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IoT 집대성되는 첨단 산업으로 변모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교통체증과 주차이다. 이 문제들은 개인 차원의 불편함은 물론 시간의 낭비와 공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빈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주차 공간의 절대적인 부족보다는 빈 공간에 대한 정보가 운전자에게 적시에 정확히 전달되지 못하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즉, 운전자에게 빈 주차공간 정보가 전달된다면 주차문제의 상당 수는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 주차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주차문제, 차량 소유자의 최대 골칫거리

전세계의 주요 대도시들은 주차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발생을 인지하고 주차공간의 확보를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영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주차장 부족으로 인해 63억 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하고, 교통체증이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일부 지역에서 주차수요와 시간, 장소 등에 따라 주차요금을 탄력적으로 부과하는 ‘SFPark’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43만 달러의 주차위반 벌금이 발생하는 등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실패했다.

 

국내 역시 주차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2013년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시민의 절반은 1년 사이에 불법 주차 경험이 있었는데, 이 중 74.6%는 과징금 등 불법주차로 인한 피해도 경험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의 2016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불법 주차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사람들은 85.9%에 달했는데, 불법주차 경험자는 77.7%로서 불법 주차가 문제시 되고 있음을 알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합법적인 주차를 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주차 문제의 원인과 불법 주차 이유  (출처: 엠브레인)
국내 주차 문제의 원인과 불법 주차 이유 (출처: 엠브레인)

 

특히 주차비가 비싸기 때문에 불법 주차를 한다는 응답은 다른 이유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주변에서 주차장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너무 비싸지 않은 적절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불법 주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말해준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약 2,253만대이며, 주차장 보급률은 98%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6년 기준 주차장 확보율이 129.2% 수준이다. 물론, 아파트가 전체 주차면의 상당 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대기업들도 주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도심에서도 주차장 확보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확보된 주차장의 정보를 제공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스마트 주차 앱의 등장, 검색 편의성에 예약과 결제까지 가능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된 이후 주차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주차’ 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GPS 기능으로 인해 이용자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서비스로서, 초기의 주차 관련 모바일앱들은 단순히 주차장의 위치와 수용가능 차량의 수 등 서비스 업체가 취합한 정보를 일방향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지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시간으로 빈자리 알림이나 예약, 그리고 모바일결제 등이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모두의 주차장’, ‘파킹박’, ‘파크히어’ 등 주차 앱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일방향적 주차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주차 예약과 내비게이션 연동, 그리고 모바일결제 서비스 통합 등으로 기능을 다양화했다. 특히 무료 주차장 정보는 물론 상품 구매 시 일정 시간 주차가 가능한 조건부 무료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주차 앱 (좌측부터 카카오T, 파킹박, 모두의 주차장)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한국의 대표적인 주차 앱 (좌측부터 카카오T, 파킹박, 모두의 주차장)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이 중 파크히어는 지난 2016년 2월 카카오에 인수되었으며, 카카오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인 ‘카카오T’의 한 기능으로서 주차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트업 중심의 시장경쟁에서 대기업도 본격 참여함으로써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스마트 주차 서비스가 이용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주차장 운영자도 빈 공간을 줄이고 탄력적으로 주차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특히 쇼핑몰 등은 자사 건물의 주차장이 만차 상태가 되어도, 가까운 주차장을 중개해주고 주차비를 지원함으로써 방문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최근 주차장 유무가 쇼핑몰이나 자영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고객유인 수단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민간 주차장은 물론 도심의 사무용 건물 등도 주차장에 여유가 생기는 주말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차장을 개방함으로써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수 있다.

 

주차장, 사물인터넷-인공지능 기술 접목되며 첨단산업으로 변모

과거의 주차장은 차량을 세울 수 있는 공간에 주차면을 마련하고 전담직원이 입차와 출차 시간을 기록하면서 요금을 징수하는 다소 원시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제 주차장은 다양한 ICT 기술이 접목되는 최첨단 산업으로 변모 중이다.

