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롯데월드타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엔지니어링산업이란 수학, 과학, 기술은 물론 인문사회과학 등을 활용하여 인간에게 유용한 사물이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은 기초연구에 의해 얻어지는 원리와 이론, 그리고 기술은 과학이론을 활용하여 인간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기법, 지식, 절차들의 집합이라 한다면, 엔지니어링산업은 과학과 기술을 응용하여 적극적으로 인간을 위해 제품, 서비스나 문제해결책을 제시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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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실무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서 정의되고 있는 바, "엔지니어링산업"이란 엔지니어링 활동을 통하여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며, "엔지니어링 활동"은 과학기술의 지식을 응용하여 수행하는 사업이나 시설물에 관한 연구, 기획, 타당성 조사, 설계, 분석, 계약, 구매, 조달, 시험, 감리, 시험운전, 평가, 검사, 안전성 검토, 관리, 매뉴얼 작성, 자문, 지도, 유지 또는 보수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추진은 1) 기획과 설계, 2) 구매 및 조달, 3) 시공 혹은 조립, 4) 감리와 유지보수 단계로 나누어 이루어지는 데, 엔지니어링 활동은 시공이나 제조를 제외한 모든 단계의 활동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프로젝트의 부가가치는 기획부터 설계까지 15%∽20%, 감리와 유지보수 20%∽25%, 구매와 조달이 40%∽50%를 차지하고 있어 엔지니어링 활동이 전체 부가가치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의 프로세스
프로젝트 추진의 프로세스

구매조달은 단순 집행적 활동인 점을 감안하면 기획에서 설계까지의 활동이 전제 프로젝트의 부가가치와 품질을 좌우하게 된다. 한편, 일반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의 고용창출역량은 제조업대비 3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종별로 볼 때는 교량 등 SOC건설업, 발전소 등 플랜트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엔지니어링 활동이 중요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건설과 플랜트 업종이다.

엔지니어링 세계시장은 2015년 현재 1,400억불 규모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영국 등 5개 선진국이 전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선진국 기업들은 공정 라이센스 등을 독점하면서 기본설계(FEED)는 물론, 프로젝트관리(PM), 유지·보수(O&M) 등 엔지니어링 활동 중 고부가가치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LNG 액화 공정은 미국의 KBR, Bechtel 등이 독점하고 있어 후발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은 엔지니어링 후발국이나 시공경쟁력, 자국시장에서의 Track Record 축적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서 빠르게 성장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엔지니어링 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산업은 취약하다. 선진국대비 기업들이 영세하고 핵심기술력이 취약하다. 우리의 엔지니어링 5,500여개 기업 중 96%는 중소·중견기업이며,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한국전력기술 등 3개에 불과하다. 한편, 프로젝트 관리(PM)․기본설계(FEED) 등 고부가가치 활동의 기술은 선진국 대비 75% 수준에 불과하여 이 부분을 외국기업에 의존하면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형국이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 혹은 기업이 발주하는 주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우리 기업보다는 외국 기업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월드타워는 미국 시스카 헤네시 그룹이 기계설비 설계를 담당하여 美엔지니어링협회 주최 '2018 국가 엔지니어링 엑셀런스상'에서 수상한 바 있는 데, 롯데는 이러한 수상사실을 적극 홍보하는 등 우리 발주처들은 우리나라의 산업육성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인천대교의 경우에는 전체 발주금액 2조 4,680억원중 설계나 감리 등 엔지니어링 활동에 배당된 금액이 1조 1,459억원에 이르렀는데 이 부분은 영국 기업 AMEC이 담당했으며, 나머지 구매와 시공분야 1조 3,221억원에 대하여 삼성물산이 담당하였다. 한마디로 프로젝트의 고부가가치 부분은 외국기업들에게 잠식당하고 우리는 상세설계나 시공 등 저부가가치 부분을 담당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는 시공 경쟁력도 중국의 추격과 설계 역량 부실로 하락추세에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우리 산업의 취약성은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 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본설계(FEED) 등의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인력양성 기능도 취약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표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엔지니어링 활동 영역 중 가장 중요한 기본설계 부문에서 인력부족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대학의 고급 전문인력 양성기능도 취약하다. 업계에서는 우리의 대학들이 설계실습 등 체험·실전형 교육보다는 이론강의에 치중하고 있어, 엔지니어들의 현장 적응력이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S대의 교육과정은 주로 이론중심의 강의식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고 졸업조건으로 논문작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영국의 임페리얼대는 10개 설계프로젝트, 기업인턴 1회, Pilot Plant 실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서울대 EDRC 설립 등을 통해 현장실습위주의 고급인력양성을 추진중이나 규모가 제한적이고, 주로 기존인력 교육에 치중하고 있어 수요대비 공급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게다가 대학간 교육수준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인력공급자와 수요자간 정보비대칭이 심화되고 있어 기업이 자사에 맞는 인재를 뽑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국내에서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Track Record를 쌓을 기회가 부족하여 수주 저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점이다. 대형프로젝트의 경우 기본설계까지는 내부에서 결정하는 공기업의 관행으로 인해 엔지니어링 기업은 상세설계이후 단계에만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등 불균형적 수주가 관행이 되어 전체 프로젝트의 수행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또한 국내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와 무조건적인 외국기업 선호 인식도 문제다. 이런 인식은 민간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게도 만연해 있다.

