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헌의 그림은 화면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도상들은 작가가 수집한 레디메이드 이미지들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익숙 하게 접했던 만화주인공으로부터 대중매체의 캐릭터들과 유럽여행에서 찾아간 특정 장소(헨젤과 그레텔의 동네, 뻐꾸기 시계로 유명한 트리베르크 동네, 독일 서쪽의 검은 숲 등의 유럽 여행지에서 접한 풍경들)와 그곳에서 수집한 소소한 물건들(장난감 혹은 깜찍하고 귀여운 기념품 등) 그리고 특별한 박물관(폴크스바겐 박물관, 벤츠박물관, 페라리박물관, 장난감 박물관, 시트로엥 박물관 등)과 박물관의 기념품 및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쇼의 모델들과 다양한 축제의 장면, 한국의 전통적인 혼례장면, 그 뒤를 뒤따르며 뛰어다니는 꼬마(동네꼬마 녀석들)들의 행진과 비행기와 자동차의 행렬들이 복합적으로 직조된 장면이다. 여러 이질적인 이미지, 상황이 혼재되어 콜라주된 것이자 기존 이미지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이룬 환상적인 그림이다.

유럽여행체험과 즐겨보던 만화, 영화, 수집한 사물들로부터 작업의 영감을 받고 있다. 다분히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이 장면은 실재와 가상의 사이에서 부풀어 오른다. 현실에서 취한 소재지만 분명 그것은 현실계에서 부단히 벗어나 파라다이스나 환상의 풍경, 혹은 이른바 동화 속의 장면 내지는 이국적이자 사라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이미지인데 어딘지 레트로Retro적 이미지의 뉘앙스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다. 작가가 유년기에 접한 이미지에서부터 최근에 접한 문화적 현상과 유행하는 이미지들이 죄다 호출되고 있고 작가는 그것들을 하나씩 집어 화면 가득 수놓듯이 그려 넣고 있다. 

 

여동헌, 동네꼬마녀석들-Concour d_Elegance, 130x130cm, 캔버스위에 아크릴릭, 2017
여동헌, 동네꼬마녀석들-Concour d_Elegance, 130x130cm, 캔버스위에 아크릴릭, 2017
여동헌, 동네꼬마녀석들-모여라, 130x130cm, Acrylic on canvas, 2018
여동헌, 동네꼬마녀석들-모여라, 130x130cm, Acrylic on canvas, 2018
여동헌, 캔버스 아크릴릭 53 x 72cm 2010
여동헌, 캔버스 아크릴릭 53 x 72cm 2010

 

복잡하고 어질하면서도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모든 것들, 그렇게 분주하면서도 묘한 흥분으로 가득한 공간을 표상 하고 있는 그림 

이 들뜬 분위기는 일종의 축제이자 행복한 열락의 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선명한 원색의 색감과 쉽고 익숙한 이미지,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이를 고조시킨다. 동시에 단순 하고 간략하게 처리한 도상이지만 아날로그적인 회화적 공정으로 인해 한없는 시간의 소비와 그만큼의 공력이 요구되는 힘으로 눌려있다. 저 작고 복잡한 도상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그려나갔고 무척이나 가볍고 표피적인 소재를 온전히 칠하고 덮어나가면서 완성해나가는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근작은 흰색으로 칠해진 바탕 면을 시원하게 노출시켜 여백을 강조하는 구성이 빼곡히 그려진 도상들과 대비되면서 그 도상들이 지닌 활기찬 생명력과 생의 즐거움으로 약동하는 힘들이 기세화되는 편이다. 

 

꿈꾸는 낙원을 그리는 작가 

여동헌의 그림은 레디메이드이미지로 이루어진 일종의 파라다이스풍경이자 기복적이며 행복의 도상이다. 페스티벌, 행사장의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다. 해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림이다. 모든 문명권은 각자가 설정한 낙원 공간을 이미지화했다. 사람들에게 그런 낙원 이미지가 없다면, 꿈이 없다면 현실 삶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도 우리는 그런 낙원을 꿈꾼 다. 여동헌의 그림이 안기는 것은 추억, 낭만, 동화, 기억, 향수 등이다. 우리가 유년기에 접했던 모든 동화나 만화는 모종의 판타지와 파라다이스를 심어주었던 매개들이다. 보는 이들에게 유년의 달콤한 추억을 상기시키는가 하면 한국인들이 늘상 동경의 대상으로 꿈꾸었던 동화의 세계인 유럽의 그림 같은 풍경과 인물, 장소들을 등장 시킨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낙천적이고 행복의 도상으로 충만하다. 일종의 주술성도 놓여있다. 미술은 본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이미지 안에 서 구현하고자 하는 기이한 욕망을 거느려왔다. 이미지는 본래 마술이었고 전통시대의 모든 이미지는 한결같이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내러티브를 지녔다. 모더니즘 이후 현대미술은 그러한 직접적인 내러티브는 배제했지만 여전히 또다른 차원에서 행복의 도상을 추구해왔고 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모든 그림은 당대 인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도감의 구실을 하고 있다. 여동헌의 밝고 활기찬 그림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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