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매개체로 자동차와 로봇도 스마트 단말로 급부상

CES2019 (출처: CES)
CES2019 (출처: CES)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TV와 백색가전 등 집에서 이용하는 가전제품은 물론 PC와 스마트폰 등 개인 단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한 해의 트렌드를 예고하고 개별 기업들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월 8일~11일 개최된 CES 2019 행사에서도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이 모여 전략 상품들과 제품 콘셉트를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행사의 핵심 주제는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은 개별 단말 수준에서 이용가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매개체로 각 단말들이 서로 연계되어 통합된 서비스 이용환경을 구성함으로써 진정한 스마트홈 환경의 도래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특히 자동차와 로봇으로도 인공지능 기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새로운 스마트 단말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음도 보여주었다.

 

자동차, 신기술들의 가치를 높일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 본격화

자동차는 이미 새로운 스마트 단말로 주목받고 있으며, 2~3년 전부터 CES에서 많은 전시가 이루어졌기에 올해 행사에서도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최신 기술을 전시하는 것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CES 2019에서 자동차와 관련해 새롭게 등장한 트렌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인터넷 접속, 즉 커넥티비티(connectivity)와 자율주행 등 새롭게 도입되는 기술 요소들이 일상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여부가 화두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우선 자동차 운전석을 포함한 실내 공간에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거나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정보 및 콘텐츠 제공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퀄컴, 파이오니아 그리고 중국의 신흥 전기차 업체 바이톤(Byton) 등은 대형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한 콧픽(cockpit) 콘셉트를 제시했다.

 

삼성전자 디지털콕핏 2019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디지털콕핏 2019 (출처: 삼성전자)

 

또한 인포테인먼트 측면에서는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개인비서의 통합이 주된 이슈였다.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의 ‘알렉사’를 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시키는 것인데, 이 경우 이용자들은 운전 중에 음성으로 내비게이션 조작, 식당 검색 및 예약, 음성 통화 등을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아이오티(iOttie)나 하만 산하의 JBL, 로브(Roav) 등은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는 기존 차량에서도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거치대 등의 차량용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액세서리 (출처: iOttie)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액세서리 (출처: iOttie)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액세서리 (출처: RoavBolt)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액세서리 (출처: RoavBolt)

 

자율주행 측면에서 완성도를 더욱 높인 기술적 진보에 대한 시연과 전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퀄컴과 엔비디아 등은 C-V2X 통신이나 자율주행에 최적화된 컴퓨터 플랫폼을 강조했으며, 여러 부품 및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 플랫폼을 여전히 강조했다.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도 2017년 인수한 IDQ의 양자 센싱 기술을 적용한 ‘단일 광자 라이다(LiDAR)’를 공개했으며,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 지도 제작 플랫폼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활용성’이 특히 강조된 것이 올해 CES 행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자율주행은 운전에서 해방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그 시간을 장악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미디어 업체들은 자동차가 새로운 동영상 시청경험이 가능한 단말로 인식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 아우디는 자회사 홀로라이드(Holoride)를 통해 디즈니와 협력하여 인카(in-car) 가상현실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는 뒷좌석에 앉은 승객이 가상현실 단말을 착용하고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동영상이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인텔 역시 워너브라더스와 협력해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해당 콘셉트카에 탑승한 승객이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고담시를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시연했다.

한편,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수단으로서 큰 관심을 받은 것은 현대차가 공개한 ‘엘리베이트(Elevate)’이다. 현대차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 및 미국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 선드버그-페라(Sundberg-Ferar)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 중인 엘리베이트는 걸어다니는 자동차로서, 기존 자동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현대차에 따르면 시속 5km의 속도로 1.5m 높이의 벽을 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CES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소형의 모형으로서 시연이 이루어졌다. 이 같은 엘리베이트는 바퀴를 통해 도로를 주행해야 한다는 자동차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대차 ‘엘리베이트’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 ‘엘리베이트’ (출처: 현대자동차)

 

로봇, 물류 산업에서도 라스트마일(last-mile) 담당 핵심 수단으로 부상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삼성 봇(Samsung Bot)’ 3종과 ‘젬스(GEMS)’라는 로봇을 공개했다. ‘삼성 봇 케어’는 노약자 등을 위한 의료 보조용 로봇이며, ‘삼성 봇 에어’는 집안의 오염된 곳을 감지해 직접 이동하며 공기질을 관리하는 로봇이다. 또한 ‘삼성 봇 리테일’은 쇼핑몰이나 음식점 등에서 결제와 서빙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젬스는 웨어러블 보행보조장치로서 고관절,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쉽게 걸어 다닐 수 있게 지원한다.

