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 명의 구독자 보유한 인기 '1인 크리에이터' 데이지

구독자 운동캠프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 중인 데이지(가운데) (출처: 데이지)
구독자 운동캠프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 중인 데이지(가운데) (출처: 데이지)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1인 크리에이터란 개인이 창작한 영상 등을 인터넷을 통해 대중에게 제공하는 1인 창작자를 의미한다.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인 크리에이터를 희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수요는 많지만, 이에 대한 전문 교육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스타트업4>에서는 인기 1인 크리에이터에게 1인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길을 물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최근 ‘콘돔’ 리뷰 영상을 통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이지’.

 

데이지 프로필 사진 (출처: 데이지)
데이지 프로필 사진 (출처: 데이지)

 

2014년 6월 26일 낯설기만 했던 1인 크리에이터로서 첫발을 떼었다

“당시 직장에 갓 입사해서 뷰티를 취미 삼아 즐기던 시절이었어요. 2013년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퇴근하면 밤마다 화장품을 써보고 다양한 메이크업을 해봤어요. 주말에는 화장품 가게에 들러 온종일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미국 유튜버 미셸 판의 ‘바비인형 메이크업’ 영상을 보게 됐어요.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가 평소에 하던 메이크업을 촬영해 ‘NATURAL DOLL MAKEUP’이라고 제목을 지었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여주니 유튜브에 올려보라면서 한국어 제목을 지어줬어요. 재미 삼아 영상을 올리게 됐는데, 그게 제 유튜브의 시작이 됐어요.”

그녀는 지금은 구독자가 42만 명에 이르는 인기 1인 크리에이터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세간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무섭고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당시에는 1인 미디어의 수익 모델이 정착되지 않았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알려지기 전이어서 제가 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에 가까웠어요. 저도 1인 미디어에 대한 자각이 없는 상태였고요. 더 좋은 카메라와 조명도 사고, 화장품에 드는 비용도 매달 몇십만 원씩 되다 보니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했지만, 불확실한 가능성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무서웠고, 힘들었어요.”

 

브랜드 라이브 방송 (출처: 데이지)
브랜드 라이브 방송 (출처: 데이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다양한 수익모델 가능해

최근 들어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전국 초중고교생 2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5위가 유튜버였다. 데이지는 그 이유를 다른 직업에서는 찾을 수 없는 1인 크리에이터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고 꼽았다.

“1인 미디어 시장에 점점 자본이 유입되고, 생태계와 수익모델이 형성되면서 큰 인기와 수익을 얻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대부분 1인 미디어가 되기 전 그들도 평범한 학생이었거나,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언론에 크게 알려진 후 더 많은 사람이 ‘나도 도전하고 싶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 직장인이었지만 미셸 판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제 채널을 시작하게 된 셈이니까요. 또 요즘에는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이 직업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그녀는 1인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진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인 크리에이터는 겉으로 볼 때는 자신만의 매력과 콘텐츠로 대중을 사로잡는 직업이지만, 자신의 매력이나 장점이 아무리 뛰어나도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1인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에요. 대부분 끼나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콘텐츠에 녹여내면 자연스럽게 전달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로 대중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1인 크리에이터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선택하되 그 틀 안에서는 절대적으로 대중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진 콘텐츠를 생산해야 해요. 기획부터 단어의 선택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타기팅하는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와 태도를 일관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핵심이에요.”

 

로레알 DIC 패널 토론 진행 모습 (출처: 데이지)
로레알 DIC 패널 토론 진행 모습 (출처: 데이지)

 

공감대와 신뢰 쌓일수록 브랜드 가치와 연결돼

1인 크리에이터로서 ‘데이지’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처럼 1인 크리에이터가 자신을 브랜드화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저는 영상을 찍어 올렸을 뿐이지만, 저를 찾아주고, 데이지라는 크리에이터에 의미를 부여해준 건 구독자들이에요. 시청자들은 완벽한 콘텐츠나 완벽한 크리에이터를 원하지 않아요. 다만 시청자 본인에게 귀 기울이고 시청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향해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크리에이터에게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쌓이는 공감대와 신뢰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로 연결되고요.”

데이지는 ‘메이크업’, ‘다이어트’, ‘여성용품’, ‘성생활 용품’ 등을 주제로 다양한 영상에 대한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를 동경하는 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이다.

