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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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위기다. 거시경제 지표가 줄줄이 하강 곡선을 타고 있다. 수출도 잘나가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도체 한 품목에만 의지하고 있어서 위태위태하다. 무엇보다도 서민경제가 심각하다. 경기침체, 노사분규, 기업규제, 반 기업정서, 제조업 추락, 기업의 해외탈출, 투자 감소, 자영업자 줄도산, 가계 빚 증가, 일자리 증발 등 모두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악재들이다. 돌파구는 없는 것인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결국 밖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을 통합하여 거대경제권을 형성하는 FTA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에 다음과 같이 4회에 걸쳐 FTA로 경제위기를  돌파하자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FTA 빅뱅의 본질

FTA 연방시장이라는 새로운 거대 경제영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FTA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FTA는 세계 경제의 공급과잉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각 국가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 간에 상호 거래장벽을 허물고 시장을 통합하는 일종의 글로벌 교역 네트워크이자, 생존전략이다. 따라서 FTA 네트워크 밖에 위치하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함에 따라 2017년 10월 기준으로 455개의 FTA가 발효되었고, 논의 중인 것을 포함하면 700여개 이상의 FTA가 지구촌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Facebook이나 Google 같은 SNS 망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 FTA의 실체, 역시 글로벌 교역 네트워크로서 초 연결 네트워크의 일환인 것이다. 이 FTA 교역이 전 세계 무역의 60%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세계무역의 주류로 부상했으며, FTA 시장 내에서는 참여한 여러 나라 기업들이 동일한 규범조건으로 경쟁하는 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국경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수출시장을 지키기 위하여 FTA 경쟁에 뛰어 들었고, 2018년 11월 현재 16개 FTA에 57개국과 FTA를 발효 및 체결하게 되었으며, 몇 년 안에 약 30개 FTA에 100여개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FTA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이제 개별 국가차원의 양자 FTA로는 부작용도 많고 경쟁력 확보도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다자 FTA인 RCEP, CPTPP, FTAAP 등 거대한 메가 FTA가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FTA 매몰비용인 이른바‘스파게티 볼’효과를 회피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다자 FTA내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어떻게 이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이를 파악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대표적인 다자 FTA들을 다시 살펴보고, 진출방안을 강구해보기로 한다. 먼저 곧 타결이 예상되는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은 16 개국이 참여하고, 인구는 36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48.7%, GDP는 21조 달러로 세계 GDP의 29.5%, 무역규모 10.5조 달러로 전 세계무역의 29.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다음으로 최근 논의가 시작된 FTAAP(Free Trade Area of the Asia Pacific : 아태자유무역지대) 는 APEC 2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FTA로서 세계 면적의 46.3%, 인구 28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39.9%, GDP는 43조 달러로서 세계 GDP의 57.4%, 무역규모는 17.5조 달러로서 세계 무역의 47.5%나 되는 세계 최대의 메가 FTA 시장이다. 또한 미국의 재참여가 예상되고, 일본이 주도하는 CPTPP (Comprehensive Progressive Trans Pacific Partnership :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11개국이 참여하며, 인구 5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6.9%, GDP는 10.2조 달러로서 세계 GDP의 13.5 %, 무역규모는 4.8조 달러로서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규모의 다자 FTA이다.

만약 미국이 복귀한다면 12개국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인구가 8억 명(세계인구의 11.1%)이고, GDP는 28.8조 달러(세계 GDP의 37.4%)이며, 무역규모는 8.5조 달러(세계 무역규모의 25.9%나 된다. 그런데 현재 이 CPTPP에 영국, 한국, 대만,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코스타리카와 더불어 중국조차 가입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욱 거대한 메가 FTA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메가 FTA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미 FTA 같은 양자 FTA는 물론, 한·중·일 FTA, RCEP, CPTPP, FTAAP 등 거대한 메가 FTA 뿐만 아니라 아세안·EU 같은 다자 FTA 공동체와도 FTA를 체결하였으며, MERCOSUR·GCC·SACU·PA 등과도 FTA의 체결 또는 가입을 검토 중이다. 이러다 보니 복합 FTA 체결도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이런 현상들이 마치 미국 같은 큰 나라들의 국가형태인 연방 국가와 흡사하여 이를 FTA 연방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FTA 연방시장 접근법

자, 이제 우리는 이 거대한 FTA 연방시장으로 들어가서 수출도 해야 하고, 투자도 해야 하고, 공장도 돌려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FTA 연방시장의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살펴보자. 한마디로 이제 개별국가 차원이 아니라 초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필자가 LG경제연구원과 한국FTA산업협회의 연구결과 등을 종합하여 4-프레임 분석방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FTA 연방시장 분석 4-프레임 (출처: LG경제연구원 + 한국FTA산업협회 (2016.7))
FTA 연방시장 분석 4-프레임 (출처: LG경제연구원 + 한국FTA산업협회 (2016.7))

첫째는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별 시장 잠재력, 역내 무역전환 가능성, 주요 품목들의 전후방 부가가치 현황, 정치·노동 등의 시장 리스크, 물리적 접근 용이성 등을 고려하여 시장접근 여부 및 방안을 분석해야 한다.

둘째는 제도 경쟁성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초국가적 규범 통일, 모범규제관행 등과 같은 신 규제 운용 체제, 초국가 경쟁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제도, 투자에 대한 제도적 보장, 국내제도와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조화 등과 같은 제도적 측면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고, 나에게 유리한지를 분석해야 한다.

