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기술과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의료분야 변화의 바람 거세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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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의 산업칼럼] 바이오헬스, 새로운 기회가 오고 있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최근 들어 유전공학기술과 IoT, 빅데이터,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의약품산업과 의료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가 장악한 의약품 산업에서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시장진입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또한, ICT기술이 의료서비스 분야에 접목되면서 정밀의료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바이오헬스산업은 기존의 병원에 건강관리서비스, IT, 보험사, 피트니스 기업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서비스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의료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의료관련 SW산업이 취약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향후 ICT 기술에 바탕을 둔 스마트 의료기기의 개발과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 나가는 한편, 정부와 의료기관, IT기업 등 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정의

바이오헬스산업은 강학(講學)상 개념이 고 국가표준산업분류에 따른 개념이 아니지만, 이 산업에는 바이오와 헬스관련 제 품을 생산하는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건강 진단이나 관리, 치료, 서비스 제공을 업으 로 하는 서비스 기업들도 포함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생물자체 혹은 생물의 고유 기능을 개량하여 희귀한 자연의 물질을 대량 생산하거나 유용한 생물을 만들어내는 바이오산업은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세포융합, 대량배양, 바이오 리액터1)기술 등을 활용하는 바이오산업은 제약, 화학, 식품, 섬유 등에서뿐만 아니라 농업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산업 범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헬스산업도 건강관련 제품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기업들의 집합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범위 설정이 모호하다. 예를 들어 음식료품은 건강관리에 중요한 제품인데, 관련 제조업체를 모두 헬스산업에 포함시킬지 아니면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한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정의상 그리고 실제 적용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의료건강서비스, 의약품, 의료기기로 보고 있다. 이중 의약품과 의료기기 제조는 제조업으로 분류되고, 의료건강 서비스는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분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세계 바이오헬스산업 규모는 2016년 8조 5,49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의료건강서비스분야가 7조 200억 달러, 의약품 제조분야가 1조 1,385억 달러, 의료기기제조분야가 3,905억 달러로 나타난다.2) 대부분의 병원 및 약국 등이 포함된 의료건강서비스 분야가 가장 크다. 전 세계 GDP 중 의 료건강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약 7.1%에 달 한다. 의약품 산업은 전형적인 제조업으로서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장악하 고 있다. 노바티스, 화이자 등 상위 10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세계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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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오헬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전통적으로 고비용, 고위험, 고수익 산업 으로서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바이오헬스산업은 최근 들어 유전공학기술 과 IoT, 빅데이터,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의약품산업과 의료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첫째, 의약품 산업의 변화로 핵심은 신약개발과정이다.3) 전통적으로 신약은 화합물 합성 방식에 의해 개발되어 왔는데, 이는 지난한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었다. 제약기업들은 자연계의 혹은 인위적 화합물인 수백만 종류의 물질을 만들어낸 후, 특정한 질병에 대한 약효 여부를 하나하나 테스트해본다. 끝없는 테스트를 거쳐 약효가 있는 물질을 찾아내면 동물 대상 독성 실험과 인간 환자 대상 임상실험 등 안전성 평가절차를 거친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 으면서 하나의 신약 탄생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4년, 투자금액으로는 약 8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14년간 매출 발생없이 연구개발과 테스트만 해야 하므로 화이자, 머크 등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시장을 독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포배양, 인체호르몬의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으로 신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전자와 단백질에 대한 연구로 질병관련 유전자나 단백질 구조가 밝혀지고 면역 메커니즘과 약물의 체내 전달 구조가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이를 토대로 DNA 재조합이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글로벌 제약 회사에 의하여 장악된 의약품 산업에서 바이오 벤처기업들도 시장진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IoT, 빅데이터 등 ICT기술이 접목되면서 의약품산업은 물론 의료서비스분야도 변화가 일고 있다. 먼저, 신약개발의 경우 ICT기술은 신약 후보물질의 탐색을 위한 R&D에서 인구특성을 반영한 빅데이터 활용을 가능케 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있다. 특히, 왓슨 등 인공지능 AI는 연구자가 분석할 수 있는 자료의 수천배 이상을 검토할 수 있게 하고, 수백만 명의 임상 자료도 분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약개발에 소요되던 시행착오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하였다.4)

