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ㆍ학ㆍ연ㆍ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선순환적 산업생태계 조성

(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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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후 인간의 수명은 꾸준하게 길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정확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빅데이터, 3D 프린터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 및 헬스 산업분야에 다양하게 접목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부문의 융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치료뿐만 아니라 운동, 건강 관리, 생활습관까지도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어, 바이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ICT와 바이오 헬스 산업의 융합으로 신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사회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디스플레이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이 시각(視覺)이며, 우리는 시각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습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둘러보면 스마트폰, TV, 컴퓨터, 사이니지 등 수 많은 디스플레이 기기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장치로서의 디스플레이는 1960년대 출시된 브라운관(CRT)이 최초의 디스플레이 기기이다. 이 후 1990년대 LCD가 개발되었고, LCD를 뒤이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까지 개발되면서 평판디스플레이의 높은 해상도와 얇고 가벼운 특성이 반영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기가 탄생되었다. 과거의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출력기능만 수행하였으나, 현재는 터치, 모션 등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기능까지 추가되면서 디스플레이의 영역은 무한 확장중이다. 미래의 디스플레이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수 있고(Rollable), 고무줄처럼 늘어나는(Stretchable) 등의 형태와 디자인 제약이 없는 디스플레이로의 진화가 예상된다.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위상 

디스플레이 초기 시장은 1990년 샤프에서 1세대 LCD 를 생산하면서 일본이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였다. 한국은 일본보다 뒤늦은 1995년 LCD를 생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일본을 앞지른 이후 패널분야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2017년 기준 세계 디스플레이시장 점유율은 한국 45.0%, 중국 20.5%, 대만 19.1%, 일본 14.4%로 14년째 세계시장 1위를 유지하는 국내 유일한 산업이다. 특히, 차세 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는 초기 시장이긴 하나, 한국이 98.1%로 거의 독점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한국 수출의 4.0%(274억불, ‘17년), 제조업 GDP의 4.5%(64조원, ’17년)를 차지하고 있으며, Flexible 및 대형 OLED 분야에 연간 약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면서 국가경제 발전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패널 분야 대비 취약한 장비, 부품소재 분야 

세계 디스플레이산업은 패널 67%(1,271억불), 장비와 부품소재(후방산업)가 37%(738억불) 비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패널 수율의 90% 이상을 장비와 부품소재가 결정하는 만큼 후방산업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은 패널시장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장비와 부품소재 경쟁력은 일본, 미국, EU에 뒤쳐진 4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노광기 (Exposure), 증착기(Evaporation), 이온주입기(Ionimplanter), 박막봉지장비(TFE) 등 대부분의 핵심 제조장비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인쇄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잉크젯(Inkjet printing)장비의 경우 미국이 독점하고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서는 해외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 장비기업도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가 많이 진행되었으나, 조립장비 또는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글로벌 장비기업 대비 규모 면에서 매우 영세한 수준이다. 부품소재 분야도 마찬가지다. LCD에서 가장 중요한 액정(liquid crystal)과 유리기판(Glass)은 일본과 독일 등 해외기업의 점유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편 광판의 경우 한국이 세계시장의 31%를 점유하고 있으나, 편 광판을 구성하는 보호필름과 표면처리필름은 각각 8%, 15% 로 원소재로 갈수록 국산화율이 취약하다. OLED의 경우에도 해상도를 결정하는 FMM(Fine Metal Mask)과 유연성을 위한 PI(Polyimide film) 시장은 100%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나 갈 신산업으로 OLED 가 지정된 바 있다. OLED 패널시장은 한국이 100% 독점하고 있지만, OLED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소재와 장비의 경우 해외에 100%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중국 디스플레이산업의 급성장과 위협 

중국은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5년 삼성 22.2%, 애플 16.1%, 중국(3개사) 15.2%였으나, 2018년 1분기에는 중국(3개사) 25.2%, 삼성 19.2%, 애플 14.3%로 중국이 세계 1위로 올라섰으며,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중국 점유율이 20%를 상회하면서 입지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디스플레이산업에서도 중국은 정부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설투자의 경우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생산공장을 건설한 BOE의 경우 전체 투자비 약 7조 8,000억원에서 BOE 자제 자금은 6.5%에 불과한 약 5,100억원이며, 나머지는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에서 투자 지원 명목으로 지원한 보조금이다. 이러한 중국의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으로 2017년에는 한국의 LCD 생산능력을 넘어서 세계 1위 생산국에 올라섰으며, 2019년에는 한국 생산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LCD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OLED에서도 생산시설 확충을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OLED를 생산하거나 투자를 진행중인 기업으로 BOE, EverDisplay, Visionox 등 5개 기업이 있으며, 2019년부터 OLED 생산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단순 생산량의 증가 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점차 향상되고 있어 한국에는 분명 위협적인 요인이다. 지난 해에는 BOE가 애플에 LCD를 공급하였고, OLED 분야에서도 Flexible OLED를 생산하여 로컬 휴대폰기업인 Vivo에게 공급하는 등 기술력 향상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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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시장의 성숙과 공급과잉 심화 

