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와 기업의 역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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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4] 전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은 보통 아이디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사업성과 실행 능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받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다 보니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일정 수준의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를 받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는 투자금이 필요한 젊은이들이 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나 제품 등 ‘이미 만들어진 형태의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유형, 무형의 어떤 것’을 가지고 와야 투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니 더 쉽지 않다.

새로운 시대에는 투자자의 개념과 투자금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고 위험을 좀 더 감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펀드를 운용하는 VC(Venture Capital:전문 투자자)나 엔젤 투자자 이외에 정부와 기업이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요 투자처로 등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통적인 선진국이자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한 미국은 이미 대규모 투자그룹 단위에서 수십 년 전부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문화가 단단하게 만들어져왔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만든 ‘요즈마 펀드’를 필두로 경제개혁 수준의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한 이스라엘 역시 이를 통해 국가 경제가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했으며, 이런 증명을 통해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차세대 경제대국들도 이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정부의 세금과 기업의 법인세 및 영업이익 일부를 창업 자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도 큰 비용을 들여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스타트업 집중 지원 육성정책으로 나라의 빚은 물론 경제까지 일으킨 이스라엘의 예와 비교해보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예를 들어 인도를 보더라도 엄청난 지원 규모를 실감할 수 있는데 최근 무려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스타트업 창업자금 시장을 감독하고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규제기관 설립방안을 검토할 정도라고 한다. 당장 이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지역/산업별로 찔끔찔끔 지원하고 생색내는 수준을 벗어나 진심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 화끈하고 확실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이유

첫째, 자본의 논리를 생각해보자. 돈은 쌓인다. 그런데 돈은 중력의 법칙과는 무관해서 더 많이 가진 자들이 더 높은 곳에 있는 역피라미드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더 많은 보통 사람들은 또 정상 피라미드의 형태로 아래에 있다. 경제가 항상 환상적인 균형으로 평화를 유지할 순 없겠지만 자본(돈)과 사람들(수요+공급=소비)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이 두 가지 피라미드가 합쳐져 하나의 반듯한 정사각형을 이루는 것이다.따라서, 스타트업(창업)은 정부와 기업들이 그동안 분배하지 않았던 막대한 잉여자금(잉여로 분류되었어야 할)이 필요하다.

둘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1억의 자본이 필요한 개인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사회문제) 5년간(시간문제) 열심히 노력해서 1억을 모았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회사는 문을 닫았고(창업교육의 문제) 결국 투자금의 반의반도 회수하지 못한 채, 다시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때, 이 회사 대표의 정신력이나 의지력에 따라 또 다른 사회문제(좌절, 가정파괴, 자살 등)가 발생할 수도 있고, 또는 다시 재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재창업은 하기 힘들게 된다. 즉, 사회에 정착하고 국가에 기여하며 살고 싶었던 이들에게 ‘다음’이 없는 것이다. 지구라는 한 배에 탄 인류라는 동료들끼리 그동안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모색은 하지 않은 채 개개인의 욕심과 본능적인 판단으로 어설픈 ‘각자도생’을 하다 보니 생긴 결과이다.

 

창업 독려 및 투자의 핵심은 또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당연히 창업, 스타트업, 프리랜서들의 성공과 이들이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창업주들의 성공과 실패와는 관계없이 해당 투자금은 사회에 흘러 들어가 여러 산업의 자본의 원천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즉, 자연스럽게 자금이 돌게 해준다는 것이다.

우선, 1명의 창업주가 1억 원의 투자금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소규모 사업체를 이끌어가면 평균적으로 10명 안팎의 직원을 고용하는데 이를 통해 고용문제 해결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체 투자에서 적어도 10% 정도가 성공한다고 가정해보면 수치상으로 1만 명이 창업하면 최대 10만 개에서 최소 1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뿐 만이 아니다. 창업(스타트업)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가능한데 IT, 전자, 전기, 에너지, 식품, 농업, 기술, 유통, 제조, 서비스 등 업종도 다양하고 해당 업종에 따라 원료비, 원자재/재료비, 부품비 등 사업의 기본 재료에 대한 소비와 부동산, 인테리어, 가구 등 물리적인 기업의 형태를 위한 비용, 제조, 유통 등 생산 및 이동에 대한 비용, 식비, 여가비 등 기업과 기업에 속한 직원들이 사회 및 생활에서 쓰는 비용 등 기초 투자금(1억 원)의 대부분이 사회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곳에 속속들이 환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더 긍정적인 점은 이는 창업의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어차피 지원받은 투자금은 모두 다 쓰도록 지원 계약을 할 테니 말이다.

