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법'으로 떠들썩… 해외 '자율주행'으로 화들짝

세계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교통 형태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이미 자동차 제조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동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빠르게 성장 중인 모빌리티 산업의 국내외 동향에 대해 주목했다.

 

우리나라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 필요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19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 고도화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업체’로 방향을 잡고 미래 자동차 시장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던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소장은 지난해 열린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카카오택시 관련 빅데이터 활용 사례 소개에 앞서 “앞으로 자동차 제조의 시대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고 편안한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택시 시장은 아직까지 눈, 비, 폭염 등 날씨 변화와 행사, 축제 등 특정 상황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구조적으로 탄력요금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편하고 안락한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온다면 승객들은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고가의 돈을 들여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만족도 높은 이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우버’ 사례처럼 카풀 서비스 등 정부와 택시 기사들 간 적절한 타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로 인해 승차공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나, 세계적인 흐름을 읽고 국내에서도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이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정부 법적 규제는 여전... 틈새 노린 ‘TADA(타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한국에서 쉽지 않은 비즈니스다. 우버는 과거 한국에 진출했다가 규제로 인해 사업을 접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즈니스보다 법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부 규제 완화, 발 빠른 혁신에서 생겨나는 부작용 해결 방안 등 모빌리티 시대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쌓였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카풀 서비스는 중단됐으나 다른 형태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활용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차량호출 서비스 ‘TADA’ 이야기다. 택시업계는 TADA 출범 당시에도 반대했다. 그러나 렌터카 사업자가 빌린 차를 유상으로 운송하면 불법이지만,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렌트할 경우 예외로 인정한다. TADA는 이런 이유로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VCNC에서 실시한 TADA 서비스는 두 달 만에 20만 앱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고 여전히 인기를 몰고 있다. 특히 택시보다 비싼 요금에도 TADA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출퇴근 및 심야 등 시간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도 승차 거부 없이 편히 이동 가능하다는 점, 운전기사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TADA의 사례를 볼 때 우리는 비싸더라도 ‘실질적인 효율성’이 있으면 이용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용자가 많은 걸 고려한다면, 모빌리티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출처: 우버)
세계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출처: 우버)

 

해외에서는 우버, 리프트, 그랩이 선도 중

해외에서는 우버, 리프트, 그랩이 사람들의 모빌리티 수요를 바로 매칭해주며, 활발하게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보다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가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가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는 개념이 아니라 비효율적이었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존재로 들어선 것이다. 기존 산업혁명의 모습에서 벗어난 자동차 매개 서비스 ‘모빌리티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는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으로 미국 우버가 있다. 지난해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34조 원으로 평가받았으며, 이는 미국 3대 완성차 회사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우버는 도요타를 제외한 자동차 기업들을 가뿐히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기업가치보다 우버의 기업가치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리프트’도 있다. 2012년 등장한 리프트는 우버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다. 리프트는 지난 2016년 GM으로부터 약 5,645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같은 해 약 7,902억 원의 연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현대기아차가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금액이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한 투자 중 최대 규모였기 때문에 이목을 끌었다. 그랩은 우버, 중국 디디추싱 등과 함께 차량공유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2012년 설립된 후 그랩은 동남아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2017년 기준 1일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이 460만 건 정도이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보고 있기에 미래 가능성이 밝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수단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수단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인용 이동수단 ‘스마트 모빌리티’는 인기몰이

자동차 승차공유는 국내 규제에 막혀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 반면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휠 등 전기로 움직이는 차세대 1인용 이동수단 ‘스마트 모빌리티’ 이용자는 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배기가스 걱정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공유 서비스 등장으로 새로운 생활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했다.

