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남미는 최근 한류 붐과 더불어 떠오르는 신흥 콘텐츠시장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스페인어 문화권의 중심인 멕시코는 10~30대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어 중남미 한류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4 전문기자가 멕시코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 ‘트릭아이 미술관’의 현지 사업 총괄 담당자를 만나 최근 멕시코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트릭아이 미술관' 멕시코 사업 총괄 담당자, 문미영 (출처: Startup4)
'트릭아이 미술관' 멕시코 사업 총괄 담당자, 문미영 (출처: Startup4)

 

Q. ‘트릭아이 미술관’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미술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기업으로 한국,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전시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그 중 VR/AR 게임 콘텐츠도 있다. 멕시코에는 VR/AR 아케이드 사업 진출을 진행 중이다.

Q. 멕시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해 소개한다면?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 미국 등 북반구 국가와 가장 인접하기 때문에) 위치가 좋고 다른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이 콘텐츠 시장에 투자하기에 적합한 편이다.

또한 중남미 다른 국가들과 같이 기본적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그 때 그 때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편이다. 친구나 가족 중심으로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즐길 거리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지만 주말에 아이들과 갈 데가 없다.) 축구, 영화관, 쇼핑몰 외에 즐길 거리가 없다고 봐도 된다. 한국의 아쿠아리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멕시코시티의 아쿠아리움에 주말 하루에 약 4,000명의 인원이 두 시간씩 대기하며 기다린다.

Q. 쇼핑몰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얼마전 멕시코의 가장 큰 부동산 기업 미팅을 갔을 때, 향후 2년 내 전국적으로 14개 몰을 짓는다고 했는데 모두 규모가 6천 평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몰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번 연도에만 오픈한 몰이 내가 아는 것만 해도 4-5개 된다.

무엇보다 새로 건설되는 쇼핑몰들의 일정 비중 이상을 쇼핑이 아닌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근래에 알게 된 바로는 주말에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많은 어트랙션이 있는 쇼핑몰에 주로 가는 편이다. 몰 안에 영화관이나 오락실 등이 대부분 갖추어져 있다. 치안이 좋은 것도 아니고, 놀 데도 없기 때문에 치안도 좋고 놀 거리가 있는 쇼핑몰에 모인다.

사실 쇼핑몰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추게 된 것은 미국 시장에서 먼저 발생한 현상이라고 들었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살아남기 위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멕시코는 낮은 PC 보급률과 비싼 인터넷 요금, 부족한 물류 체계와 금융에 대한 국민적 불신 때문에 미국과 정 반대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문화가 거의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쇼핑몰들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들여오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멕시코에서 쇼핑몰이 대안적 놀이 공간으로 부상하면서 이용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쇼핑몰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쇼핑몰에는 아케이드 게임장, 트램펄린, 파티 공간, 처키 치즈(Chuck E Cheese) 같은 티켓 게임장도 있으며 몇 안되지만 아이스링크 등 다양한 놀이 문화가 들어서고 있다.

Q. 놀이 공간을 이용하는데 지불하는 평균 비용은?

사실 소득 수준 대비해 놀이 공간의 이용 요금이 저렴하지는 않다. 일례로 멕시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키자니아의 경우도 약 2만원 정도 된다. 그러나 4인 가족이 키자니아나 처키치즈(Chuck E Cheese) 같은 몰을 이용하고 식사를 한다고 했을 때 한국 돈으로 약 1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비용을 지불하는 이용자가 상당히 많다. 처키 치즈도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멕시코는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부자들도 많고, 이들 부유층이 가진 부도 상당하다.

Q. 멕시코 시장에서 VR/AR 게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었으나, 우연한 기회에 만난 멕시코 정치인에게서 멕시코 시장에 꼭 우리 기업의 VR/AR 아케이드 게임을 들여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멕시코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장 조사를 수행하면서 미국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쟁이 심하지만 멕시코는 많은 잠재 이용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술했듯이 멕시코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부유층과 중산층이 비중으로는 적은 편이지만 절대적인 숫자로는 상당히 많은 인구이며 그 부의 규모도 상상 이상이다.