“제 영상을 시청하는 분들은 주 연령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이에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공감대와 궁금증을 가진 만큼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의문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생기면 적어놓는 편이에요. 저는 당연시 여겨지는 관습이나 습관, 그리고 시장의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는 분야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일상에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고,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관심사와도 잘 맞고, 시청자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지가 3개월 전 올린 ‘뷰티 유튜버의 솔직한 5종 콘돔 리뷰!’는 조회 수 300만을 넘기고, 댓글이 3,000개가 넘게 달리며, 현재도 반응이 매우 뜨겁다. 데이지는 이 영상에 대한 반응이 이처럼 폭발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뷰티 유튜버는 뷰티 콘텐츠만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왜 뷰티 유튜버가 콘돔 리뷰를 하지?”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봐 처음에는 걱정했었어요. 우연히 집 청소를 하다가 콘돔을 발견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관계할 때 콘돔은 남녀 모두가 소비하고 경험하는 것인데 왜 나는 콘돔에 대해서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래서 “이제부터 관심을 한 번 가져보자”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게다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어떤 콘텐츠를 찍어볼까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기획하게 된 콘텐츠여서 아직도 조회 수가 실감이 안 나네요.”

대표적인 뷰티 유튜버 중 한 명인 데이지는 뷰티 콘텐츠 위주로 영상을 제작하다가 최근에는 ‘여성용품 리뷰’, ‘성생활 용품 리뷰’, ‘호신술에 대해 배운 후기’와 같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데이지의 관심이 여성의 ‘미’ 중심에서 여성의 ‘성’ 중심으로 이동했다.

“사실 예전부터 이런 다양한 콘텐츠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청자 연령대가 시장 초반에는 아주 낮았고, 또 요리, 키즈, 게임, 뷰티 등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된 콘텐츠가 주로 소비됐어요. 그런데 2018년에 들어서면서 유튜브 시청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1인 미디어 콘텐츠로부터 원하는 가치와 지식도 다각화됐어요. 덕분에 시청자의 요구에 맞게 카테고리의 틀에서 벗어나는 영상들도 제작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앞으로 펼쳐 나갈 여성의 ‘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여성의 건강이나 생활에 밀접한 제품 리뷰는 계속해서 해 나갈 계획이에요. 제품부터 생활습관까지 여성이 주 소비자인 분야 제품들은 발전 가능성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사용해보고 의견을 시청자들과 교환함으로써 시장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지금은 대답해 드릴 수가 없어요. 콘텐츠에는 의외성의 가치도 포함돼 있으니까요.”

 

베트남 뷰티 크리에이터 워크샵 진행 모습 (출처: 데이지)
베트남 뷰티 크리에이터 워크샵 진행 모습 (출처: 데이지)

 

"왜 이 콘텐츠가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데이지는 벌써 유튜버로 활동한 지 햇수로 6년째를 맞았다. 이제는 베테랑 1인 크리에이터가 됐지만, 콘텐츠 기획과 관련해서는 늘 깊은 고민이 따른다.

“저는 기획안을 만들 때 ‘왜 이 콘텐츠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일 수도 있고,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일 수도 있지만, 세부 기획은 철저히 그 목적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요. 보통 콘텐츠를 기획하다 보면 이 이야기도 하고 싶고, 저 이야기도 흥미로운 것 같아 전부 넣다 보면, 처음 목적과 달리 내용에 통일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되, 핵심적인 단어나 주제는 반드시 표시해두고 영상의 목표와 어떤 점에서 들어맞는지 옆에 작게 메모를 해요.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기획안을 적어두면 콘텐츠를 제작하고 촬영할 때, 스스로 의도하는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참고할 수 있어요. 1인 크리에이터는 혼자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해야 해서 기획안이 PD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작성해야 해요.”

데이지는 새내기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1인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잡아둘 고화질의 영상 촬영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면, 시청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준의 화질을 가진 영상 촬영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이 필요해요. 그 외에는 자신이 지향하는 카테고리의 콘텐츠에 따라 음향장비, 조명 등 필요한 장비들이 달라질 수 있어요. 저는 뷰티 카테고리 중심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서 얼굴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조명 장비들이 있고, 제품의 정확한 움직임이나 표현을 보여주기 위해 60 프레임 영상 촬영 카메라를 사용해요. 하지만 처음 1인 방송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휴대전화로 촬영해도 괜찮아요. 저도 야외에서 촬영할 때는 종종 휴대전화를 활용해요. 상황과 콘셉트에 맞는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화질이나 음향이 깨끗하고 조명이 정확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데이지는 1인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1인 크리에이터는 앞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지닌 직업이자, 지금도 팽창하고 있는 시장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정해진 길과 한계가 없어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해요. 5년 동안의 제 콘텐츠 안에는 저의 가치관의 변화 과정이 그대로 담겨있어요. 제 삶에서 앞으로 펼쳐질 작고 큰 선택의 기로들을 시청자들과 가감 없이 공유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 1인 크리에이터가 하는 일이니까요. 여러분도 사람들과 함께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나가길 응원할게요.” 

 

집에서의 촬영 세팅 모습 (출처: 데이지)
집에서의 촬영 세팅 모습 (출처: 데이지)

 

데이지

본명은 김수진, 나이는 1990년생으로 만 29세다. 미국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13년 졸업했다. 그 후 카이스트에서 MBA를 전공한 후, 2017년 수료했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