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 (출처: 스타트업4)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 (출처: 스타트업4)

 

4차산업 혁명에 따라 전 세계에서는 공유경제 시대를 맞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유경제 개념조차 모호한 실정이며, 규제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공유경제협회가 출범, 조산구 회장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간단한 회장님 및 협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단법인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인 동시에 주식회사 위홈(wehome)과 코자자 대표이기도 합니다. 과거 KT와 LG유플러스에서 신사업 담당 임원(상무)으로 지냈습니다.

7년 동안 공유숙박업을 운영해오면서, 두 가지 관점에서 ‘공유경제’를 바라봤습니다. 한 관점은 사업자 입장으로, 또 다른 관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적인 입장을 생각했습니다. 사업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는 듯 했습니다. 따라서 민간 차원에서 공유경제 판로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해 한국공유경제협회를 출범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흐름이 기존 플랫폼 사업자 중심에서 조합주의로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조합주의는 말 그대로 참여자가 주체가 되는 모델입니다. 조합형 공유숙박은 커미션이 없고 인센티브까지 참여자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모델입니다. 국민으로서 공유경제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공유경제협회는 50여 개 단체 및 전문가 기관이 모인 단체로 작게는 100개 기업, 크게는 200개 기업을 회원사로 둘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공유경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상황에서 저희가 민간 대표 단체의 대변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공유경제는 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반면 한국은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엔 공유경제가 없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이해, 중요성, 생태계적 관점,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시작 이전 단계’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역설적으로 늦어진 만큼 오히려 잠재력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가 공유경제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개념을 정확히 잡아서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보다 빠르고 더 현명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유경제 분야로는 모빌리티, 공유숙박·오피스 공유 등 공간공유, 핀테크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각 분야에서 살펴보면 조금씩 진행되고 있지만 공유경제 활성화가 잘 이루어지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2017년 중국판 에어비앤비 ‘투지아’는 씨트립으로부터 3천 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의 금융기업들한테 투자된 전체 금액은 3천 억 원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열악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와 생태계 등 여러 관점에서 부족합니다. 다만, 희망적인 건 정부가 공유경제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겁니다.

승차공유는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굉장한 교통 혁신입니다. 당장은 피해가 커 보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에서의 사업은 제일 먼저 사회적 인식 제고, 합의 도출을 중요시합니다. 공유경제는 경쟁을 하되, 사회적 가치, 공공적 가치, 환경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끌 것인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공유경제로 혁신할 경우 사회에 어떤 득을 주는지 파악한 다음 접근해야 합니다.

차량 모빌리티 즉, 공유차량이 단순한 서비스 같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교통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진화, 그중 교통 분야의 진화는 꼭 가야 할 길입니다. 어떻게 진행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서로 이해를 돕고 해법을 가지고 접근했어야 했는데 이해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는 정부 태도가 아쉽습니다. 양자 간 이해관계를 토대로 해결이 될 수 있는데 정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유숙박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관광 산업 발전 모델로써 기존 숙박업을 갖는 고충을 풀어주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쪽은 지금이라도 빨리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당사자 간 합의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인 전략 없이 진행된 점이 안타깝습니다.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 (출처: 스타트업4)
조산구 한국공유경제협회 회장 (출처: 스타트업4)

 

그렇다면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하며, 공유경제의 변화와 방향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해외 사례의 경우도 궁금합니다.

‘다 함께 공유로, 더 좋은 세상을’. 이것은 협회 비전이자 모토입니다. 협회는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노력,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 △생태계 활성화 구축 △회원 간 협력증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간 커뮤니케이션은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공유경제는 사회적 발전을 위한 것이지, 특정 사람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다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형평성을 가진 채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일본처럼 100세 시대, 노령화 시대와 지방 재정이 갈수록 약화될 때 이런 문제를 공유경제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아트 관련 유명 도시를 예로 들겠습니다. 아티스트에게 공방을 따로 주고 작품을 전시하면서 공유숙박을 합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집을 관리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사람들의 가치관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소유보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일자리 또한 앞으로 본인이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뀔 겁니다. 이게 전부 공유경제로 돌아가는 흐름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공유경제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끌고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뒤처져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첨단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는 첨단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에 제도적인 부분이 만들어지면 금방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간 ‘플랫폼 조합주의’를 실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중간 매개자 없이 개개인 가치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독점 플랫폼 사업자를 뺄 수 있는 기본적·철학적·기능적인 요건을 블록체인이 만들었습니다. 한국이 독점 플랫폼 사업자 대신 조합형 모델로 접근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선진적인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로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까지 우리나라는 거쳐야 할 과정들이 남아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까지 우리나라는 거쳐야 할 과정들이 남아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첫 승인했습니다. 앞으로 공유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공유경제는 규제가 아닌 전략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규제도 전략이 나와야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적인 전략이 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현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책이나 전략이 나올 수 없으며, 규제를 정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공유경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가 전략의 시작입니다.