본격적인 AR/VR 아케이드 콘텐츠로는 ‘트릭아이 미술관’이 멕시코에서 최초라고 생각한다. 미국 기업보다 빨리 진출하기 위해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빠르게 뛰어들었다. AR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진/영상 방식이고, VR은 헤드셋을 끼고 어트랙션을 이용하는 형태다.

실제로 VR을 가장 빨리 도입한 곳은 남미 최대 영화관 체인인 시네폴리스로 300개 지점 중 3개 지점에 시험적으로 최대 8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좀비 슈팅 게임을 도입했으나 아직 많은 지점에 보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멕시코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우리 기업의 VR/AR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특히 쇼핑몰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시장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좋은 콘텐츠인지, 어떤 콘텐츠를 가져와야 인기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콘텐츠를 완성도 있게, 잘 정리해서 보여주면 굉장히 좋아한다.

Q. 실제로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멕시코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지?

인구도 많고 관광객 수도 많다는 점이 멕시코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중산층과 부유층이 소수라고 하지만 인구 수가 많기 때문에 비중은 적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큰 시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로는 소수이지만 인구 수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라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멕시코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유럽/미국 글로벌 기업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월마트 같은 대기업이 북미/남미 총괄 본부를 멕시코에 세우는 이유가 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남미 어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과 업무 리듬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업무 처리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기업을 하나 설립하기 위한 영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도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일례로 신한은행이 멕시코에 지사를 세우는 데 3년이 걸렸다고 알고 있다.

영업 허가뿐 아니라 건물 용도 허가, 소방 허가를 받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소요된다. 건물에 박물관을 설립하고 싶은데 박물관 허가가 없으면 영업 허가가 나지 않고, 만일 이를 변경하고자 할 시에는 기본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신 인맥이 있으면 이 시간이 상당히 많이 단축될 수 있다. 6개월 이상 걸릴 허가가 전화 한통에 끝나기도 한다. 중국이 이와 비슷한 환경이라고 들었다.

우리 기업은 주요 쇼핑몰 중 하나와 구체적으로 계약 단계에 이르렀다. 기업 대표가 직접 계약을 빠르게 체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아래 직원들의 업무 처리 속도가 따라오지 못한다. 계약서를 보냈으나 두 달 째 처리 중이라는 답변만 받고 있다. 여러 쇼핑몰을 보유한 대형 기업임에도 그렇다.

이는 비효율적인 기업 운영 체계와 소송이 비일비재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부분의 멕시코 기업/개인은 아주 사소한 일로도 소송을 감행하곤 한다. 때문에 계약서가 깨알 같은 글씨로 50장이 넘고,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이곳의 원칙이다.

그래도 이번 대통령이 많은 공무 처리 과정을 전자서명으로 변경해서 좀 나아진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오프라인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 비하면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Q. 스마트폰 기기 수준이 떨어져 AR 보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멕시코 이용자들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

아이폰이 새로 나왔을 때 월급보다 비쌈에도 24개월 할부로 사기도 한다. 쇼핑몰에 들어올 수 있을만한 소비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화웨이도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못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저사양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된다고 보면 된다.

Q. 빈부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계층 간 소비 성향의 차이가 있다면?

일반사원과 디렉터 급 월급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디렉터 급 연봉은 엄청 높은 수준이다. 빈부 격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한, 지역별로도 제품 가격의 차이가 있다. 멕시코의 경우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정가(Retail Price) 자체가 매장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스마트폰일지라도 백화점은 120%, 전자제품 전문 샵은 100%, 일반 샵은 95% 등으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촌에 있는 이용자들은 굳이 빈민가의 일반 샵에서 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이렇듯 멕시코는 상당히 특이하고 어려운 시장이다.

Q. 각 계층마다 성향이 너무 달라 타깃 이용자 층 선정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경제 상황이 너무 차이 나기 때문에 타깃 이용자를 잘 선정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멕시코 시장은 타깃을 어떻게 잡는가에 따라 극과 극의 영업이 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경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중산층을 겨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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