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가치, 선한 영향력은 시대적 흐름

2017년 6월에 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한 자금조달 금액 총액이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조달 금액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아직 ICO가 무슨 뜻인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현실세계, 특히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벤처캐피털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모였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명 ‘듣보잡’이었던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용어가 어느새 우리 삶에서 익숙한 단어가 됐고 각국 정부에서는 규제 대책을 내놓으며 떠들썩하다. TV에서는 유명한 논객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 특히 컴퓨터와 별로 친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할 뿐이다. 

임상 17년차 한의사인 필자는 단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변해가는 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서울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을 공부하는 CEO를 위한 ‘최신화과정’을 다니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의사는 2000년 전부터 내려온 책을 지금도 탐독하고 현실에 적용하고 있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이고 현실적응이 늦을 수도 있는 집단의 일원이다. 그런 한의사가 최신화과정을 통해 깨달은 것은 바로 이 비트코인을 둘러싼 현상과 ICO 이슈가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이나 유행이 아닌, 인류의 큰 시대적인 흐름이며, 마땅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혁명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보게 된 근거에는 우선 한의학적인 기능관으로 보는 세계관이 있다. 한의학은 기질보다 기능을 더 진단하고 다루며, 보이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대한 체계(경락 시스템)가 아주 구체적으로 학문에 존재한다.

그러나 기능과 구조는 다른 것이 아니며, 그 둘은 짝을 이루며 기능이 쌓여서 구조가 되는 ‘기적즉형(氣積則形)’이라는 기초이론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에 생기는 종양은 먼저 그 조직을 흐르는 기운(경락 에너지 +감정, 기억)이 순환이 하지 않고 뭉치고 고여 있으면서 공간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그 주변 조직이 뭉치면서 덩어리가 된다. 그 조직에 혈이 많으면 혈종, 체액이 많으면 수종, 근육조직이면 근종, 섬유조직이면 섬유종, 지방조직이면 지방종이 되는 것이다.

이는 기적즉형의 신체에 나타난 병리적인 현상이다. 사랑의 에너지가 쌓이면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이나 말이 나오는 것이고, 사랑 에너지의 풍성한 열매는 생명을 살리는 행동이 된다. 미움의 에너지가 쌓이면 미움을 표현하는 행동이나 말이 나오는 것인데, 미움 에너지의 꽉 찬 열매는 살인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한의학적인 세계관에서는 기능과 구조가 하나이기 때문에 구조를 보고 그 기능을 파악하고, 기능을 생각해 구조를 만들게 된다. 

블록체인 누적 투자 규모 (자료: Coindesk)
블록체인 누적 투자 규모 (자료: Coindesk)

비트코인의 형(形)과 기능(氣)

우선 비트코인의 시스템, 즉 그 형(形)을 보면, 그것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의 화폐관 및 세계관, 즉 그의 마음과 그 기능(氣)을 알게 된다. 

•  그는 정부나 제3자의 개입을 차단했다(탈정부).

•  암호화 기반으로 거짓이나 사기를 차단했다(정직성).

•  채굴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보상을 했다(분배정의).

•  구조적으로 독점을 차단하고 독점의 횡포가 없게 만들었다(평등성).

•  비트코인 총량을 2,100BTC로 정했다(가상의 금같이 가치보존성, 인플레이션예방). 

사토시 나카모토는 암호화 화폐를 통해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이상세계를 구현하고 표현했다. 그는 정부의 개입 없이 또한 정부의 화폐발행이 아닌 개인의 화폐 생성과 발행을 구조화했고, 개인 간의 거래를 오픈하고 서로가 기록을 보유해 정직하고 투명한 구조로 만들었다.

또한 개인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하고, 선한 다수의 개인이 소수 독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는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 시스템이지만 그가 구현한 것은 정치 시스템이다. 비록 첫 시작은 사토시 나카모토였지만, 그가 아니더라도 제 2의 사토시 나카모토가 인류사에 분명히 등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천인지의 기능을 보는 관점
천인지의 기능을 보는 관점

그렇다면 왜 이것이 시대적 흐름일까? 

블록체인, 비트코인의 등장이 시대적 흐름인 이유는 인류의 사상과 정신의 흐름이 천(天)의 시대에서 인(人)의 시대를 거쳐, 이제 지(地)의 시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는 ‘평등’이라는 가치가 더욱 확장되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다시, 한의학에서 또 하나의 수학의 공리 같은 이론인 천인지 기능이론을 살펴보자. 가장 근본적인 에너지를 일원(一元)이라고 했을 때 이 하나의 에너지는 천인지(天人地) 셋으로 나뉜다. 이 셋은 다시 하나인 일원(一元)으로 통합이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의 창제원리도 바로 천인지 이론이다. 천인지는 기능을 보는 관점이다. 기능은 셋으로 나뉜다. 천의 에너지, 인의 에너지, 지의 에너지가 그것인데, 이는 아래의 표와 같다. 