셋째로 생산 분업적 측면에서도 분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별 비교우위 요소파악, 업종별 글로벌 생산망, 부품의 아웃소싱 가능성, FVC (FTA Value Chain) 현황 및 전환가능성, 산업구조 변화, 글로벌화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로 신 가치의 창출 가능성 측면에서도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형태 재정의, 지리적 한계 탈피, 내·외수 한계 극복, 규모의 경제로 재편, 신 수출시장개척, 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인데 FTA 연방시장 진출의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시장분석 방법 외에도‘FTA 시장진입 5-분석’,‘FTA 시장 타당성 검토 4-Test' 등 다양한 분석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FTA 연방시장에 대한 분석방안은 기존의 무역시장 분석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FTA 연방시장은 상호 호환이 안 되는 시장들의 집합인데 비하여, 기존무역 시장은 글로벌 표준화 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사슬 연계전략이 다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다보니 시중에서 가장 착각을 하는 것이 GVC(Global Value Chain)에 대한 오해이다. GVC는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주체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때의 GVC 성립 전제조건은 확장성과 연속성, 보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기업의 글로벌 생산 가치사슬이 특정국가에서 단절된다면 그 기업은 생산 GVC 자체를 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FTA 시장에서의 가치사슬은 FTA간의 호환 불가로 인하여 가치사슬 자체가 FTA마다 단절된다. 예를 들면 한·중 FTA와 미국·이스라엘 FTA 간에 호환이 불가하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 프로세스, 즉 생산 GVC를 동일한 조건으로 연계하기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 FTA 교역현장에서는 FTA 시장에서의 가치사슬을 FVC, 일반 무역시장에서의 가치사슬을 GVC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기회에 기업, 학계, 언론, 정부 등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GVC와 FVC라는 개념을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

 

FTA 연방시장에서의 글로벌 전략 재설계

시장 분석이 끝나면 다음으로는 새로운 경제영토인 FTA 연방시장에서의 경제주체들인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동인을 파악해야 한다. 즉 국가별로 산재되어 있던 수요자인 소비자들이 동일시장으로 통합된 후의 구매결정 요인 파악이 중요하다. 특히 FTA로 인한 정보, 지식, 기술, 상품, 서비스, 자본, 인력 등 생산요소의 자유이동으로 인한 수요 변동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파악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급자인 기업의 이익동인 파악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의 이익은 일반적인 산출방식으로는 가격과 매출량을 곱한 총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면 이익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고 매출량을 늘리는 반면, 원가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새로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책임), FTA 등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CSR이 활발한 기업의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FTA를 잘 활용하면 수출도 증대되고 수익도 증가하고, 일자리도 내수기업보다 더 많이 창출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이익동인도 다양화하고 있으므로 FTA 연방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어떤 동인으로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를 사전에 파악하고 진출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는 FTA 연방시장에서 총 요소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총 요소경쟁력에는 품질, 가격, 납기, 비용, 물량, 인력, 기술, 특허, 표준, 브랜드, 디자인 등이 있다. 어떤 제품이 기존 무역시장에서 수출되고 있다고 가정하자. 기존의 표준화된 무역시장에서 수출이 된다는 것은 품질이든, 가격이든, 디자인이든, 브랜드이든, 거래비용이든 나름대로의 글로별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볼 수 있다. 그러나 FTA로 인한 규범과 조건 등이 변화된 시장에서 기존의 총 경쟁요소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FTA로 변화된 규범하의 총요소경쟁력을 파악하여 미흡하면 보완하고, 충분하더라도 강화해야 한다. 이런 FTA를 활용한 총요소경쟁력 강화 활동이야말로 FTA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FTA 시장 총요소경쟁력 현황 (출처: 한국FTA산업협회)
FTA 시장 총요소경쟁력 현황 (출처: 한국FTA산업협회)

아울러 FTA 가치사슬의 최적 확장도 필요하다. FTA 시장은 FTA 마다 개방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의 무역시장보다는 개방되어 경제적으로 통합된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생산이나 판매 등의 가치사슬이 국내를 넘어서 확장된 FTA 시장에서 총요소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최적화된 확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첫째 사례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국경을 최대 8번이나 왕복하면서 수출된다. 즉 NAFTA를 활용하여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72%는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①멕시코산 철광석이 미국으로  넘어가 ②미국에서 철판과 부품으로 만들어져 멕시코로 이송되고 ③멕시코에서 싼 인건비를 이용, 부품을 조립해 미국으로 넘기고 ④미국은 다시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멕시코로 보내서 멕시코산 자동차가 완성되어 ⑤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 8번이나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왕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는 축산 분야의 분업이다. 미국 텍사스 송아지가 멕시코로 넘어가서 멕시코 국경 치와와주에서 월령 12개월로 키워지고, 이 송아지들이 다시 미국으로 넘어가 텍사스 농가는 30개월까지 키운 뒤 도축하여 멕시코로 소고기가 수출 된다고 한다. 모두 총요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가치사슬을 최적화하는 활동들이다.

이와 같은 국경을 넘나드는 생산 가치사슬의 확장 사례들은 FTA 시장에서 가치사슬이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FTA 연방시장에서는 글로벌 시장보다는 내수시장 개념으로, 수출입보다는 Out-Bound & In-Bound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비즈니스를 추진해야한다. 이외에도 FTA 시장에서의 마케팅, 아웃소싱, 구매전략, 물류전략, 투자전략, 소비자 보호전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활동도 이제는 국경을 넘어 확장된 FTA 시장에서 최적화 되어야 한다. 이를‘FTA 연방시장의 초국가경영전략’이라고 한다.  

결국 위에서 살펴본 FTA 연방시장에서의 초국가경영전략은 FTA 확산으로 촉발된 새로운 경영전략이다. 이제 기업이나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들은 현재까지의 글로벌 전략을 FTA 연방의 특성에 부합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경제주체인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3회에서 살펴보자.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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