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성장 중심의 새로운 국가전략 모색

(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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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초래하는 공간구조의 변화는 초연결, 초지능화의 특성으로 전통적 입지요인 의존도가 감소하고, 플랫폼화의 영향으로 도시 내 혹은 도심권의 소규모 근거리 생산 클러스터로 이전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는 공간의 집중화, 공간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확대시킬 위험이 있다. 대기업중심, 수도권중심의 경제에서 ‘지역’은 종속적 생산기지화 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독립된 산업기반의 지역경제가 상호 경쟁, 보완을 통하여 국가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지역중심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과거의 성장방식에서 탈피해 전 국토가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는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에서 네 번째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선포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Industry 4.0 계획이나 미국 GE를 중심으로 한 산업인터넷의 활용 등에서 보듯,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술들을 기존 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새로운 플랫폼 사업의 기반으로의 활용은 이미 그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글로벌 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소위 ‘저성장-저물가-저고용’의 악순환과 양극화가 일상이 되는 소위 “뉴노멀 경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침체에서 탈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의 일환으로 일군의 새로운 기술들을 산업에 도입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기존 핵심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여 산업구조조정의 이슈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주도의 글로벌 통상마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국가재정의 부담 가중 등은 우리경제가 직면한 새로운 환경이다. 이러한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서 경제성장 정책으로서의 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이나 산업정책의 유효성이 상실되고, 오히려 지역의 미활용 잠재력과 지역자원의 활성화·합리화를 통한 고용과 부가가치의 창출, 혹은 장소 기반의 혁신성장전략이 국가경제성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먼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하는 변화, 특히 공간과 혁신 그리고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를 살펴보고,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인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한다.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과 몇 가지 시급한 과제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와 혁신공간의 구조변화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한 산업간 경계의 와해,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플랫폼기반 경제로의 전환,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산업 환경이 혁신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석유화학이나 금융기업이 글로벌 시가총액의 최상위를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소위 플랫폼 비즈니스의 5대 천왕이라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최상위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리테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금융, 헬스케어, 콘텐츠 등 다양한 제조업, 서비스업의 융합분야에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초래하는 공간 구조의 변화는 초연결, 초지능화의 특성으로 전통적 입지요인 의존도가 감소하고, 플랫폼화의 영향으로 대규모 산단 중심의 제조활동이 도시 내 혹은 도심권의 소규모 근거리 생산 클러스터로 이전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경쟁력에서 창의적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도시기능의 복합화·스마트화가 진전될 것이다. 따라서 “도시화”는 심화되고 향후 모든 지역은 메가시티 리전으로의 확산이 예상된다. Barthlet and Cohende는 이를 “People follow job에서 Job follow people”로의 전환으로 표현하고 있다. 4 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는 공간의 집중화, 공간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어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확대시킬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또한 혁신의 지리적 경향 역시 과거의 산업지구, 교외형 산업클러스터에서 “도심 중심의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 로 이동하고 있다. 즉, 도심의 경우 핵심 인재와의 근접성이 보장됨과 동시에 인력의 밀도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혁신지구 연구자들은 이를 일터(economy-shaping), 쉼터(place-making), 놀터 (social-networking)의 연계로 표현한다. 이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교외지역인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거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Research Triangle이 미래 50년을 계획하면서 ”Research Triangle의 도시화“를 목표로 설정한 데서 확인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라는 기술의 혁명적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경향의 하나는 탈 물질주의와 라이프 스타일 중심의 소비문화의 부상이다. 미래학자 John Naisbitt는 “첨단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감성, 경험적 자극이 더 요구되며, 그래서 현대는 하이테크(기술)와 하이터치 (감성)의 이상적인 조합을 요구하는 시대”라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Daniel Pink는 “정보화 이후 시대는 좌뇌 중심에서 우뇌 중심의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미래 인재의 핵심경쟁력은 High concept(창의성)과 High touch(감성)이 될 것”이라 주창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지역에 뿌리내린 문화와 이에 기반한 정체성, 라이프 스타일이 미래의 산업경쟁력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견된다. 

 

지역산업생태계 진단 

지역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그간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울인 노력으로 인하여 기업 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500개 이상의 지원기관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기술개발투자, 기술인력 모두 수도권, 충청권 중심의 지역편중이 심화되어 왔고, 민간R&D투자의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공공R&D 역시 수도권과 대전에 80% 이상이 집중되는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기술 인력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연구개발투자의 불균형보다 더 심각하여 최근 10년간 기술 인력의 수도권 재집중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수도권의 “인재 빨대효과(straw effect)”라고 하는데, 수도권 대졸자의 지역 내 잔존율이 92.7%인데 반해 강원, 충청권은 50%대에 불과하다. 