또한, ICT기술이 의료서비스 분야에 접목되면서 정밀의료가 등장하게 된다. 정밀 의료란 개인 맞춤형 치료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Precision Medicine이라고 처음 명명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임상 정보, 유전체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3대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개인별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치료를 가능케 한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유전체 분석 가격이 일인당 10만 달러 수준에서 100만원이내로 떨어졌다. 종이차트에서 전자차트로 전환, IoT 활용 등을 통한 병원정보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환자별 임상정보 사용상의 기술적 장애물도 없어지면서 과거의 병원 중심치료가 환자 중심치료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정보 분석이 인공지능으로 가능해지면서 개인별 진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기존의 병원에 건강관리서비스, IT, 보험사, 피트니스 기업 등이 참여하는 다양 한 서비스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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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바이오헬스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의료건강 서비스의 경우 세계 최고의 병원정보화시 스템 보급과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에 힘입어 디지털화된 방대한 의료데이터와 개인별, 병원별 진료기록 등 대규모 의료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OS 미확보 등 의료서비스 플랫폼 경쟁력과 빅데이터 분석, 처리 기술 등 의료관련 SW산업이 취약한 것이 문제이다.

의약품의 경우엔 글로벌 제약사들이 거대자본과 기술독점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중소기업형으로 내수위주의 복제약 생산에 머물러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원천 기술도 거의 없다. 의료기기 분야도 독일 지멘스, 미국의 존슨앤드존슨과 GE 등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추격형 연구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국내 병원조차 국산제품에 대해서는 성능, 신뢰성 문제 등의 문제로 구매를 기피하고 있어 의료기기 시장의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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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 과제

새롭게 재편되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방향 설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향이 옳지 않으면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원 투입의 한계성을 감안하여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의료서비스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바이오헬스 전체 산업을 발전시켜가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국내 최고의 인력이 지난 20년 동안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우수한 의료진을 갖고 있다. 또한 경쟁력 있는 ICT 기술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대 분당병원 등 일부 병원의 정보화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 분야는 선진국과 경쟁해 볼만 한 분야이다.

이러한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이오산업의 주체 간 협력이 필요하 다. 바이오관련 빅데이터의 구축을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병원, 서비스, 보험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협력한다면, 피부유형별 맞춤 화장품 개발, 만성질환자 생활관리, 홈 헬스케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바이오관련 규제들이 산업발전을 막는 측면이 있으므로 정부로서는 바이오 신산업관련 규제의 도입을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기존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빅데이터 분석 활용 등을 위한 의료관련 소프트웨어 산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특히 바이오 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의약품산업의 경우엔 바이오 의약 중 틈새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얻어진 ICT 기술과 유전체정보기술 등을 활용하여 혁신적 신약개발을 추진하되, 막대한 자금 소요와 리스크 부담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과 정부가 같이 참여하는 신약개발 프로그램 추진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범부처적으로 빅데이터 기반 신약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으로 판단된다. 한편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기반 구축, 바이오 복제약 개발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및 Open innovation 생태계 구축 등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기의 경우 글로벌 다 국적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점을 감안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적극적 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ICT 기술에 바탕을 둔 스마트 의료기기의 개발과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밀의료 추세에 맞추어 맞춤형 의료 기기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 수요자인 병원을 중심으로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과 편의성을 더한 기기 개발을 해나가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 부분도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영상진단기기 등 틈새분야를 발굴하고 정부, 민간 공동 기술개발 및 시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민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기회의 창 마련해야

비록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업들이 대부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유전공학의 발전과 IoT와 빅데이 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우리의 대응 여부에 따라 미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특히, 의료 서비스분야의 경쟁력을 토대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취약한 분야로 경쟁력을 점차 확보해가는 전략을 취한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규제개혁은 물론 기술개발과 기술 인프 라 확대 등 정부의 노력이 의료기관, 보험 사, IT기업, 대학 등 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연결된다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병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 해본다.

정만기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전)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1)   생체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물질의 분해, 합성, 화학적인 변환등의 생화학적 반응과정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장치로서, 생체반응기, 생체유사반응기 등으로해석되며, 이는 생물의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갖가지반응들, 효소라든가 균류등의 촉매작용을 인위적인화학반응으로서 이용한 장치를 의미한다.
2)   산업통상자원부, 4차 산업혁명 주도를 위한바이오헬스 산업발전 전략, 2017.4.17.
3)   유상연, 다이아몬드보다 비싼 바이오 신약, 2004, 11,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참고
4)   김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성장동력, 인간중심의 바이오산업에 주목하다., 이달의 신기술, 2017.12월호 PP.6-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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