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로 거듭난 방송인 오정연

창업가로 거듭난 방송인 ‘오정연’ (출처: 스타트업4)
창업가로 거듭난 방송인 ‘오정연’ (출처: 스타트업4)

‘서울대학교 3대 미녀’, ‘전 KBS 아나운서’ 등 그녀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여기에 수식어를 또 하나 추가할 때가 됐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창업가이자 사장님이다. 다방면에 다양한 재주를 가진 그녀가 어떻게 카페 창업까지 하게 됐는지 귀 기울여보자.

 

Q. 카페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모든 기회는 우연히 찾아와요. 작년 10월, 대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카페 아르바이트에 도전하게 됐어요. 마포구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가게였는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 사장님이 혹시 카페를 인수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왔어요. 5년 정도 된 카페였는데, 많은 애정이 깃든 카페니까 다른 용도로 바뀌는 것보다는 제가 인수해서 계속 그 모습으로 유지되길 바란 것 같아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장님이 바빠서 혼자 꾸려나간 시간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러면서 든 생각이 카페를 혼자 운영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거였어요. 관리하는 것만 배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카페를 인수할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상권이 좋은 곳이다 보니 권리금이 상당히 높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예산이면 상권이 크지 않은 곳에 저만의 콘셉트와 개성을 가진 카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을 거듭하다가 직접 창업하기로 결심했어요.

저는 창업 전까지 한 기업의 대표가 되고,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직접 현장에서 뛰어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래도 사장님의 카페 인수 제의가 없었으면 창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의를 받은 뒤, 창업하기까지 고민의 시간이 그리 길진 않았어요. 3주 정도. 저는 한 가지에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라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오정연 씨가 만든 주스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오정연 씨가 직접 만든 주스 앞에서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Q.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창업하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아르바이트는 대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니까 주변에서는 ‘무슨 의도가 있냐, 창업하려는 것 아니냐’고 많이 물어봤어요. 외부에서 보기에 이색적이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반응들을 접하다 보니,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언가 항상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어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뒤로 미루면서 산 거죠. 그래서 이제는 순수하게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히말라야 등정하는 분들이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 등반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거기 있었기 때문에 오른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냥 마음이 이끌려 아르바이트와 창업을 하게 됐어요.

출처: 스타트업4
오정연은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카페 창업에 도전했다. 출처: 스타트업4

Q. 유명인으로서 카페 아르바이트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많은 일을 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문득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어요. 스스로 ‘유명인’이라고 생각하면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누가 뭐라고 하진 않을까. 왜 저걸 하지. 방송하는 사람이 일이 없나. 진짜 궁한가.’ 이런 오해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의식하지 않게 된 거죠. 내 마음과 의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실천하며 살자고 결심했어요.

 

Q.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직장생활을 안 한 지 오래돼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또 일이 서툴러 사장님이 구박할 때는 서럽기도 했어요(웃음). 제가 아르바이트했던 카페는 커피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스를 판매했기 때문에 외워야 하는 레시피도 굉장히 많았어요. 과일 양을 잘못 맞춘다든지, 아이스 커피를 주문받고, 따뜻한 커피로 만든다든지, 따뜻한 커피에 얼음을 넣어서 차갑게 만든다든지, 이럴 때 눈치가 보였어요. 또 수동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려고, 물을 틀어놨다가 다른 주문을 받으면서 정수기를 못 멈춰서 홍수 난 것처럼 바닥에 물이 흥건한 적도 있었어요. 바닐라, 헤이즐넛, 모카, 초콜릿 시럽 등 시럽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서 잘못 넣는다든지 그런 실수를 연발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실수할 때마다 사장님은 저를 굉장히 강하게 키웠어요.

 

Q.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싶거나, 아르바이트 시작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실수할 때는 자책도 많이 했죠. 그렇지만, 그만두고 싶거나 후회한 적은 없어요. 처음부터 다 잘할 수는 없어요. 이런 과정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저를 강하게 키운 사장님은 저와 동갑이에요. 물론 혼내기도 했지만, 카페와 관련해 많은 것을 알려줬어요. 지금은 친한 친구가 됐죠. 통하는 점이 많아요.

카페 아르바이트 시작 전, 에스프레소머신 앞에서 셀피 촬영 중인 오정연 씨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카페 아르바이트 시작 전, 에스프레소머신 앞에서 셀피 촬영 중인 오정연 씨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Q. 사장님이 채용 시에 정연 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채용했다고 들었어요.

사촌 동생과 함께 카페 면접을 봤어요.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통 저를 말끔하게 정돈된 이미지, 단정한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캐주얼하게 입고 가서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전화한 뒤 찾아갔는데, 나중에서야 알아봤다고 하더라고요.