2010년 이후 모빌리티 핵심이 이동으로 변했고, 차량 공유가 개인 이동수단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버스, 택시와 다른 성격을 지닌 개인 이동수단이 중요해졌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교통체증, 공해, 교통사고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우버 또한 이를 공략해 차량 공유를 넘어 자전거, 스쿠터 등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 중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 모빌리티 판매량이 2014년 3,500대에서 2017년 7만 7,000대로 21배 증가했다. 세계 시장 매출도 지난 2015년 4,0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에는 20조 원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일본 시장은 매년 200%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다. 또한, 환경 문제에 예민한 미국과 유럽의 경우 스마트 모빌리티가 대중화됐으며 파리, 샌프란시스코 등 교통체증이 심각한 대도시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버드, 라임 등 대표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공유 업체는 단시간에 기업가치가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인상된 택시 요금보다 저렴하게 단거리를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는 점차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대한 대응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요타, 모빌리티 시스템 구축에 집중

일본은 ‘미래투자전략 2018’에서 Society5.0과 데이터구동형 사회로의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디지털 기술 사회구현에 대한 방침을 내놓았다. 차세대 모빌리티 시스템 구축은 일본의 중점 분야 중 하나다. 향후 모빌리티 동향을 파악하면 자동차뿐 아니라 철도, 항공, 물류 등 다양한 산업의 경계를 넘어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일본은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이 모빌리티와 결합해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우버의 기업가치를 유일하게 넘어섰던 도요타는 지난해 모빌리티 컴퍼니를 위해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기도 했다.

또, 그 해 열린 ‘CES 2018’에서 도요타는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차세대 전기차 ‘e-Palette’를 선보였으며, 이를 활용해 이동 서비스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갖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MSPF, Mobility Service Platform)을 발표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동향도 심상치 않다. 주차장 공유 서비스 런칭에 이어 서비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자전거 공유 등 모빌리티 서비스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움직임처럼 앞으로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결합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질 전망이다. 현재 축적되는 모빌리티 빅데이터를 통해 일별, 연도별 개인 통행 패턴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우리나라도 새 변화에 대응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승차 공유 문제로 시끌, 세계 흐름은…

국내에서 택시 업계와 승차 공유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이 미국은 자율주행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무인택시 서비스를 개시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현재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스쿠터와 자전거 공유 사업을 강화했던 우버도 자율주행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이외에도 자율주행 전동 스쿠터와 자전거 개발에 나선다는 우버의 소식은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해외 기업 동향을 살펴보면, 자율주행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미래다. 물론,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의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교통법으로 통제받기 십상이다. 승차 공유, 법 제도 등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보이는 상황이다. 머지않아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가 활성화됨에 따라 미래신산업에 대한 앞날도 밝아지길 바란다.

 

국내 첫 규제 샌드박스 승인, 경제 성장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첫 규제 샌드박스 승인, 경제 성장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 위한 방안 필요

앞서 말했듯 모빌리티 빅데이터로 개인별 통행 시간, 목적, 경로를 분석·진단할 수 있으며, 통행 형태에 따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차량 내비게이션 데이터, 모바일 데이터, 대중교통카드 데이터를 통한 움직임으로 파악 가능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에 모빌리티 데이터 기반 빅데이터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로써 빅데이터 기반 국민 통합이동성을 조사·분석해 열악한 통행권 중심의 모빌리티 개선, 이에 따른 미래 모빌리티 개혁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의하면 국토교통 R&D 사업이 최근 10년 간 연 평균 2.4%씩 확대되고 있으며, 교통분야 R&D 투자액은 연 500억 원 수준이다.

특히 2021년부터 교통, 물류, 도로 분야 연구개발사업을 스마트 모빌리티 입체교통 체계 연구개발사업, 미래 공존형 자율주행 혁신사업, 미래 스마트 융복합 기술개발사업, 차세대 스마트 도로 인프라 기술개발사업 등 4개 사업으로 개편한다. 스마트 모빌리티가 새로 등장하면서 미래형 신교통수단이 필요해지는 등 새로운 교통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미국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을 개정, 추진 중이며, EU는 산업 육성을 위한 일원화된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 혁명 속에서 우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시급하며, 서로의 이익만 챙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도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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