인력의 유출입은 지역성장과 강한 정 (+)의 상관관계로 인력수급의 심각한 미스매치는 지방에 고급인력과 일자리부족의 동시 발생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산업 R&D정책의 성과를 국가전체 연구개발투자와 비교해 보면, 해외특허나 기술료 등 성과의 질적인 차원이 매우 미흡하였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성장성을 대조 분석한 결과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산업정책의 특화도 면에서도 기존의 특화산업과의 매치율이 50% 내외로 판명되어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지역산업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앙정부 주도형 지역산업정책의 한계, 즉 정책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정부 R&D 주도기관인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와 지역산업 정책 총괄인 ‘지역발전위원회’간 소통· 조정채널이 없으며, 과기정통부, 산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앙부처간의 협력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TP나 특정산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지역혁신거점 기관들이 대부분 중앙정부 산하의 지역 agency이므로 지역기업, 지방정부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에 설립된 지원기관들이 규모와 인력의 수준 모두 산업(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수준 (critical mass)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원방식이 “인력”에 대한 지원에 주어지지 못하고, 공용장비 위주의 시험분석, 인증평가, 시제품제작에 한정되는 등 경직된 지원방식과 규제로 인해 기술과 기획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지역산업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이미 설립된 수많은 지원기관들의 연명도구로 전락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셋째, 지역정부, 지역민간부문의 혁신 촉진기능의 부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예산 따기 경쟁에서 비롯 된 소위 picking winner 신드롬은 중앙정 부의 지역agency들의 과도한 재량권과 어우러져 “비효율의 악순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본방향 

과거에는 대기업중심, 수도권중심, 수출기업중심에서 지역은 종속적 생산기지화 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 모형에서 탈피해 독립 된 산업기반을 가진 지역경제가 상호 경쟁, 보완을 통하여 국가경제의 성장을 견 인하는 “지역중심 성장”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는 과거의 한국형성장 모형을 가능케 했던 대외의 모든 상황이 급속도로 변화하여 더 이상 과거모형은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인식에 근거한다. 과거모형에서 양극화는 심화되며 기존의 산업경쟁력은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미국의 거대 플랫폼기업의 경쟁력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핵심 기술벤처들을 M&A하는데 있다. 지역의 생활기반과 혁신기반의 융합에 기초한 지역자원의 동원과 효율적인 배분을 통한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국가경제성장의 유일의 대안이다. 우리경제도 북유럽 강소국 규모의 권역들 간 형평을 추구하면서 권역 내에서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공간 정책을 채택해야 국가차원의 경제성장과 형평에 대한 정치사회적 목표의 동시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안 

첫째, 중앙정부는 지역주도형 지역정책 거버넌스를 도입해야 한다. 즉 중앙 정부는 지역주도의 지역산업정책(포괄적 예산과 지역주도 집행기구화)에 대한 사전컨설팅과 사후평가를 통한 관리에 주력하고, 지방정부는 현재의 취약한 지방 정부 역량을 감안하여 지역의 산학연 역량을 묶어내는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기업가적 정부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지방 분권시대의 전개에 대비, 지방정부가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기업가적 지방정부를 목표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둘째, 중앙정부는 인력중심의 지역특화산업의 기술기반 확보에 정책 포커스를 두어야 한다. 즉, 기존의 장비 중심의 R&D 지원에서 인력중심의 R&D지원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기술 거점 기관들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기업, 대학, 기술거점간의 원활한 인력이동, 교류를 가능케 하여 기술력의 축적, 기술적 미스매치를 해소해야 한다. 세계적 성공 사례인 독일의 프라운호퍼재단, 영국 롤 스로이스의 대학기술이전센터(UTC)의 핵심은 기술을 축적해가는 “인력 양성시 스템”에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몇 개의 핵심기술 기반은 반드시 확보 해야 한다. 지역의 기획력을 제고하기 위해 중앙부처 기획단의 지방정부지원 컨설팅을 법제화하고, 시범사업의 도입과 중앙정부 R&D의 역매칭을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지역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에 기반한 라이프 스타일 산업 생태계조성을 통한 지역산업발전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모종린에 의하면 라이프 스타일 도시란 “도시에 형성된 고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도시의 산업과 기업의 비즈니스모델, 마케팅,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도시”이다. 이미 많은 지역들이 라이프 스타일의 형성과 이에 기초한 산업창출간의 선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팔로알토와 구글, 포틀랜드와 나이키, 시애틀과 스타벅스, 프랑스 보르도지역과 와인 산업, 제주와 자연주의 산업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각 지역의 핵심 문화적 자산과 소비스타일에 기반한 인재유입, 대기업의 지역화, 협력기업연계, 관련 스타트업을 통한 도시 산업의 육성모형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될 것이다. 

넷째, 정부가 스마트시티 사업을 4차 산업혁명의 변화상을 국민들에게 체감시키고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다. 현재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테스트베드, 도시문제의 효율적 해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사업을 한국경제의 “Digital New Deal” 정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시문제 해결과 기술의 시험장으로서 스마트시티를 산업혁신과 ‘신성장동력 창출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시티(Smart City as a Innovation Platform)’ 정책으로 확대 전환하여 추진할 것을 주장한다. 세부적으로는 ▲스마트시티의 데이터기반 “참여형 혁신플랫폼”, ▲도시 데이터의 제공을 통한 “창업 및 자본유치플랫 폼”, ▲스마트시티 인프라 공공조달과 데이터 기반 “신산업 육성플랫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경제는 과거의 성장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말하면 우리경제가 이미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의 옷은 맞지 않고, 계속 그 옷을 입고 있다면 질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국토 안에서 구현된다. 전 국토가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무형의 인프라를 지금부터 하나씩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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