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내에는 별도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있다. 이렇게 비중을 두는 이유는 스마트시티가 4차 산업혁명의 결정체인 동시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빌딩의 설계·건설·사용·운영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있다. 건축설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빌딩 정보 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하 BIM)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화는 건설 산업의 생태계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요소기술들이 집약된 스마트시티의 구축을 실현하는 도구인 BIM에 대해 알아본다. 

카타르 알투마마 스타디움 이미지
카타르 알투마마 스타디움 이미지

BIM의 정의

BIM은 최초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공사, 유지보수 및 빌딩 철거에 이르기까지 건축물 관련 자산의 전 수명주기에 거쳐, 관련 설계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BIM은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진행이 아닌, 엔지니어, 시공사, 건물주, 설계사, 그리고 계약업체 등 모두와 연관된 협력적 관리를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3차원(3D) 가상 건설 환경(일반 데이터 환경)을 통해 이러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관련 정보를 공유함을 의미한다. 

또한 BIM은 3D모델링을 통한 3차원 그래픽 설계와는 전혀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3D모델링을 통해서는 형상정보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BIM은 건물을 구성하는 각 객체별 그래픽적인 형상정보뿐만 아니라 텍스트 위주의 속성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고, 각 정보들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구성 및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건축물 내의 천정공간을 보았을 때, 3D모델링을 통해서는 천정의 배관들 경우, 파란색 원기둥, 녹색 원기둥 등으로만 인식되어 색깔, 원기둥의 길이, 반지름 등 형상정보만 알 뿐이지 색깔별 배관의 의미를 프로그램 자체는 전혀 알 수 없다.

반면 BIM은 BIM 소프트웨어가 배관, 기둥, 보, 슬래브, 벽, 창호, 문 등 각종 건축부재정보를 중심으로 3차원 모델을 구축하면서 해당 부재와 관련된 정보를 추가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재의 재료, 색깔은 물론이고 용도, 설치방법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BIM 활용 건축설계의 장점

BIM을 이용하면, 건설상의 모든 과정에서 가상 시공, 가상 감리, 가상 관리를 할 수 있다. 시공 전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테스트가 사전에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가상 세계에서 세부적인 변수까지 조기에 확인·수정하고 실제 시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서 오류와 사고요인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건물의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를 어떤 형태로 해야 건축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보수 비용도 줄일 수 있는지, 추가로 설치하는 문은 사고 시 대피 시나리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난방비는 얼마나 높일 것인지 등등 기존에는 건물이 완공되어야만 알 수 있었던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BIM에서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해당 건축 프로젝트의 비용효율성, 정확성,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점이 BIM의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BIM은 정교한 '자가 최적화 기능'에 힘입어 빌딩을 스마트하게 만든다. 인간의 몸에 비유하면 우리의 감각기관 곳곳에서 받아들인 신경정보들을 모아 통합, 조정하는 중추신경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BIM을 통한 건설업계의 디지털화는 운영 효율성 개선, 비용절감, 빌딩 가치증대를 한 번에 달성시킨다.

더구나 AR/ VR 기술이 BIM과 결합될 때에는, 가상의 건축물을 체험해가며 관계자들이 의사를 나누고, 설계를 변경하며 변경된 내용을 바로 확인함으로써 기존의 2D와 3D도면을 검토하는 것보다 매우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도면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발주자나 최종시설물 사용자의 참여도를 크게 높여줄 수 있다.

버추얼화된 싱가포르 도심과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출처: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버추얼화된 싱가포르 도심과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출처: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BIM 해외사례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스마트 시티라는 용어에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이 싱가포르 국토청(Singapore Land Authority, SLA), 싱가포르 정보개발청(Infocomm Development Authority of Singapore, IDA)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점진적 개발을 통해 2018년 최종 완성을 앞두고 있다. 

버추얼 싱가포르는 ‘디지털 쌍둥이(digital twin)’라고도 불린다. 실제 도시와 가상화된 도시가 마치 쌍둥이처럼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별칭이다. 디지털 쌍둥이라는 별칭처럼 사람들은 버추얼 싱가포르를 통해 도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포착하고,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구증가, 새로운 건축, 주요 행사, 사건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에 도시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화할지 BIM을 활용해 3D 시뮬레이션으로 시각화한다. 또한 주민, 기업, 정부기관 및 연구소를 동적 3D로 가상화하여 비상대피 시나리오 및 야경구축 등 도시운영 전반을 계획하는 데 활용할 것이다.

버추얼 싱가포르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 모델링 등 여러 가지 첨단기술이 결합되어 있으며, 데이터 접속이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개방적인 측면은 도시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더 나아가 도시 연구자들도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도시의 삶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가상현실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가상의 건축물을 확인하는 모습
가상현실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가상의 건축물을 확인하는 모습

국내 BIM 활용 건축설계 사례

(사)빌딩스마트협회(협회장 허인)는 지난해 말 2017년 하반기 및 2017년 전체 국내 업체별 BIM적용실적 등록 순위를 발표했다. 당 협회는 BIM적용 DB를 구축, 제공하여 BIM적용사례 정보를 널리 보급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BIM적용사업 실적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017년 하반기 설계사무소 부문의 실적에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대표 정영균, 이하 ‘희림’)가 13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희림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인천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서울의료원, 포시즌스호텔 서울, 인천 아시아게임 주경기장, 아제르바이잔 바쿠 올림픽스타디움, 소카 타워, 베트남 하노이 랜드마크 72타워,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 BIM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주경기장인 알투마마 월드컵 경기장은 사업의 전 단계에 걸쳐서 BIM기반의 협업 프로세스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목업 모델로 최적 디자인의 추구뿐만 아니라, 건설의 전 과정에 걸쳐 구조해석 시뮬레이션, CFD분석, 음영시뮬레이션, 카메라 시뮬레이션, 냉방시스템 계획 등 BIM을 이용한 각종 엔지니어링 작업을 통해 설계의 최적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과로 ‘BIM AWARDS 2017’에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도심 태양광 발전 설치위치 분석 (출처: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도심 태양광 발전 설치위치 분석 (출처:National Research Foundation Singa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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