셋째,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벗어난 엔지니어링산업 관련 제도와 관행이 지속되는 것도 문제이다. 기술력보다는 가격으로 결정되는 낙찰제, 정당한 대가 지불 기피 등으로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저가 수주가 만연해 우수한 인재의 유입이 어려워 혁신역량을 키워 가기는 커녕 재투자도 어려운 형국에서 기업이 영세화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조달청 등 정부기관들의 프로젝트 입찰방식도 문제이다. 엔지니어링 선진국에서는 가격 배점을 10%이하로 권장하는 등 종합심사제 방식을 채택하여 기술이 사업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나 국내에서는 적격심사방식을 채택하여 기술은 하나의 통과기준에 불과하고 가격이 수주 결정에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저가 수주의 원인이 되며, 재투자와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술사 자격증 보유 인원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기술사 시험합격율이 5% 내외로 저조할 뿐만 아니라 국토부 등 행정기관 출신의 기술사가 많아 기술사가 고령화되면서 이들이 실제 엔지니어링 활동보다는 관리업무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Professional Engineer는 25~30세에 합격하면서 합격률이 55.8%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술사의 경우는 합격 연령 평균이 43세에 이르고 있고, 합격률도 5.7%, 특히 건축구조의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정 수의 기술사가 확보된 업체에게만 입찰 참여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술사 자격증을 대여하는 사례도 나타난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사제도로 인하여 엔지니어들이 설 땅이 없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더욱 취약해지는 것이다. 기존 기술사들의 기득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발전적 혁신을 위하여 이런 제도를 철저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다가 최근에는 일자리·가정·고용친화기업 등 각 부처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정책에 부응하는 기업들에게 가점을 주는 입찰방식으로 인해 기술혁신보다는 이러한 점수 챙기기에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편, 정책자금 지원, 인력지원, 기술개발 지원 등 산업지원정책이 제조업, 기자재 업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소외되는 것도 문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방법이 없는 것일까?

우리 엔지니어링산업의 진흥을 위한 방법은 우리의 취약요인을 보완하고 긍정요인을 늘려가는 길이 될 것이다. 우선, 인력양성을 이론위주에서 실습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EDRC와 같은 인력양성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엔지니어링이 전체 프로젝트를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우리 엔지니어링 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우리 기업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어야할 것이다. 외국기업이 설계한 것을 자랑하는 시대는 청산해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 기본설계까지 내부에서 진행하고 상세설계 이후를 외부 엔지니어링 업체에 발주하는 관행도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Track record를 쌓을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은 기술사제도와 프로젝트 입찰방식이다. 이 제도들은 일제 강점기에 도입되어 현재까지 유지된 전형적인 기득권 보호방식의 제도들이다. 이제는 산업발전과 혁신을 위하여 기술사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합격률도 50%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하고 기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학교육과 기술사제도가 유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 입찰방식도 기술위주로 전환되어야 하며, 기술사 보유조건도 완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사, 석사 엔지니어를 기업이 확보하고 있으면 이를 기술사를 확보한 것으로 갈음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대폭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등 각종 법령 개정노력으로 이러한 시도들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과거부터 축적된 왜곡된 제도와 관행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엔지니어링산업이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이러한 노력이 엔지니어링산업에서도 연결되기를 희망적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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