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수하물 위탁 금지 정책이 치명타

지난 2015년 모바일앱을 통한 위치추적과 짐 무게 측정, 스마트폰 충전 등이 가능한 스마트 가방을 세계 최초로 판매하기 시작해 주목받았던 블루스마트(Bluesmart)가 모든 사업을 종료한다고 지난 5월 1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블루스마트의 스마트 여행 가방 (출처: 블루스마트)
블루스마트의 스마트 여행 가방 (출처: 블루스마트)

 

블루스마트는 지난 2014년 12월 크라우드펀딩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추진한 캠페인에서 목표금액을 불과 121분만에 달성하고 최종적으로 목표액의 2,730%에 달하는 226만 달러의 조달에 성공하면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8월에는 여행가방뿐 아니라 손가방과 여권가방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여 또 다시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했으며, 목표액의 3,788%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 3월에는 가방의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스페인의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Telefonica)와 3G 통신 접속 계약을 체결했으며,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와는 ‘분실된 가방을 가져다 주는 컨시어지(lost luggage recovery concierge)’ 서비스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블루스마트가 스마트 가방을 공개하고 인기를 끌면서 샘소나이트(Samsonite)와 같은 기존 여행가방 업체들과 트렁크스터(Trunkster) 등 몇몇 스타트업들도 일제히 유사 제품을 발표했다. 특히, 샘소나이트는 스마트 여행가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7년 3월에는 글로벌 통신사업자 보다폰(Vodafone)과도 협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스마트 가방이 제공하는 기능들은 대부분 유사하다. GPS를 기반으로 가방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짐의 무게를 자동 측정하며,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충전도 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앱을 통해 자물쇠를 원격으로 열고 닫을 수 있으며, 가방이 주인에게서 멀어질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알림을 제공하는 기능도 대부분 제공한다.

 

블루스마트 여행가방의 위치추적 이미지 (출처: 블루스마트)
블루스마트 여행가방의 위치추적 이미지 (출처: 블루스마트)

 

그러나 항공사들이 테러 및 폭발 위험성으로 인해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제품의 수하물 위탁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블루스마트를 포함한 이들의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으며, 결국 블루스마트는 사업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피봇팅(pivoting)이 아닌 사업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블루스마트의 모든 지적재산과 디자인 등은 여행가방업체 트래블프로(Travelpro)가 인수한다.

한편, IT전문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델타 등 미국 항공사들은 배터리 탈착형 스마트 가방에 대해서도 수하물 위탁을 금지하는 정책을 세웠지만, 배터리를 분리해서 수하물로 맡길 경우 정책을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루스마트는 배터리 탈착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항공사들의 정책이 지난 해 12월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배터리 내장형 2세대 제품의 선주문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이 같은 블루스마트 사례는 제품 자체의 기술적 품질과 높은 이용가치에도 불구하고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스타트업들에게는 지속적인 시장환경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필요 시 제품 컨셉과 기능을 수정하거나 사업의 방향성을 전환하는 피봇팅(pivoting)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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