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오아시스, 정부자금

창업이라는 미지의 길을 먼저 가 본 선배 창업자의 생생한 경험이 스며든 도움말을 연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회사의 자금에 대해 알아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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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혈액, 자금에 대한 이야기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궁금해하고, 가장 많은 검색을 하고 있을 내용이 바로 자금 조달이란 말이지. 사업계획서를 쓰다 보면,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부분일거야. 우리가 재벌 2세, 3세이거나 물려 받은 재산이 많거나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않은 이상, 자금 앞에서 막막하겠지? 어떤 돈을 어떤 경로로 언제쯤, 얼마나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창업 이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던져질거야. 아마도 사업하는 동안 회사 대표들은 넌더리 날 정도로 따라다닐 숙제겠지. 하긴 대기업들조차도 자금경색에 시달리면서 돈을 구하러 은행이고, 회사채고, 주식이고 되는대로 다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걸 보면, CEO의 지상최대 과제는 돈을 구해오는거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융자(빌린 돈), 투자(남의 돈) 정도일거야. 자기자본금(자체 자금)을 비롯해서 매출로 인해 발생되는 수익을 자본금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논외로 둘게. 사실 스타트업이 시작부터 종잣돈이 충분하거나 빠르게 수익이 발생하여, 자금 조달을 걱정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거든. 그리고 수익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사업확장과 다각화를 위해 더 큰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야 하므로 결국은 융자나 투자를 늘 고려하고 있어야 하지. 

들어가기에 앞서, 내 돈이 충분히 있고,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자급자족으로 회사를 끌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고 가장 이상적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자고. 대다수 창업자들의 통장잔고 는 거의 뻔할 뻔자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급적이면, 사업을 최소한 6개월 정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확보해두길 권장해. 생활비와 식대, 교통비, 임대료, 영업비, 인건비 등을 6개월로 환산해서 가지고 있어야 위기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버틸 힘이 생겨. 왜 6개월이냐고? 평균적으로 투자를 위한 IR하고 나서 투자 확정되는 기간이 대략 6개월이야. 그러니 투자자를 만나더라도 최소한 6개월 이상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하는거지. 그리고 선행투자와 후속투자 사이에서 기업 가치는 6개월 간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더 자세한 건 다음 시간을 위해 아껴둘게. 

사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나름 무거운 마음이야. 시드투자를 받고, 지금은 시리즈 A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팁을 줄 수 있을 건지, 괜한 오지랖인가 하는 생각에 멈칫했어. 정부자금융자 투자까지 경험했다지만 여전히 난 부딪히고 배워가는 입장의 풋내기 창업자이기에 더 망설여 졌나봐. 그러다가 지금의 내 상황에서 경험한 것과 준비한 것들이 우리 스타트업 동지들에게 더 생생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하는 자기 합리적 판단으로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풀어보겠어. 

‘사막의 오아시스, 정부자금: 1부’ 

“정부자금은 바닷물과 같아서 지금 당장 갈증은 풀어주지만 익숙해지면 서서히 말라 죽어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봐. 사막을 탐험하는 상인에게 오아시스는 생명과 같은 존재여서 오아시스를 벗어나 다시 험난한 생존의 기로를 마주하기란 쉽지 않거든. 너무 의존해 버리면, 떠나기 싫어지고, 그냥 머물러 있고 싶어져. 

처음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봐. 극한의 고통과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이는 거야. 당장 뛰어가서 메말랐던 목구멍에 들어오는 첫 모금의 물맛은 인생 최고의 꿀맛이었을 거야. 그곳에서 물자를 보충하고, 짐도 재정비하고, 팀원들을 다독일 수도 있어. 비싸게 사야 했던 물값도 아끼고, 경비도 절감되지. 그렇기에 “사막은 위험해, 그래서 난 오아시스에서 머물거야”라는 유혹이 생겨나. 그 순간 너는 사막을 횡단하는 상인이나 탐험가가 아니라 오아시스에 의존해서 사는 거주민이 되는거야. 너의 본질을 잊게 되는 거지. 

이렇듯 정부자금에 대한 유혹은 매우 강해서 부작용이 상존하고 있어. 그래서 정부자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존재하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에 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다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 갈 것은 우리는 합리적이고, 이익을 기반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어야 해. 돈에는 귀천이 없고, 오직 우리가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유용하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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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보면 정말 많은 지원 자금 

정부자금은 크게 창업지원금과 R&D 지원금, 사업화지원금으로 나눌 수 있어. 그 외에는 보조금 형태로 지자체기관 재단에서 지원하는 자금도 포함되지. 마케팅이나 해외전시회, 바이어 매칭, 지식 재산권 출원, 각종 인허가 취득, 이자보전, 근로자 복리후생 관련 지원 등 다양한 정부자금이 현금 또는 현물 형태로 지급되기도 하지. 찾아보면 정말 많은 지원 자금이 있어.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만큼 창업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비교할 만한 곳이 없어. 한편으로는 정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기도 하고, 다른 측면으로는 정부 정책에 의한 지원책이 외국의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하나의 버프기도 하지. 