 

이미 입차하는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하는 시스템은 쉽게 볼 수 있으며, 결제도 자동화되어 무인 정산이 가능하다. 주차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안내하거나 주차한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효과적인 주차 서비스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방문하는 차량의 주차패턴을 파악하여 유휴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탄력적으로 주차비를 부과할 수도 있다. 또한 아직 주차장에 도착하지 않은 차량을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한 예약과 사전결제도 가능하다.

 

향후에는 운전자가 직접 주차장을 검색하지 않아도 차량이 직접 내비게이션에 입력된 목적지와 도착시간을 감안해 최적의 주차장을 검색하고 예약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스타트업들 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뛰어들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GS파크, AJ파크, 동양메닉스, 하이파킹 등이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주차장 설비 제공에 그치지 않고 주차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으로 인해 국내 주차장 사업은 보다 효율화되고 시장규모도 2020년 1조 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주차장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실제로 주차장 운영업체 뿐 아니라 주차장 특화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에게도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차별화된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휴노선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의 경우 화웨이와 같은 거대 기업들도 주차 시스템을 선보여 도심 곳곳의 주차장 정보는 물론 빈 주차면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화웨이의 스마트 주차 시스템 화면  (출처: 화웨이)
화웨이의 스마트 주차 시스템 화면 (출처: 화웨이)

 

이통사들은 사물인터넷 사업의 일환으로 주차장 사업 추진

이통사들은 사물인터넷 사업을 위해 주차장 운영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직접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전국에 걸쳐 로라(LoRa), LTE-M, NB-IoT 등 사물인터넷에 특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핵심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스마트 주차 서비스를 이미 지목하고 있다.

 

KT는 지난 2018년 1월 대한주차산업협회와 ‘스마트 주차장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LG유플러스도 이면도로 경계석에 센서를 부착하고 불법 주정차를 감지해 인근의 주차장을 안내하는 안심 주차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SK텔레콤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경영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차장 관리 전문업체 하이파킹에 대해 1천억원대 규모의 지분인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AJ파크의 인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스마트 주차 서비스에 대한 이통사들의 관심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올해 8월 일본 소프트뱅크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스마트 주차 서비스 ‘BLUU Smart Parking’의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는 차량을 식별하는 인공지능 카메라 센서를 산업용 장비업체인 C.T. Machinery와 공동개발했으며, 일본에서 10만대 규모의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는 스타트 어메니티(Starts Amenity)와 제휴했다. 소프트뱅크의 서비스는 기존 주차장 뿐만 아니라 개인주택의 주차공간도 공유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이에 앞서 일본 최대 이통사인 도코모도 ‘미사와 홈 부동산’과 제휴해 올해 4월부터 집합주택의 빈 주차장을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주차공유 서비스를 출시했다.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스마트 주차장용 차량 인식 센서  (출처: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스마트 주차장용 차량 인식 센서 (출처: 소프트뱅크)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계성 커지며 스마트 시티의 주요 요소로 부상

이제 주차장 서비스는 ‘자동차’를 매개체로 승차•차량 공유 등으로 구성된 모빌리티 서비스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또한, 주차장은 단순히 차를 세워 두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주차대행 서비스를 제공했던 럭스(Luxe)는 주차된 차량에 기름을 배달하거나 세차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럭스는 비록 사업을 중단했지만, 서 있는 차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아마존이 이어받았다. 아마존은 지난 4월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자동차까지 배송하는 ‘인-카 딜리버리(In-Car Delivery)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GM 및 볼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상품 배달원이 무선연결을 통해 고객 자동차의 트렁크나 문을 열어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다.

 

즉, 주차된 차량은 주차장 내 이용자만의 공간을 창출하므로 해당 공간을 대상으로 커머스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ICT 기술로 무장한 주차 서비스는 한정된 도심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스마트 시티의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 복수의 공유 주차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유동인구나 차량 흐름, 평균 주차시간 및 이용량 등의 데이터를 기존 모빌리티 서비스에 활용하거나 공공 교통 서비스 운영주체에 제공하면 공공 교통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주차장 운용의 유연성도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인 주차비 부과가 가능하여 교통혼잡 해소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장애인 주차공간 수도 탄력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 신축되는 건물들은 물론 기존의 주차장을 대상으로 ICT 솔루션의 적용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들에게도 상당한 사업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