 

삼성 GEM (출처: 삼성전자)
삼성 GEM (출처: 삼성전자)
삼성 봇 3종 (출처: 삼성전자)
삼성 봇 3종 (출처: 삼성전자)

 

그리고 삼성전자가 공개한 로봇들은 산업용 로봇이 아닌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로봇 시장의 발전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우선 가정에서 애완동물처럼 인간의 벗이 되거나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로봇 또는 노인 등을 위한 의료용 로봇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 로봇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되어 이용자를 식별해 감정을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무거운 짐을 드는 작업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하거나 보행을 지원하는 외골격 로봇도 주목받고 있다. LG전자 역시 외골격 로봇 ‘클로이 슈트봇(CLOi SuitBot)’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이외에 로봇 관련 업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매장 또는 거리에서 활용되는 로봇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되면서 이용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매장 내에서 손님을 안내하거나 짐을 운반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특히 커머스 및 물류 산업에서 주목하고 있다. 해당 산업에서는 배송을 위해 자율주행차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차도에서 집으로 배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형 로봇을 통해 최종 고객까지, 즉 ‘라스트마일’까지 상품을 배송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차량 부품업체 콘티넨탈(Continental)은 자율주행 차량 CUBE와 개 모양의 로봇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콘셉트를 제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 및 로봇 제조사로서 유니콘 스타트업이 된 중국의 유비테크(UBtech)는 이족보행 가정용 로봇 ‘워커(Walker)’와 매장용 서비스 로봇 ‘크루저(Cruzr)’를 공개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개를 활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콘티넨탈의 서비스 컨셉 (출처: Continental-RoboDogs)
자율주행차와 로봇개를 활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콘티넨탈의 서비스 컨셉 (출처: Continental-RoboDogs)
유비테크의 ‘워커’와 ‘크루저’ (출처: 유비테크)
유비테크의 ‘워커’와 ‘크루저’ (출처: 유비테크)

 

인공지능 개인비서 통해 단말 영역간 장벽 허물어져

자동차와 로봇은 전통적으로 컨슈머용 가전제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ICT 기술의 발전에 따른 융합으로 인해 이제 자동차와 로봇도 기능이 다양화되고 인공지능 등 기술을 통해 더욱 스마트해지고 ‘가전’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음이 이번 CES를 통해 잘 나타났다. 또한 해당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 역시 크게 낮아져 타 업종 또는 스타트업들도 새롭게 속속 진입 중이다.

또한 구글과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의 일환으로 각 사의 개인비서를 써드파티 개발사들의 단말에 쉽게 통합하거나 연동하도록 지원하고 있어 하드웨어 스타트업들도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자사 단말을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이번 CES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를 지원하는 사물인터넷(IoT) 단말을 선보인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처럼 컨슈머용 단말의 점주가 더욱 확대되고, 각 단말이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탑재한다는 것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매개체로 이종 단말간 유기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스마트홈 환경이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서 집 안의 가전 제품 조작이 가능해진다.

또한 최근 구글 액션, 아마존 알렉사스킬, 그리고 삼성 빅스비 기반의 캡슐 등 음성 앱 시장이 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플랫폼 도입 단말의 증가는 그만큼 많은 단말로 고객 접점이 확대되고 더 많은 단말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어도 인공지능 탑재 단말의 확산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는 단말을 통해 구현되며, 충분한 가치를 주는 서비스와 연동되지 않는 단말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이번 CES 2019가 주는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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