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적 유전체 분석으로 정밀의료 실현에 다가서
면역 미세환경 조절 통한 악성 뇌종양 치료의 새로운 해법 제시

뇌종양 치료에 의한 유전체 진화 패턴 분석 (자료:보건복지부)
뇌종양 치료에 의한 유전체 진화 패턴 분석 (자료:보건복지부)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뇌종양은 화학약제 및 방사선을 사용한 적극적인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재발해 결국에는 수개월내로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아직까지 재발성 악성 뇌종양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했다. 이는 재발성 뇌종양 환자의 장기간 추적관찰 및 재발성 뇌종양 조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뇌종양 발생과 진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재발했을 때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의 과정 및 패턴 변화에 대한 유전체 분석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재발성 악성 뇌종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원발암에서 재발암에 이르는 장기간의 추적 관찰 및 조직 확보를 통한 체계적인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필요성에 힘입어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남도현 교수 연구팀은 표적 유전자를 발굴하는 연구를 통해 뇌종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뇌종양 재발암의 발생 위치에 따른 유전체 돌연변이 변화 패턴 (자료:보건복지부)
뇌종양 재발암의 발생 위치에 따른 유전체 돌연변이 변화 패턴 (자료:보건복지부)

세계 최초 뇌종양 재발 위치에 따른 유전체 변이 패턴 규명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 남도현 교수 연구팀과 삼성유전체 연구소 박웅양 교수 연구팀은 2015년 세계 최초로 뇌종양 재발 시 재발암의 발생 위치에 따라 유전체 돌연변이가 변화하는 특징적인 패턴을 규명했다. 교모세포종(악성뇌종양의 일종) 환자 38명에 대한 체계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최초 진단받은 암과 이 암이 재발했을 때 나타나는 유전체 돌연변이 프로파일을 비교 분석했다.

최초의 암 발생 위치와 비슷한 곳에서 암이 재발하면, 최초의 암과 비슷한 유전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최초의 암 발생 위치와 떨어진 곳에 암이 재발하면, 최초의 암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다수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재발한 뇌종양 환자에게 표적항암제 치료요법을 시행하는 경우, 재발암이 원발암과 위치가 다를 경우 반드시 재발암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야만 정확한 표적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발성 뇌종양 치료 신규표적 LTBP4 발굴 (자료:보건복지부)
재발성 뇌종양 치료 신규표적 LTBP4 발굴 (자료:보건복지부)

뇌종양 유전자 변이 진화 특성 분석으로 맞춤치료의 방향 제시

2015년 연구에 이어 다음 해 남도현교수팀은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라울 라바단 (Raul Rabadan) 교수팀과 글로벌 협력 연구를 통해 뇌종양 환자의 새로운 맞춤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연구팀은 악성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의 표준 치료 후 유전체 진화에 따른 치료 내성을 규명하기 위해 뇌종양 환자의 원발암-재발암 유전체 진화 패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63%의 환자에서 암의 재발 후 종양의 유전형 타입이 변화했고, 15%의 환자에서는 과돌연변이(hypermutation)가 발생했다. 또한, 11%의 환자에서는 추가적으로 LTBP4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는 것을 찾아냈다.

이번 실험으로, LTBP4 유전자가 재발성 뇌종양의 치료의 신규표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이를 타겟으로 하는 면역치료 및 표적치료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맞춤치료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통한 다부위 종양의 특성 규명 (자료:보건복지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통한 다부위 종양의 특성 규명 (자료:보건복지부)

시공간적 유전체 분석 및 약물스크리닝 적용, 맞춤치료의 임상 효과성 입증

남도현 교수팀은 2017년에는 뇌종양 유전체의 시공간적 구조 분석을 통해 최적의 표적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미국 콜롬비아대학 라울 라바단 교수팀과 협력해 의료영상 및 유전체 등 다차원의 데이터를 융합한 시공간적 진화 모델 구축 및 첨단 수학적 모델링 기법을 적용한 맞춤치료 전략을 실제 환자에게 검증했다.

뇌종양 중 치료가 힘든 악성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치료법 개발을 위해 종양 내 다부위 검체 및 원발암-재발암 짝 종양의 유전체 다차원 데이터를 융합 분석헤 종양의 시공간적 진화 패턴을 규명한 것이다.

국내 52명의 교모세포종 환자로부터 127건의 다부위 및 원발암-재발암 짝 유전체 구조 및 약물반응성을 분석한 결과, 서로 근접한 부위에서 채취한 조직들 또는 원발암과 근거리에서 재발한 종양의 경우 매우 유사한 유전체 발현 및 변이 양상을 보이지만 서로 떨어져 있는 종양으로부터 획득하거나 원발암과 원거리에서 재발한 종양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이한 유전체 발현 및 변이 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교모세포종과 면역 미세환경과의 상관 관계 (자료:보건복지부)
교모세포종과 면역 미세환경과의 상관 관계 (자료:보건복지부)

교모세포종의 표준 치료법에 면역 치료 병행해 항암내성 발현 억제

같은 해 남도현 교수팀은 미국 잭슨랩의 로엘 버락 교수팀 및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의 에릭 술만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종양 주변의 면역세포가 종양의 진화 및 항암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도 했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뇌종양 중 가장 악성도가 높은 암으로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단 후 기대 생존기간이 1년여에 불과한 난치성 암이다. 

이 연구에서는 교모세포종의 암조직, 환자유래세포, 종양 단일세포의 유전체 정보를 비교 분석해 종양 세포와 주변 미세환경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종양이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 후 항암내성을 획득하여 진화하는 과정에 종양 주변의 면역세포가 관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면역세포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항암내성 발현을 억제할 수 있음을 나타내며,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 면역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면역 치료의 병용(倂用) 요법이 뇌종양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종양 스페로이드에 기반한 임상예측 알고리즘 확립 (자료:보건복지부)
종양 스페로이드에 기반한 임상예측 알고리즘 확립 (자료:보건복지부)

종양 스페로이드를 활용 암 표적치료 혁신 길 열어

남도현 교수팀은 새로운 뇌종양 치료 해법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에는 암 환자의 맞춤 표적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 종양 스페로이드의 유전체-약물 반응성에 기반한 임상반응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이 치료법은 기존의 암세포 약물 선별(스크리닝) 방법에 비해 실시간 약물반응 결과를 쉽게 도출해 임상 적용성이 높고, 대규모 데이터 축적이 용이하다.

이 연구를 통해 환자 유래 종양 스페로이드의 약물 반응과 환자의 임상 반응이 일치하는 치료제를 사전에 규명함으로써 암 치료제의 임상 유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도현 교수(자료:보건복지부)
남도현 교수(자료:보건복지부)

선도형난치암연구사업단의 남도현 단장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진의 참여로 창출된 대규모 종양 스페로이드의 유전체-약물반응 분석을 통해 치료적중률을 높임으로써 암환자의 생존기간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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