만약 1만 명이 창업 투자금을 받고 시작한다고 봤을 때 그 규모는 1조 원에 달한다. 또 1만 개의 스타트업 중 유니콘 규모(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빠른 성장으로 기업가치가 1조 원에 달한 기업)의 기업이 탄생하기라도 한다면 이미 1조 원 투자에 대한 본전은 찾은 것과 같으니 또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해당 유니콘 스타트업은 해당 수익의 일부를 또 다른 스타트업들을 위해 환원하니 능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과연 이 예는 그럴싸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까, 아님 정말 일어난 일일까?

위 아이디어는 실제 사례에 근거하며 이 덕분에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대국으로 경제부흥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원 사례: 요즈마펀드

1993년 요즈마펀드 조성을 기점으로 스타트업, 창업기업 지원 및 육성에 정부, 시, 군대 그리고 국민들이 모두 함께한 이스라엘은 이미 이를 통해 수 차례의 성공을 경험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1인당 국민 총생산(GDP)은 한국보다 1만 달러나 높은 4만 258달러를 기록 중이다.

그럼 이스라엘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뜬구름 잡는 듯한 대규모의 지원사업을 성공시켰는지 함께 알아보자.

그들은 다브카(Davka)로 불리는 ‘실패에 대한 용인과 다양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대국민 창업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정부는 실패한 창업자에게 첫 창업 때보다 더 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자금지원을 약속한다. 그들에게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며 그 누구도 실패에 대해 모욕하지 않는다. 텔아비브에는 매년 1,000개의 스타트업이 등장하지만 이중 2%만이 성공할 정도로 성공률은 낮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하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거나 패배자로 불리는 한국과는 달리 이스라엘 정부와 요즈마펀드는 공적부문에서 실패한 98%의 창업자를 지원하는 재원을 따로 관리하며 재창업 시, 첫 창업 때보다 통상 20% 이상 많은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게다가 단 한 개의 성공사례가 없어도 실패에 대한 책임은 공무원도, 당사자도 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도전하도록 독려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정부 및 행정 조직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유망 스타트업을 계속 발굴할 수 있고, 스타트업을 하는 창업가들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살아있는 사례이다. 그 결과 거듭된 실패에도 텔아비브의 계속된 지원 덕분에 ‘윅스(WIX)’와 ‘웨이즈(Waze)’ 같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윅스(WIX)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웨이즈(Waze)는 구글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창업 실패 비용과 예산낭비 문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지는 걸까? 이스라엘 공무원과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텔아비브시와 사회가 모든 책임을 진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와 사회가 이를 떠안고 지속적으로 끝까지 지원했고 결국 이런 분위기가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정부와 기업이 한국의 창업가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며 현실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시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안정적인 번영과 혁신적인 미래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창업(스타트업)은 일종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자 수백만 가지의 실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대한 실험실과 같기에 제아무리 큰 기업의 R&D센터나 정부의 노력도 이를 따라올 수는 없다. 따라서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고 싶다면 타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실험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원 대상이나 아이디어는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과 수익 모델(Profit Model)이 준비되어야 하지만 지원금 자체는 아이디어의 현실성과 수익성 검토, 대표의 실행 의지 및 이력 정도만 충족하면 지원이 되고, 비즈니스 전문가 그룹이 붙어 수익 모델을 개발해주는 방향으로 한다면 실패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의 자금은 이미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스템과 낡은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수년 내의 미래는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한 국가와 기업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주역은 창업기업(스타트업) 및 프리랜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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