카페 아르바이트 중인 모습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카페 아르바이트 중인 모습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Q. 카페 채용 공고는 수없이 많았을 텐데, 그 카페에 지원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집에서 가까운 곳을 우선순위에 뒀어요. 또 제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평일 5일 아니면 주말 내내 일하는 것이 보통의 아르바이트 근무조건이었는데, 요즘 올라오는 채용 공고를 살펴보니 평일 이틀, 그것도 3시간 정도씩만 근무하는 곳이 많더라고요. 근무시간이 탄력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이 카페도 근무 시간이 오전 7시 30분에서 오후 1시 30분까지였어요. 그래서 방송 녹화 시간과 겹칠 일이 거의 없어 아르바이트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갑자기 방송 녹화 스케줄이 잡히면 사촌 동생이 대신 근무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사장님이 OK 해서 일하게 됐어요.

카페 아르바이트 중인 모습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오정연 씨 인스타그램)

Q.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창업에는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으면, 창업할 생각을 못 했을 거에요. 아르바이트 경험이 카페 창업에 절대적인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죠. 보통 관련 업종의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고, 창업하는 분들이 많아요. 컨설팅 업체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래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듣고 경험한 것이 있으면 자신감이 붙게 되죠. 저 역시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자신감의 근원이 됐어요.

 

Q. 카페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콘셉트로 오픈하나요?

4월 중순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서강대학교 부근, 마포구 신수동에 자리를 잡았어요. 이번에도 역시 집에서 가까운 곳을 찾았어요. 방송이 없을 때는 매장에 계속 상주할 생각이어서 동선이 가까워야 해요. 카페 콘셉트는 제 취향과 대중들의 취향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어요. 빈티지 레트로와 모던이 대표 콘셉트에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 했어요. 레트로는 쉽게 질릴 수 있고, 유행을 타는 경향도 있어서 모던을 많이 섞었어요. 1950년대 미국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카페 이미지를 많이 반영하려고 했어요. 카페 이름은 ‘CherryBly’에요. ‘Cherry+Lovely’, ‘Cherry+Ably’의 뜻을 담고 있어요. 체리에는 많은 뜻이 있어요. 여러 체리 중에서도 블랙 체리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블랙 체리는 성숙하고, 여물었고, 건강하고, 단단하지만 안은 부드러워요. 저를 의미하기도 해요. 카페 시그니처 메뉴에도 체리가 주재료로 들어가요. 음료 이름은 ‘체리 온 탑’이에요.

 

Q.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카페가 서강대학교 옆에 위치하다 보니까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밀레니얼 세대라서 미타임(me time)을 굉장히 중시해요. 자신만의 시간을 부린다고 할까요. 주도적인 세대죠. 이런 학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돈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모자라도 디저트 먹을 시간, 힐링하는 시간을 찾는 세대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 거죠. 무엇보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예쁜 공간을 마련했어요.

또 커피와 디저트는 물론이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인테리어에 투자도 많이 했고요. 요즘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은데,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 있는 부분은 인테리어라고 생각해요. 단발성 방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방문할 의사가 생길 만큼 예쁘고 편안하고, 재미도 있는 카페를 만들고자 했어요.

 

Q. 카페를 창업할 때, 필수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신이 나서 제 모든 것을 할애했었는데, 주변에서 객단가를 산출해서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해 왔어요. 하루에 몇 명이 올 것인지 예상하고 계산해서 하루 이익이 얼만큼 생겨야 카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계산해봤더니, 카페를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좋은 공간을 대중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하는 거죠.

출처: 스타트업4
출처: 스타트업4

Q. 실제로 창업에 도전해보니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요?

계획적으로 창업한 것이 아니고, 우연한 기회에 창업하다 보니 준비해놨던 예산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제 욕심으로는 카페 대표 이미지로 제 캐릭터를 내세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서 포기했죠. 그래서 돈을 낭비한 부분도 있어요. 제 욕심과의 싸움이었던 거죠.

또 다들 ‘창업하면 고생’이라고 제 SNS에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는데, 아직은 재밌어요. 그렇지만 힘든 부분도 분명 있어요. 방송 섭외를 거절할 경우, 보통 매니저들이 거절해요. 그런데 캐릭터 제작 업체, 카페 인테리어를 맡긴 업체 등에 거절 의사를 직접 밝혀야 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죠.

 

Q. 올해 목표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예전처럼 각박하게 목표만 바라보고 가지 않으려고 해요. 카페 창업에 대해 한없이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손님이 많이 올 것 같고,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근근이 겨우 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유동 인구가 많은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미리 걱정하거나 낙관하지 않고, 오늘 당장 인테리어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 오늘 하루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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