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아닌 ‘수소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올 여름 사상 최대의 폭염 사태를 기록하면서 냉방을 위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한자리 수치로 떨어지는 등 전력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처럼 치솟는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수소산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수소산업은 비단 가정용 전력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 걸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적인 인프라 산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9일 코엑스에서 4개의 비영리단체[㈔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재)가치창의재단, ㈔도전과나눔, ㈔한국 M&A협회]가 개최한 연합 포럼의 ‘수소산업’ 세션에서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의 정근호 R&C 본부장은 ‘수소산업 활성화 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수소산업이 갖는 의미와 가치, 국내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향후의 활성화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이 수소산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자료:스타트업4 DB)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이 수소산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자료:스타트업4 DB)

 

위기의 제조업,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해법으로 제시 

최근 “한국의 제조업은 조만간 심각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998년 이후 최저인 71.9%를 기록했다. 68개 제조업종 중 53개 업종(전체 제조업의 80%)의 가동률이 전년에 비해 하락했으며, 특히 17개 업종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조선, 철강, 섬유, 기계, 화학, 자동차,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산업들은 중국 업체의 부상과 이에 따른 美中 경제전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회복하고 전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서 ‘4차 산업혁명’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1968년 포항제철 설립으로 철강 자급능력 확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물류 효율화, 그리고 1995년 세계 최초의 CDMA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등과 같이 국가가 민간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는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서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 전체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추진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비단 제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혁신을 이룬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활용하는 수 많은 서비스 산업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지며, 고객가치가 향상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으로서 자율주행차와 같은 이동체, 금융 및 물류, 스마트시티, 복지 등 여러 영역에 걸쳐 기반 기술개발 및 활용을 추구하는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 추진 체계 (출처: 4차산업혁명위원회)
4차 산업혁명 추진 체계 (출처: 4차산업혁명위원회)

에너지 산업, ‘수요급증과 친환경’ 딜레마 직면…수소산업이 해법 

4차 산업혁명은 한 두 기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가치사슬 영역에 걸쳐 디지털화, 5G, 기가인터넷 등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성(connectivity),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활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며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핵심적인 인프라가 존재한다. 바로 ‘에너지’이다. 특히 화석에너지에 의존해온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전력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에너지, 특히 전력 공급의 경우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데, 에너지 산업 입장에서는 바로 이 점에서 딜레마가 존재한다. 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하면 충분한 공급량을 이룰 수 있지만, 친환경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해결을 위해 산업화 이전 온도 대비 2도 상승으로 상승의 폭을 제한하고, 이를 위해 각국이 지속적인 노력을 펼친다는 목적 아래 지난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으로 기존의 석유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 방안의 기술개발과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체 에너지 활용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이 치솟는 에너지 수요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충분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데, 정근호 본부장은 수소산업이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는 우주의 7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풍부한 원료이며, 안정성과 안보성, 경제성이 높은 에너지 수단으로 활 용될 수 있다. 특히 脫산소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02년 저술한 ‘수소 혁명(Hydrogen Economy)’에서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수소를 지목하고, 장차 수소 기반의 경제 시스템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경쟁력 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수소차’가 수소산업의 전부는 아니다 

정 본부장이 이번 강연을 통해 특히 강조한 것은 이제 수소경제 시스템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 연료전지차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수소 에너지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최초의 수소 관련 국제협회인 ‘수소 위원회(Hydrogen Council)’가 출범하였으며, 佛 에어리키드, 알스톰, 獨 BMW, 다임러, 美 GM, 日 혼다, 도 요타, 韓 현대차 등 참여 기업들은 수소와 연료전지 부문의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연간 약 14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수소 위원회가 작년 11월 발표한 수소경제 비전과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경 수소가 전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 중 18%를 차지하면서 연간 매출 2조 5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수소산업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수소 연료 전지차이다. 배터리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 차량의 대명사인 수소차는 아직 개발업체가 많지 않고 높은 가격과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높은 에너 지 효율과 빠른 충전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긴 운행거리 등 의 장점으로 인해 시장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 및 혼다 외에도 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가 수소산업의 전부는 아니다. 수소산업은 수소의 생산과 운반, 저장 및 충전, 그리고 활용이라는 가치 사슬을 갖는데, 수소 생산부문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도 활용될 수 있으며, 수소의 운반과 저장을 위해서 조선업과 교통 시스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굴뚝산업의 대명사였던 제철산업도 수소환원 제철 기술로 친환경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으며, 승용차, 버스, 기차 등의 교통수단도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환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특히, 수소 에너지는 스마트 공장뿐 아니라 빌딩과 일반 가정에 전력과 난방 시스템 등을 모두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즉, 수소산업은 지금까지 화석연료 중심으로 구성된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더욱 더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소산업의 활성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2018년 새롭게 출시한 현대자동차 'NEXO' (출처: 현대자동차)
2018년 새롭게 출시한 현대자동차 'NEXO' (출처: 현대자동차)
수소산업의 가치사슬 (출처: 일본 Cross-Ministerial Strategic Innovation Promotion Program)
수소산업의 가치사슬 (출처: 일본 Cross-Ministerial Strategic Innovation Promotion Program)

일본, 수소산업 제반 기술 표준화 추진…주요국의 수소산업 활성화 정책 증가 추세 

수소산업의 중요성으로 인해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수소 생산과 유통, 활용에 이르는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과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특히 일본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7년 12월 ‘수소기반사회 달성을 위한 기본수소 계획(Basic Hydrogen Strategy)’을 수립했으며, 이를 통해 ‘3E+S(Energy Security, Economic Efficiency, Environment, Safety)’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저비용 수소 이용의 실현을 위해 국제 수소 공급망을 개발하고(생산과 유통), 전력/수송/산업/열이용 분야 등 자국 내에서의 수소 에너지 활용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 등 혁신적 기술개발을 이루고 이를 표준화함으로써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수소산업의 조기 활성화와 이를 위한 기술개발 및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수소산업과 관련된 제반 기술들이 해외업체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가 해외 기술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일부 분야에서는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생산 및 운송 관련 생태계 조성이 미흡하며, 원천기술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과 함께 수소산업을 3대 전략투자분야 중 하나로 선정하고, 내년 1천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기로 하는 등 그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업자원부는 올해 말까지 수소경제 분야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소산업 위한 새로운 범업계 협력체 결성 제안 

이처럼 정부가 수소산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한국 수소산업의 현실과 관련 업계의 니즈 및 사업추진 상의 걸림돌을 명확히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정 본부장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민관연 협력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민간주도의 새로운 (가칭) ‘수소포럼’의 설립을 제안했다. 물론, 이미 작년 2월 산자부 주도 아래 ‘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상설 추진단’이 설립되는 등 관련 기관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정 본부장이 강조한 것은 정부 주도가 아닌 실제 산업현장에서 뛰게 될 민간업체 주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수소산업 관련 업체들뿐 아니라 수소 에너지를 활용해 사업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더욱 효율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수소산업이 생산하는 상품들을 활용해 또 다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수소경제 시스템의 조기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발표 이후 정 본부장은 “향후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과 함께 ‘수소포럼’의 빠른 창설과 운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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