인류는 과거 ‘신(神)’의 존재를 너무도 당연시했던 시대를 살아왔다. 물론 그 신이 어떤 신이냐는 지역과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달랐지만, 신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Socrates, BC 470~BC 399) 조차도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명으로 독당근을 먹었고,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예수도 신성모독으로 십자가 처형을 받았다.

그 시대가 바로 ‘천(天)’의 시대다. 이후 점점 사람이 가장 우선시되고 중시되는, 사람의 감정과 합리성, 이성이 가장 존중이 되는 인본주의가 도래했다. 바로 ‘인(人)’의 시대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에게 물질의 잉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地)’의 시대가 열렸다.

인류의 철학사들을 모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독서를 통해 깨달은 것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이전에는 서양철학사에서 ‘경제’만을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전에는 대부분 정치를 다루면서 경제부분은 아주 소소하게 부가적으로 다루고 기록했다. 그러다 인류에게 경험해보지 못했던 물질의 풍요가 도래하면서 ‘잉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고 부의 분배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렇게 인류사에서 자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

어떤 시대의 급진적인 변화를 목도하게 될 때, 그 변화를 기록한 책에서 또한 통찰을 얻게 됐다. 바로 프랑스에서 왕정과 귀족정의 시대를 살다가 1830년 혁명으로 공화정 체제로 살게 된 판사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이 미국을 유람한 후 출간한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이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왕정, 귀족정, 공화정, 민주정치를 모두 다 경험한 후 민주주의의 도래에 대해 그의 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전 세계의 문제에 있어서 보편적이고 저항할 수 없는 지배적인 힘으로서의 민주주의가 현재 도래하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생각에 끊임없이 사로잡혀 이 책은 15년 전에 쓰여졌다...(중략)... 평등원칙의 점진적인 전개는 섭리적인 사실이다.” 

“점차 계급의 차별은 사라지고 있다. 또한 한때 인류를 갈라놓았던 장벽들은 무너지고 있다. 재산은 나뉘고 있으며 권력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나눠 가지고 있다. 지성의 빛이 퍼지고 모든 계급의 능력이 평등을 향해 움직여가고 있다. 사회는 민주주의적으로 되고 있으며 민주주의 국가는 제도와 습관 속으로 서서히 그리고 평화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 알렉시스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저자 서문 중 -

천의 에너지의 특징은 기능중심이면서 조직의 상하관계, 즉 왕-귀족-평민 구조를 지니게 되고, 지 에너지의 특징은 물질중심이면서 조직의 좌우관계, 즉 모두 평등한 구조를 지니게 된다. 

인류사를 통해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19세기 초에 목격한 것도 세상이 급진적으로 평등이라는 가치가 보편화되면서 계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상하관계의 계층구조가 무너지고 있고 평등이 보편화되는 것을 보았다.

사실 이 책에서 정말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이 세상에 짝퉁과 이미테이션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사상과 물질의 잉여에서 비롯되어 예측이 되는 현상이라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왕이나 누리던 삶의 질을 현대에는 일반인들이 향유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조선시대의 왕이나 귀족이 먹을 수 있었던 경옥고를 현대에는 아주 착한 가격에 모두가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인삼을 갈아야 하고 생지황 즙을 내야하고, 3일간 밤새 중탕으로 불을 보고 고아야 하는 귀한 약을 요즘은 편하게 즙을 내고 중탕기에 다릴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약재가격도 싸졌다. 

 

탈정부, 탈독점 확산의 흐름

탈정부, 탈독점, 그리고 평등의 시대적 확산 흐름은 인류에게 민주화혁명이나 산업혁명이 도래한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를 이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행보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정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사업과 우주선 제조를 일반기업의 영역으로 전환시켰고, 화력과 원자력 중심이었던 에너지 공급의 판도를 바꿔 생산과 공급을 개인이 할 수 있는 태양열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패러다임을 중동 산유국이 독점하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개인이 집에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기충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정부나 독점적 지위의 기업 등에서 벗어나 개인에게 기능과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비록 엘론 머스크가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는 그의 행보가 인류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철학의 흐름과 방향에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등장한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제는 돈을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간의 권리와 권한이 더욱더 강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경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경제 논리와 시스템에 따라 정치가 그에 발맞추어 따라가 줘야 하는 ‘지(地)’의 시대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외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시대를 거스르는 생각이자 태도다. 그리고 ICO 역시 개인의 참여와 투자, 권한을 더욱 보장하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맞는 행보다. 

우리는 인류사의 큰 변곡점에 서 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고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어 매일 매일이 바쁘고 시대의 흐름을 쫓느라 숨이 찰 정도다. 가만히 편안하게 깊은 숨을 쉬며 시대와 나를 바라보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상세계를 비트코인을 통해 구현함에 따라 인류는 보다 더 자유롭고 평등하고 정직한 세계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ICO를 통해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었던 훌륭한 예술가나 선한 기업가에게 돈이 따라오는 그런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나라에도 제 2의 사토시 나카모토 같은 인물들이 선한 가치를 구조화해 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끝으로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글귀를 떠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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