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불확실성 시대, 생존 전략 수립해야

(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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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발달과 함께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철강, 조선 등의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수요 진전으로 다른 업종과는 달리 비교적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경쟁국은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패권을 쥐기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굴기 선언 이후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현재의 호황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 진출로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출대상국에서 경쟁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기로에 선 국내 반도체산업이 미래 지속적인 성장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산업의 쌀, 정보화 시대의 원유 ‘반도체’ 

‘산업의 쌀, 정보화 시대의 원유’로 비유되는 반도체는 최근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 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전자제품의 고도화로 그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각종 전자기기에 활용되어 생활, 산업, 경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적으로 변해 생산의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내 산업은 철강, 기계,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른 수요 진전으로 다른 업종과는 달리 비교적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각종 전자기기의 고성능화와 이종 산업 간의 융합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데이터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각종 정보의 습득· 처리·저장의 핵심 기능을 하는 전자부품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둘째,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상승이다. 각종 전자기기의 메모리반도체 탑재량 증가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SSD(Solid State Drive) 등의 고성능화는 메모리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었고, D램과 NAND의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D램의 경우 2017년 평균가격은 $4.71로 전년 대비 약77%가 상승했으며, NAND는 지난해 평균가격이 $2.8로 전년 대비 약 28%가 상승하였다. 2018년 상반기에도 가격은 유지되고 있어, 반도체 산업의 경기는 호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경쟁국은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패권을 쥐기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 산업 굴기 선언 이후 메모리반도체 산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반도체 산업의 호황에 취해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메모리반도체 산업 굴기 

2014년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각종 정책과 펀드를 활용하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2000년 IC 제조 기업에 대한 조세혜택을 시작으로, 2000년 후반부터는 구체적인 정책과 자금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2014년 6월 “국가 IC 산업 발전요강” 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산업 발전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해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산업매출 3,500억 위안(560억 달러)을 달성하고 Fabless(설계전문기업)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2020년까지 연평균 20%이상 성장시켜, 2030년에 중국반도체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수립하였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제조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2015년 이후 중국은 ‘IC 정책펀드’를 활용하여 첨단 반도체 기술 습득을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였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세계적으로 과점 시장의 특성상 신규로 Fab(제조공장)을 건설하기보다는 외부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가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등 각국의 규제당국의 불허로 제동이 걸리자 2016년에 3개(D램 2 개, NAND 1개) 메모리반도체 팹을 직접 착공하였다. 더불어, 대규모의 자본이 요구되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2018년 현재 약 280억 달러의 ‘IC 펀드’를 조성하였고, 2020년에는 그 규모를 560억 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출처 : CCID 2017, 무역협회 2018
출처 : CCID 2017, 무역협회 2018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정책과 대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중국은 전 세계 가전제품의 제조공장이며, 전 세계 반도체의 55%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컴퓨터, 스마트폰, TV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제조 기술을 직접 확보하여 중국내에서 개발·생산하는데 어려움을 없애려고 한다. 

둘째, 중국은 매년 2,000억 달러 이상의 반도체를 수입하는 반도체 최대 수입국으로 원유보다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국산화가 시급한 국정 과제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추진중에 있는데, 그 핵심은 ‘칭화유니그룹(UNIS)’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칭화홀딩스-칭화유니그룹의 기업구조로 중국 정부의 의지를 가장 잘 반영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공업정보화부는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YMTC(창장메모 리반도체)’를 메모리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중점 거점으로 선정하였다. YMTC는 올해 하반기 32단 3D NAND 기술을 활용하여 8Gb SD(Secure Digital) 메모리 카드용 칩을 수주하여 생산 할 계획이다. 2019년에는 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NAND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YMTC 이외 기업으로 Innotron, JHICC(푸젠진화반도체)는 각각 2016년 D램 Fab을 착공하였고, 2018년 하반기 생산 계획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양산에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IC펀드(2018년 290억 달러 규모)를 활용하여 대규모 생산 Fab을 건설하고 물량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치킨게임’이 다시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기존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수십년간의 생산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단기간에 위기를 맞지는 않겠지만, 매출 하락 및 시장 질서의 재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더욱이,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명분 아래 새로운 제도와 규제를 만들어 낸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위기가 찾아 올 수 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업체는 최근 중국 경쟁사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하면 공급과잉 심화로 세계 1~3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중 한 곳 은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렇듯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의 對중국 반도체 수출은 홍콩을 통한 중계무역을 포함하면 약 660억 달러 규모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67% 수준이다. 만약 4~5년 이후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現, 20% 미만)을 중국 정부의 목표대로 40%~70%까지 끌어올린다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과거 한국은 LCD 산업에서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전례가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스플레이처럼 공급과잉→세계시장 재편→中기업 질주 우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2004년부터 10여년 이상 세계 시장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었으나, BOE 등 중국 패널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017년 중국의 생산량은 한국을 추월하였다. 

BOE의 성장 배경에는 우리나라 기술과 관련이 있다. 1989년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의 LCD 사업부로 시작된 한국의 ‘하이디스’는 경영난을 이유로 2002년 중국 BOE에 매각 되었다. BOE는 인수 직후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LCD를 생산한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렸고, 시장 진입에 성공하였다. 

중국은 기술 장벽이 낮은 LCD 위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였고, 공급 과잉을 통한 단가 하락을 통해 LCD 시장을 잠식하였다. 한국은 보다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OLED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으나, OLED 시장 활성화가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최근 한국의 OLED 산업 추월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CD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LCD 산업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반도체 산업 진출 전략도 유사하게 세운 것으로 보인다. 초기 시장 규모가 작은 레거시(Legacy) 메모리 시장을 목표로 기술 노하우 축척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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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코리아’ 수성 및 발전을 위한 대응 전략 필요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산업 진출로 중국은 한국에게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출대상국에서 잠재적인 경쟁국이 되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보듯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불법적인 유출과 M&A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 회의 “작업 환경 측정 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해석은 산업기술 보호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둘째, 메모리반도체 기술 분야에서의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 반도체 등 新개념 반도체가 등장 하고,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의 통합, 원칩화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기업의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셋째,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인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국내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현재의 기술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년대부터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전자, 기계, 물리, 화학이론이 복합되는 첨단 융·복합 기술 분야로 선진형 제조산업 분야이다. 융·복 합 전문인력 양성은 향후 20년간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의 기초가 될 것이므로, 정부는 대학의 인력양성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운영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R&D 지원이 축소됨에 따라 대학 내 반도체 분야 연구 교수 감소로 반도체 관련 졸업생 수가 감소되는 상황은 산업 전반에 커다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 사례가 ‘연구개발축소→인력 유입 감소→산업 경쟁력 저하’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적재적소에 정부 R&D 자금이 대학 및 연구소 등에 투입되어 효과적으로 원천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국내 반도체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장비·소재 분야의 경 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기술의 경우 여러 산업에 걸쳐 광범위한 응용성을 가지고 있고 기술개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경쟁국은 정부주도로 제조업 육성책과 병행하여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원가경쟁력을 확 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소자·장비·소재 산업 간의 Value Chain 형성이 필요하다. 소자 대기업의 양산 기술력과는 달리 국내 장비·소재 산업의 기술경쟁력이 낮아 주요 핵심 장비·소재를 해외 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제조하는 형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세계 경제 및 산업흐 름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에 앞서 가느냐 도태되느냐는 어떠한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기로에 선 국내 반도체산업이 한정된 자원으로 효과적인 전략을 펼쳐야 하는 우리는 보다 치밀하게 미래 성장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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