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에서 사업가로...정현호 대표


 

메디톡스는 한 순수과학자가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창업한 회사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보톡스 제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3종류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했다. 한 우물을 파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메디톡스를 일궈낸 정현호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학자의 길을 걷다가 2000년 5월 메디톡스를 창업하셨습니다. 메디톡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외환위기가 터진 뒤 1998년에 정부가 교수들에게 지원하던 기초연구비가 끊기고, 저와 같이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은 타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교수 창업을 적극 독려했는데 창업 자금의 80%를 정부에서 제공해주는 파격적인 정책이었습니다. 정부의 지원 방향이 교수 창업과 산업기술 개발로 바뀐 겁니다. 당시 연구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실 궁여지책으로 창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즈음 국내 제약사가 엘러간 보톡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고 제가 제일 잘 아는 영역이니 자체 개발해 보자고 판단하여 대학원 제자들과 함께 대학 연구실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메디톡스는 국내 1호이자 세계 네 번째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세계 최초의 비동물성 액상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톡스’라는 한 우물에 집중해 이런 성과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야 연구에 뛰어든 계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1986년 카이스트에서 박사 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중 연구실 초저온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보툴리눔 균체에 주목했습니다. 양규환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수 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보툴리눔 톡신을 주 연구과제로 선택해 연구를 하다가 한국의 독소학 발전을 위해 들여온 것이 모태가 됐습니다. 양 교수는 제가 우리나라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도운 분이기도 합니다.
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9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 연수를 갔을 당시 세미나에서 보툴리눔 독소가 치료제로 쓰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귀국하여 선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교수를 맡은 뒤 보툴리눔 톡신 연구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
 
메디톡스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메디톡스가 지난 2006년 ‘메디톡신’을 개발하기 전까지 국내 시장은 전량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메디톡스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40%를 자체 제품으로 대체했고 전 세계 60여개 국에 진출해 전체 매출액의 60% 이상이 수출입니다.
메디톡스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각각의 특장점을 갖춘 3개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를 자체 개발했을 뿐 아니라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를 선보인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로 인해 내수 판매와 수출 모두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달성해가고 있습니다.
 
현재 대웅제약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보툴리눔 논쟁’이라고도 명명하는데, 이 논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유전체 염기서열은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라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의약품에 부착되는 바코드와 같은 것이죠. 이것을 이용해서 그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논쟁의 가장 큰 근거 역시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입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진뱅크’에 등록된 대웅제약 ‘나보타’
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염기서열 1만2,919개를 일일이 대조,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메디톡신 균주와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3년 역사의 ‘통합 보툴리눔 연구 협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도 지리적 편향성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A형, 유럽에서는 B형, 캐나다 및 알레스카에서는 E형, 프랑스와 스페인에선 F형이 주로 발견됩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또 다른 특성은 동일 지역의 같은 형(type)일지라도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이 100% 일치하는 균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양을 거듭할수록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대웅제약은 이 균주가 국내 한 마구간에서 발견됐다는 균주와 염기서열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왜냐 하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그 누군가와 유전적으로 똑같다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단순히 화학적 구조로만 특화가 결정되는 일반 합성 의약품과는 달리 생물학적 제제는 생물체 기원 물질을 주 원료 또는 주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메디톡스 제품 라인업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바이오제약 분야의 현황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기초연구자들에게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물론 그 돈을 잘못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잘쓰는 사람이 열 명 중에 한 명만 나와도 국가적으로는 성공하는 것입니다.‘지원은 하되 직접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바이오산업은 차세대 국가경쟁력을 이끌 미래 먹거리 산업인 만큼 더욱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메디톡스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메디톡스는‘ 대한민국 No.1’을 넘어‘ 글로벌 No.1’ 바이오제약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글로벌 No.1 바이오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독립된 R&D센터를 경기도 광교에 올해 완공 목표로 건설 중에 있으며, 바이오 분야의 숙련된 인재를 꾸준히 채용하는 등 외형적 성장뿐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메디톡스 R&D센터를 통해 우리 모두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바이오 신약을 선보이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원료물질 출처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의 톡신 균주 염기서열이 메디톡스와 일치해 출처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 메디톡스의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억지주장이라며 미국 식품의FDA의 승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바이오와 함께 날아보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바이오 분야에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의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이 높은 만큼 이 분야로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아 졌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