2017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 81%, OLED 19%로 양분되어 있으며, TV, 모니터, 모바일 중심의 LCD는 시장의 성숙으로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LCD의 새로운 수요처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의 설비투자에 따른 생산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LCD 공급과잉이 발생되고 있다. 중국의 LCD 생산 확대는 글로벌 LCD 가격을 크게 하락시키고 있다. 올해 1분기 50인치,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22%, 20% 하락하였으며, 연말까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올해 1분기 가동을 시작한 중국 BOE의 10.5세대 LCD 공장이 생산 안정화가 될 경우 55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가격은 더욱 더 가격 하락 압박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LCD 가격은 기업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LCD 가격의 하락 폭에 따라 우리기업의 실적도 밝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래 디스플레이를 위한 국가별 기술개발 경쟁 심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제조 2025‘에서 디스플레이분야는 인쇄공정을 통한 100인치급 8K Flexible AMOLED 기술 확보와 양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인쇄공정은 아직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상당 수 있지만,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정부)와 TCL(기업)은 「광둥성 프린팅 디스플레이 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OLE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7년 말에 발표한 「’18-’20년 신형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 행동계획」에 따르면, 국가급 신형 디스플레이 혁신센터 설립, 지역에 성급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센터 설립 지원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대만은 LCD 중심에서 차세대 시장 진입을 위해 OLED 및 마이크로-LED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팍스콘은 2016년 3월에 샤프(日)를 인수하면서, LCD 시장의 확대 뿐 아니라 샤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OLED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2017년 5월에는 마이크로-LED 업체인 이럭스(美)에 7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새롭게 대두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산업이 다소 침체된 일본은 사업 구조조정과 동시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JOLED(제이 올레드)는 2017년 5월에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된 4K 21.6인치 AMOLED 샘플을 최초로 출하하여 소니에 공급하였으며, JDI(재팬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 개발을 위해 벤처 기업 오스텐도테크놀로지(美)와 제휴를 맺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한 재기를 노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변화상 

우리 사회는 산업과 산업, 기술과 기술, 사람과 기술이 융합되며 연결되어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사물과 사람을 연결해주기 위해서는 매개 수단이 필요하며, 시각적 통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디스플레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디스플레이는 언제어디서나형태의 제약 없는 인터페이스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제품측면에서 사람 친화적 시장수요 트렌드에 따라 개인 맞춤형 제품과 기존 제품에 디스플레이가 접목된 스마트 윈도우, 자율주행차 등 융복합 제품으로 변화하고, 공정 측면에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패널 생산공정의 유연화와 새로운 혁신공정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등 경쟁국이 세계 1위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책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패널 대비 취약한 장비와 부품소재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플레이 예비타당성조사사업(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망 기술분야를 선정하고 동 분야에서 장래성이 있는 기업과 대학연구소를 묶어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함으로써 핵심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패널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상시적으로 테스트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개방형 공정센터의 구축·지원도 포함된다. 동 사업을 통해 미래 핵심기술과 공정기술을 확보하여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대형 국가 R&D 프로젝트다. 현재 정부의 경제성 평가가 진행 중인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이 심사를 통과하여 취약한 국내 장비와 부품소재 분야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둘째,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의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 패널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는 신속한 기술개발협업, 전문화, 기술유출방지 등 그동안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이 세계 1등을 하는데 원동력을 제공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스플레이산업도 자동차 디스플레이, 스마트 윈도우, 디스플레이 액자 등 융복합,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시장이 다양화되고 있다. 패널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술과 예술성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직계열화 환경의 완화를 통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창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용하여 시장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셋째, 디스플레이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의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LCD에서 OLED로 주력제품의 신속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이 OLED 시설투자를 할 경우 “신성장 사업화를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시급하다. 

환경규제 개선 및 국제표준 선점 등 미래 지향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OLED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의 구성 및 작업환경에 대한 보고서 등 영업비밀 사항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보호가 필요하며, 기업의 신증설 및 신기술 전환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국제표준을 선점하여 미래 시장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디스플레이전시회와 학술대회가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개최되어 시너지가 감소하고 있다. 두 행사를 통합개최하여 미국 SID에 버금가는 글로벌 행사로 발전시킴으로써 디스플레이산업의 글로벌 마케팅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방형 디스플레이 공정센터의 구축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센터 역할 뿐만 아니라 인력양성, 벤처창업보육, 전문 실습교육 등 우리나라의 산업체, 대학, 연구소의 디스플레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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