제도 도입 전 정확한 현상에 대한 진단과 이해, 방향성과 전략이 나와줘야 합니다. 그 다음 제도 개선은 전술적인 것입니다. 전술적인 건 추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해도 없이 진행하는 건 문제입니다. 공유숙박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방향이 달라지는 중입니다. 공유숙박이 사회적 합의 차원을 넘어서서 완전히 시너지를 내는 모델로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가 급변한 상황에서 정부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규제 샌드위치 도입은 좋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규제 시스템은 정부 조직이나 제도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규제여야 되는데 현재 정해진 틀 안에서만 실행 가능한 형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네거티브 레귤레이션 시스템으로 확 바꿔야 합니다.

전략 부분에서 일본과 중국이 공유경제를 잘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시행착오조차 겪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공유경제로 전체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장기적인 사회문제 해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속 국내 모빌리티 시장 현황과 미래 모습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기간에 중국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입니까?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홈이 에어비앤비를 따라 잡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우버도 조합형 모델로 진행하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점 등 투자가 적어도 서비스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소비자였던 개개인이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소비도 시민 중심의 경제모델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유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부가가치가 존재합니다.

중국은 공유경제에서 알리바바 같은 회사를 여러 개 만들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즉, 중국 정부는 투자, 펀드, 합법화 등 전략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성장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이제 공유경제에 대해 정부가 나서 관심을 가져주고 의견이 표출되는 상황으로, 향후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공유경제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국가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공유경제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국가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승차공유 서비스 기업들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보다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실적으로 돈을 덜 쓰고도 다양하고 더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공유서비스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낫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모빌리티 서비스로 가야 한다는 흐름이 있습니다. 우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확장성이 더 큽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를 보고 현대차도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빌려주는 식으로 바뀔 것으로 봅니다. 확실한 건 소유에서 공유를 통한 경험 경영시대로 바뀌는 변화입니다. 내제된 가치에서 벗어나 공유경제는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를 흐르게 만듭니다.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사람들의 욕구 변화도 있지만 지금의 과잉소비, 과잉생산이 지구 자원을 고갈시키며 환경 파괴한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악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공통된 집단적인 방어의식이 작동한다는 것 또한 공유경제의 동력이 됩니다.

 

해외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자율주행으로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사회적기업=공유경제 기업’으로 관점을 바꿔 접근해야 합니다.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이 기본이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성장합니다. 가치 구현에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 이익 창출로 이어집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북한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택시 시스템이 약한 북한에 처음부터 승차공유를 실시함으로써 사회적 인프라 조성에 드는 비용과 일반 소비 욕구 충족을 한 번에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협회에서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카포르, 대한민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모인 쉐어아시아얼라이언스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컨퍼런스를 개최하며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공유경제 방향에 대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 중입니다.

 

회장님의 말씀처럼 공유경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유경제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환경은 너무 열악합니다. 독점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결국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공유경제를 어떻게 보고 어떤 전략 짜는지가 중요합니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투자처럼 공유경제 중요성이 인지되면 그만큼 사회적인 가치 창출, 혁신 관점에서 펀드 같은 게 빨리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공유경제에 참여합니다. 정부가 미래 가치 및 사회적 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생태계적으로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또한, 지자체가 나서서 유기적인 관계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전략이 전체적으로 나오는 게 시급합니다.

 

지난 1월 개최된 한국공유경제협회 출범 기념 컨퍼런스 (출처:한국공유경제협회)
지난 1월 개최된 한국공유경제협회 출범 기념 컨퍼런스 (출처:한국공유경제협회)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과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공유경제의 전체적인 인식을 정확히 하고, 중요성을 제고하는 등의 일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인식제고, 사회적 합의도출, 생태계 조성, 국내외 협력 등 3가지의 기본 단계를 다져놓고자 합니다.

또 올해는 사단법인으로서의 역할, 회원 확장, 정부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쉐어아시아얼라이언스와 영문 책 출간 등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기재부의 노력은 높이 사고 있습니다. 기존 정부에서 해왔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자세가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공유경제 중요성 인식을 제대로 해 국가 차원의 전략 방향을 확실하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이 규제 문제입니다.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모빌리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맞게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펀드가 조속히 만들어져 정부 차원에서 의지를 보였으면 합니다. 아울러 정부에게 기업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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