휴미라(Humira, 아달리무맙)가 전 세계 매출 1위의 블록버스터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휴미라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경쟁이 가장 치열한 항체약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건선 등 14개의 적응증 등에 처방되고 있다. 휴미라를 개발한 애브비는 이 단일 의약품만으로 2016년에 160억 7,800만 달러의 매출(애브비 전체 매출 중 6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제약사에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는데, 암젠의 암제비타, 삼성바이오에스피의 임랄디,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후지필름 쿄와기린바이오로직스, 화이자, LG화학, 바이오씨앤씨 등에서도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휴미라는 2018년 예상 매출액 202억 달러를, 2위는 셀진(Celgene)의 레블리미드(Revilimid)가 매출액 92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암젠(Amgen)/화이자(Pfizer)의 엔브렐(Enbrel) 73억 달러, 리제네론(Regeneron)/바이에르(Bayer)의 일리아(Eylea) 65억 달러, 로슈(Roche)의 아바스틴(Avastin)과 리툭산(Rituxan) 그리고 허셉틴(Herceptin)이 각각 64억 달러, 존슨앤존슨(J&J)의 레미케이드(Remicade) 63억 달러, 머크(Merk & Co)의 키트루다(Kitruda)와 존슨앤존슨/바이에르의 자렐토(Xarelto)가 각각 6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스타트업들의 약진도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11월, 모더나(Moderna)라는 스타트업은 60대의 한 여성을 위한 암 백신(mRNA-4157)을 개발했는데, 이 백신이 효과를 거둘 경우 최초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될 전망이다. 모더나는 이 여성의 암조직을 떼어낸 후 염색체 및 DNA 검사를 통해 그에 맞는 백신을 개발했다. 모더나는 이미 제약회사,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19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모더나는 개인의 게놈 해독 비용이 2000년대 초 100만 달러에서 최근 2,000달러 정도로 크게 하락한 점을 주목했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암에 취약한 부분을 예측하고 암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년 애보트에서 분사해 설립된 애브비는 비영리재단인 애브비 재단을 통해 전 세계 불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STEM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애브비)
2013년 애보트에서 분사해 설립된 애브비는 비영리재단인 애브비 재단을 통해 전 세계 불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STEM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애브비)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창업 2배 증가

국내 제약 및 바이오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도입과 중소·벤처기업의 수와 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IBM의 왓슨 포 온콜리지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트렌드를 찾고 계획 및 설계, 수행관리, 결과분석 등 임상연구 결과 도출 기간을 축소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특히 종근당과 MSD는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 영업 현장에 VR 기술을 적용한 ‘자누비아 VR 디테일’을 도입, 의료진에게 다양한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제공하고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국가생명공학 정책연구센터가 2017년 12월 발표한 ‘2016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 기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국내 바이오 분야의 중소·벤처 신규 창업 기업수가 역대 최대치인 443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의 202개에 비해 약 2.2배 증가한 수치로, 제1 바이오벤처 붐이라 불리었던 2000년의 300여 개보다도 50% 가까이 증가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2016년 창업기업 중 의약품 분야가 44.2%(196개)로 가장 많고, 이어 화학 17.2%(76개), 식품과 지원 서비스, 진단 분야 각각 7.7%(34개)를 기록했다. 이 밖에 에너지 5.9%(26개), 농업 4.3%(19개), 환경 2.9%(13개) 등이었다. 이에 전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중 의약품(329개)과 진단(213개)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1,665개 중 542개)이 가장 컸다.

창업 과정 측면에서는 기업에서 근무하다 창업한 경우가 557개, 대학에서 근무 후 창업한 경우가 161개, 바이오 중소·벤처 기업에서 근무 후 창업한 경우가 103개로 조사됐다. 이 밖에 연구소 근무 후 창업은 61개, 병원 근무 후 창업 38개였으며, 청년 창업의 경우는 41개로 나타났다. 

바이오 중소·벤처 기업의 연도별 매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14년 대비 2015년 매출액은 17.4% 증가한 10조 1,727억 원으로 기록됐다.

일례로 2012년에 설립된 지카바이러스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한 젠바디는 2016년 85억 원, 2017년 62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2017년 브라질 국영 제약사와 계약을 맺고 3,000만 달러 규모의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의 핵심 원료를 공급하기로 한데 이어, 최근에는 뎅기·치쿤구냐·황열 신속 진단 제품의 핵심 원료까지 확장해 5,700만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젠바디의 지카바이러스 신속 진단키트는 4시간이 걸리던 기존의 검사시간을 약 20여 분으로 줄였으며, 현장에서는 소량의 혈액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18년 1월 초,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기술 선점과 시장 선도를 위해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를 발표했다. 해당 사업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3,490억 원 규모로 진행된다. 과기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현재 한국의 세계 바이오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한데, 이를 5%까지 끌어올리고 신규 일자리도 12만 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신약개발 분야(594억 원)에서는 신개념 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등 32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며, 약 1조 원의 비용과 10여 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분야(253억 원)에서는 모바일 융복합 진단기기, 생체삽입 심장 모니터링 기기 등 43개 유망 의료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인공지능-바이오-로봇 의료융합기술 신규 지원(19억 원)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로봇 운동 재활치료 기기 등의 개발도 추진한다.

특히 바이오경제 혁신전략 2025에는 혁신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 창출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신약, 의료기기 등 15개의 유망 바이오 벤처를 대상으로 연구소에 창업공간을 제공해 공공연구시설 및 컨설팅을 지원(45억 원)한다. 또한 ‘연구자 기술투자 + 금융가 자본·경영 노하우 투자’ 형태의 합작 창업 촉진을 위해 11개의 바이오 특수목적법인(SPC)을 지원(73억 원)한다. 그리고 병원 중심의 바이오 연구·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6개 벤처기업이 병원에 입주해 현장 아이디어 기반의 신개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료기관 내 벤처입주사업’(81억 원)도 추진하며, 병원의 젊은 의사들에게 환자 진료 시간을 줄이고 연구 기회를 제공해 연구자 또는 창업가로의 새로운 경력 경로를 제시하는 ‘의사과학자 연구역량 강화사업’(56억 원) 등을 지원한다.

과기부가 바이오 벤처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한 이유는 최근 벤처투자의 흐름이 ICT 서비스에서 바이오 분야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과기부에 따르면, 2016년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 규모에서 ICT 서비스가 4,062억 원인 반면, 바이오·의료는 4,686억 원으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가 TF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규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미국의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2012), 유럽연합(EU)의 유럽 바이오경제(2012), 독일의 바이오경제2030(2010), 영국의 국가생명과학 전략 2015~2020(2015)보다 늦게 시행될 국가 차원의 바이오경제 혁신전략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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