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박람회'

몇 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한옥으로 유명한 종로 북촌을 방문해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북촌 입구에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부스를 안심부스로 전환해 범죄위협을 받는 시민이 대피하면 저절로 문이 닫히고 자동으로 CCTV와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범인 인상착의가 자동으로 녹화가 되면서 112로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골목을 따라 올라가며 셀카를 찍으니 블루투스로 연결된 장치가 그 자리에서 나만의 우표와 엽서를 만들어내었고, 정독도서관 앞 쓰레기통에는 무선주파수식별(RFID) 칩이 내장되어 쓰레기통 적재량을 센서로 측정해 수거차량에게 비울 시간과 최적의 수거 경로를 알렸다. 

한국 천주교의 첫 본당인 아름다운 가회동성당에서는 비콘 (Beacon)기술과 증강현실을 접목해 각자의 핸드폰으로 가회동 성당의 역사와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종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어느덧 제4의 거대한 물결은 우리 생활 곳곳에 성큼 다가와 있고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2010년 ‘국가기술발전 종합계획 2020 (High-Tech Strategy 2020)’과 2011년 ‘Industry 4.0’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미국은 2011년부터 ‘미국 혁신전략(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 및 ‘첨단 제조 파트너쉽(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AMP)’을 통해 대비를 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은 각각 2016년부터 ‘新 산업구조비전’,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등의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늦었다. 2016년 스위스 UBS(Union Bank of Switzerland)가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를 보면 종합순위에서 45개국 가운데 2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1위가 스위스, 2위가 싱가포르, 3위가 네덜란드였고 우리나라는 22위인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항목별 순위를 볼 때도 교육시스템 17위, 기술수준 20위, 사회적기반 20위, 법· 제도 29위, 노동유연성 34위로 전 분야의 수준이 모두 낮아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필자는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취임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선도해나가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장 취임 후 「디지털기반 산업 기본법」을 대표 발의해 향후 4 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민간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제도적 준거가 마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촉진을 위한 선제적 제도정비와 원천기술 개발 지원 및 유관분야 정책조정을 위해 국회 내에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특위는 4차 산업혁명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2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6개 분야 18개 핵심 아젠다를 선정, 향후 국회와 정부의 입법심의와 정책수립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특위에서는 민간 영역이 혁신·창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법·제도적 환경 조성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벤처가 창업하여 성장하고, IPO나 M&A 등 회수시장을 통해 재투자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재도전 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 및 기술 등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진행해왔다. 

4차산업혁명 현장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의사 왓슨을 시연
4차산업혁명 현장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의사 왓슨을 시연
취업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는 '청년과의 일자리 간담회’
취업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는 '청년과의 일자리 간담회’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 자동차 R&D 현장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 자동차 R&D 현장

청년문제는 민생의 핵심이자 최우선적인 과제 

최근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청년일자리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기에 시급히 대처해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은 스타트업과 만나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과 같이 유망한 창업초기기업에 자금을 집중지원하는 제도를 확대 시행하여 청 년들에게 꼭 필요한 자금을 선별적이고 집중적으로 지원해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청년창업을 촉진하기 위하여 창업실패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청년창업 실패자의 연대보증채무나 개인채무를 매입한 후 채무재조정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재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민간의 소액투자와 정부지원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도적 개선을 통해 청년을 위한 정책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아질 때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First Mover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문제는 민생의 핵심이자 최우선적인 시대적 과제이며 그 중에서도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일자리는 생계의 문제이자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나아가 자아실현과 행복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그간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고용절벽’이라는 표현이 회자될 정도로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지금은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다. 

그동안 청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정치에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청년세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러나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앉아서 반성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장 시절 중장기 국가 전략을 설계할 <국회 미래연구원>을 설립한 이유다. 

필리핀 속담에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서는 핑계가 아니라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는 길이라 믿는다.

정기국회 개회사 낭독
정기국회 개회사 낭독
정세균 국회의원 프로필(DB:스타트업4)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