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로봇 활용 증가 추세

스카니아의 자율주행 트럭 군집주행 테스트 장면 (출처: Scania)
스카니아의 자율주행 트럭 군집주행 테스트 장면 (출처: Scania)

 

모빌리티 산업은 하드웨어와 서비스 모든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통신기능을 접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인공지능 개인비서를 통해 차량 대상의 온디맨드 서비스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산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들은 비단 승용차와 교통 수단 등 기존의 모빌리티 산업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제, ‘자동차’의 개념 변화로 인해 이를 활용하는 수 많은 산업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으며, 그 중에서 물류와 커머스가 대표적인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 물류 비용 줄일 핵심 기술로 주목

현재 전세계 트럭 시장은 높은 연료비 이슈와 함께 운전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 주요국에서 운전자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merican Trucking Association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이미 48,000명의 운전자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포함한 최첨단 기술들을 트럭에 접목시키고 있다. 특히 향후 2~3년 내 생산을 목표로 발표된 전기트럭 콘셉트들에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최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필수로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자율주행 기술을 트럭에 접목시키면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 자율주행차 기반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웨이모(Waymo)도 지난 2017년 자율주행 트럭을 테스트하고 있음이 알려졌으며, 우버와 DHL 등은 이미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서비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율주행 트럭은 물류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큰 기존 운송업체나 커머스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1월 말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 엠바크(Embark)의 트럭을 이용한 장거리 화물 운송 사업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엠바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Alex Rodrigues) CEO는 구체적인 명단을 발표할 수는 없지만 여러 대기업들을 위해 고속도로에서의 장거리 운송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아마존 이외에도 이미 여러 업체들과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한 화물 운송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테스트 중인 엠바크의 자율주행 트럭 (출처: Embark)
아마존이 테스트 중인 엠바크의 자율주행 트럭 (출처: Embark)

 

실제 거리에서 자율주행차의 운행이 아직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트럭은 고속도로 등 일부 제한적인 거리에서 운행되는 것이 테스트되고 있다. 우버의 경우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오토(Otto)를 2016년 9월에 인수했는데, 2018년 3월에는 자율주행 트럭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테스트 방식을 공개했다. 일반 트럭이 고속도로 근방의 허브까지 트레일러를 운반하면 자율주행 트럭이 트레일러를 이어받아 고속도로 구간을 자율주행하고 다시 목적지 근방의 허브에서 일반 트럭에 트레일러를 넘기는 형태이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의 초기 단계로 분류되는 ‘군집주행(Platooning)’의 경우 이미 도로에서 테스트를 거치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V2V(Vehicle-to-Vehicle) 기술에 기반한 트럭들이 바짝 붙어서 도로를 집단으로 주행하는 군집주행은 가장 앞선 트럭이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뒤에 있는 차량의 연료소비가 줄어들어 전체적인 연료효율을 높여주고 교통정체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존재한다. 군집주행은 트럭 제조사 스카니아(Scania)를 비롯한 다양한 업체들에 의해 이미 유럽과 아시아 일대에서 군집주행 테스트가 활발히 진행되어 실용성을 입증했다.

 

라스트마일(last-mile), 자율주행차-로봇 활용 배송 시도 증가

대규모 화물 운송뿐 아니라 이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소위 라스트마일(last-mile) 구간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의 접목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몇몇 상품을 싣고 일반 도로를 자율주행해 고객에게 배달하는 소형 자율주행 배송 로봇은 다수의 업체들에 의해 테스트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상용화된 상황이다.

스타쉽 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y)가 가장 대표적인 업체로서, 동사는 미국 및 유럽의 커머스 및 음식배달 업체들과 협력해 테스트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상품 구매자는 로봇이 도착했을 때 미리 전송된 코드를 이용해 상품을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배송 과정에서의 도난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스타쉽 테크놀로지 이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대형 커머스 업체와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배송용 로봇이 다수 등장한 가운데, 아마존 역시 최근 ‘스카우트(Scout)’라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공개했다. 아마존은 스카우트 개발을 위해 2017년 ‘디스패치(Dispatch)’라는 업체를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외에도 지난 2월 초에는 자율주행 기술업체 오로라(Aurora)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아마존의 배송로봇 ‘스카우트’ (출처: 아마존)
아마존의 배송로봇 ‘스카우트’ (출처: 아마존)

 

한편, 자율주행 배송로봇의 경우 한번에 싣고 다니는 상품 수는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많은 상품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주요 거점 지역까지 이동하고, 해당 지역에서 고객의 집까지는 배송 로봇을 활용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메스세데스 벤츠는 이미 2016년에 스타쉽 테크놀로지의 배송 로봇 6대를 싣고 다닐 수 있는 밴(van) 차량을 공개했다. 이 밴은 자율주행차는 아니지만 배송용 로봇을 위한 모선(mothership)의 역할을 하는 차량 콘셉트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지난 1월의 CES 2019 행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컨티넬탈(Continental)이 실제로 자율주행차와 개 모양의 배송 로봇을 결합한 서비스 콘셉트를 제시했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싣고 다니는 벤츠의 밴(van) (출처: 벤츠, https://postandparcel.info)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싣고 다니는 벤츠의 밴(van) (출처: 벤츠, https://postandparcel.info)

 

자율주행차를 이동형 상점으로 활용

자율주행차를 배송에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찾아다니는 이동형 상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 역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로보마트(Robomart)로서, 동 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실제 거리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에 과일과 채소, 가공식품 등을 싣고 다니면서 고객들이 구입하도록 하는 것인데, 특히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마트의 자율주행 이동형 상점 (출처: 로보마트)
로보마트의 자율주행 이동형 상점 (출처: 로보마트)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지난 18년 1월 자율주행 플랫폼 ‘이팔레트(E.Pallete)’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자율주행 셔틀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팔레트 셔틀은 일반적인 자율주행차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동형 병원이나 숙박시설은 물론 이동형 상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도요타의 ‘이팔레트’ 플랫폼 (출처: www.theverge.com)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도요타의 ‘이팔레트’ 플랫폼 (출처: www.theverge.com)

 

물론,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배송 로봇이나 이동형 상점 역시 규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작은 크기의 로봇과 이동형 상점은 차도가 아닌 인도로도 주행이 가능한데, 자칫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에는 기존의 자율주행차 못지않은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에 주요국에서는 테스트 기간에는 사람이 직접 모니터링하거나 원격 조작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사람’만이 대상이 아니다

‘자동차’는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수단으로서, 이동하는 대상이 반드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모빌리티 수단에 접목된다는 것은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운전하는 차량과 달리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빠른 배송을 필요로 하는 커머스 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이 승차공유나 차량공유와 같은 특정 몇몇 서비스의 등장을 유발하는 것뿐 아니라 타 산업을 위한 핵심적인 ‘인프라’로 작용하여 전체 경제 시스템의 효율화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은 여러 규제 이슈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인해 새롭게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모빌리티 시장과 관련된 논란은 주로 승차/차량 공유 등 사람이 이동하는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류와 배송 등으로도 확대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 경우 택시 업계뿐 아니라 화물, 택배 등 이해당사자들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어떠한 혁신적인 서비스도 도입될 수 없다.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명확한 규제원칙을 세우고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 요소들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사회적 타협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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