창업 관련한 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부터 출발해. 창업을 촉진하고, 성장시키는 정책과 자금의 출처랄까? 여기서 세워진 정책과 확보된 자금은 중소기업진흥 공단과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실행되고 집행되어져.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진흥원,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테크노파크,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창업선도대학 등 많은 집행기관들이 창업 관련한 예산을 배정받고, 관리하고, 지출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그런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금을 허투루 사용하면 안되겠지 ? 매년 국정감사라던가 감사원에서 이부분에 대한 경고와 주의가 반복되어 언론에서 소개되는데 그럴수록 자금을 집행하는 시스템은 고도화되고, 더 정교해지고 있어. 지원제도가 깐깐해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점점 더 까다로워 지는 정부지원 자금 

불과 56년 전 만해도 정부자금을 깜깜이 돈, 눈먼 돈이라고 부르면서 안 받으면 바보라는 말이 떠돌았지. 뭐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아직도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은 최근에 정부자금을 받아 본 적이 없거나 예전에 건너 건너 들었던 이야기를 되뇌이다 고정관념이 생긴 사람일거야. 왜냐고? 내 자랑은 아니지만 나름 매 년 정부 정책계획부터 시행령까지 꼼꼼히 체크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수혜를 받기도 한 경험이 좀 있다보니 창업컨설팅 해준다고 접근하는 웬만한 브로커들보다 더 빠삭해. 실제로 연구원으로 직장 생 활할 때부터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게 정부정책계획 살펴보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었어. 논문 분석하듯이 늘 하던 업무였으니까. 

어쨌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 규정도 디테일하고, 명확해지고, 패널티도 강해졌지. 정부의 손길을 요청하는 엄청난 수의 지원자들 중에서 적합한 후보를 선별하기 위해 사전교육, 레퍼런스 크로스 체크, 전문가 평가, 시민평가, 현업 종사자들에게 블라인드 평가를 맡기기도 해.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더라도 사용출처 및 목적과 규정에 맞게 사용해야하는데 외부회계감사와 현장실사를 통해 확인하게 되니까 이젠 눈먼 돈이 아니야. 

정부자금을 지원받고 모든 규정과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야. 사업 종료 시점부터 5년 간은 지속적으로 후속 상황에 대한 관리를 받게 되거든. 기술개발 관련한 과제의 경우는 완료 이후에 성공 조건부 경상기술료라는 것을 납부하도록 되어있어. 불만의 목소리도 있지만, 기술개발에 정부가 지원하여 기술을 완성했으니 그것을 사업화해 매출과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함이기도 해.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분별하게 지원금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선별하기 위해 만든 장치이기도 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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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를 버티게 한 ‘사막의 오아시스’ 

2015년에 나는 창업지원금과 교육, 후속지원을 받게 되었어.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지. 그때가 시제품 개발자금이 없어서 굉장히 힘든 시기였거든.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지원금은 지금의 우리 회사를 있게 한 사막의 오아시스인거지. 

그런데 막상 선정되고나서 구매신청부터 지출증빙, 검수까지 제출할 서류도 많고, 까다로움에 혀를 내둘렀지. 나중에 깨닫게 된건데 그 시절 그 정도는 연습게임이더군. 본격적으로 필드에 나와서 부딪혀보니까 일주일 중 절반은 온갖 서류에 치여 살게 되지. 오히려 그러한 훈련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웬만한 매입서류나 계약서 등은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 

물론 불필요한 행정이 없지는 않아.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고, 계속 수정돼야 할 부분도 생겨. 하지만 정부기관의 행정에 대하여 지적할 점도 있지만 계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거 같아. 

연구개발 또는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려면, 일반적으로 매출에서 운영비나 고정적인 비용 다 제하고 나서 뽑아내야겠지만, 그럴 수 있는 스타트업은 몇 안 되지. 지금 당장 내다 팔 것이 없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더욱 불가능하겠지? 그렇기에 초기 창업기업에게 정부의 지원의 필요성은 전적으로 공감해. 예비창업자들 중에서 아이디어와 계획, 팀원까지 다 준비되었는데 최소한의 개발자금이 없어서 실현 못 하는 케이스가 허다하거든. 막 퍼주기식의 지원은 사라져야 하지만, 꼭 필요한 지원은 지속되어야 하고, 이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창업가들의 기본적인 자질과 기업 가정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함께 손발을 맞추어야 될 거야. 

이번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의 성격과 개요에 대한 이야기였어. 다음 칼럼에서는 본격적으로 종류와 분석한 내용으로 찾아올게. 오늘도 일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지들! 우리 더 힘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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