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 열려
신용현·강병원 국회의원 공동 주최
국회4차산업혁명포럼·코리아스타트업포럼·PCH·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관
네트워크 정책 문제점 진단, 올바른 네트워크 정책 방향 모색의 시간 가져

중소기업중앙회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 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 에서 관계자들이 '화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스타트업4] 5G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네트워크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올바른 네트워크 정책 방향을 진단하는 장이 마련됐다.

사단법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봉진, 이하 코스포)과 PCH(Packet Clearing House)는 10일 오후 2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1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신용현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바른미래당)과 강병원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공동 주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데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데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최근 5G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상용화됐다. 네트워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네트워크를 빛낼 수 있는 스타트업의 혁신 서비스가 자유롭게 서비스 돼,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5G 시대가 열린다”면서 “그동안은 네트워크 비용, 망 중립성, 망 접근성의 문제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네트워크 관련 사안이 통신사들과 대형 기업간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환경이 좋아지지 않았다”며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데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은 국내외 네트워크 관련 정책을 살펴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입법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고 포럼의 취지에 대해 밝혔다.

신용현 의원은 축사를 통해 망 중립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신용현 의원은 축사를 통해 망 중립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신용현 의원은 축사를 통해 “신산업을 선도한다는 의미에서 5G 시대를 열었지만, 통신망, 정책,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데 있어서 망 비용 문제, 국내 해외 기업 간 역차별 이슈가 생기고 있다”면서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망 중립성 문제는 많은 이해 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이 다르다. 국회에서 제때 조율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하다 보면, 새로운 신산업을 육성하는데 있어서 제약을 받지 않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며, “스타트업에 의해서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포럼에서 나온 의견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축사를 마쳤다.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강병원 의원은 축사 영상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공정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기조 강연에서 PCH 빌 우드 콕 사무총장이 ‘인터넷 네트워크 상호접속의 국제 규범'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기조 강연에서 PCH 빌 우드 콕 사무총장이 ‘인터넷 네트워크 상호접속의 국제 규범'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포럼의 첫 순서인 기조 강연에서는 PCH(Packet Clearing House)의 빌 우드 콕(Bill Woodcock)사무총장이 ‘인터넷 네트워크 상호접속의 국제 규범'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6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PCH는 25년 이상 운영된 NGO 단체다. 인터넷 정책 규제에 관해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빌 우드 콕 사무총장은 “상호 접속 협정은 상업 오퍼레이터들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있어서 20세기 통신 모델과 상당히 다르다”며 20세기 모델과 21세기 모델의 차이에 관해 설명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PCH는 8년 전 피어링(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간에 트래픽을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인터넷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했고, 3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공식적인 서면 계약인지, 구두 합의인지 질문했고, 두 번째로 협정이 실질적으로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물었다. 마지막으로는 협정의 준거법이 되는 국가는 어디인가에 대해 조사했다.

2011년에는 9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보고서는 출간된 이후, 5년 간 50만 명 이상이 다운로드했다. PCH는 5년마다 이 조사를 실시해 업계 트렌드를 문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5년 후인 2016년, 198개국을 대상으로 190만 건이 넘는 협정을 조사했다. 198개국에는 UN이 지정한 21개의 후발개발도상국도 포함됐다. 10,794개 통신네트워크의 상호 협정 1,945,822건을 분석했다. 

2016년 PCH의 피어링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피어링 협정의 99.93%가 비공식적 구두합의로,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조건을 양측이 준수하겠다고 합의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계약서나 협정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1년의 99.51% 보다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다. 

서면 계약서를 소지한 네트워크 측과 후속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계약 당사자 간 공식화된 관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PCH에서는 공식적인 서면 계약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피어링 협정의 99.98%는 조건이 대칭적이었다. 협정 당사자들이 서로 동일한 조건을 주고받았다. 고객의 패킷 외에는 금전이나 그 외 어떤 것도 교환되지 않았다. 이는 2011년 99.73% 대비 상승한 수치다. 

계약서가 있는 경우, 법령이나 정부 정책이 모든 네트워크에 동등하고 균등하게 적용되는 준거법 국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미국, 캐나다, 일본은 선호되는 국가로 선정됐으며, 스노든(Snowden) 사태 이후, 아이슬란드 및 핀란드도 선호국 리스트에 올랐다. 

반면,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계속해서 기피국으로 꼽히고 있으며, 2016년에는 중국과 태국도 기피국 반열에 합류했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에는 보통은 다자 간 피어링을 지엽적이고 하찮은 것이라고 폄하했으나, 실제 다자간 피어링은 2011년부터 지배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에는 AS인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IXP에는 의미 있는 다자간 피어링이 부재하며, 이는 한국의 인터넷 대역폭 생산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형 네트워크 중 일부도 대역폭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재화를 ‘인터넷 대역폭’이라고 하는데, ‘인터넷 대역폭’은 네트워크 간 상호접속 지점인 인터넷 익스체인지 포인트에서 만들어진다. 대역폭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에 의해 고객들이 원하는 위치로 보내진 뒤, 제공된다. 상호접속이 많은 네트워크일수록 대역폭 생산 관여도가 높고, 상호접속이 적은 네트워크는 대역폭 생산을 통한 경제 기여도가 매우 낮다. 이런 경우에는 비트를 위해서 소비되는 자본이 어디로 가는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 네트워크는 타 네트워크와의 상호접속 밀도를 높여야만 ‘인터넷 대역폭’ 생산 참여를 통한 경제 기여가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대역폭’ 생산량은 네트워크 규모에 비례한다. 소형 네트워크와 비교했을 때, 대형 네트워크의 대역폭 생산 및 운송량이 더 많다.

그러나 대형 네트워크 중 일부는 대역폭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독점적 방식으로 폭넓은 유저 기반을 이용해 소형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진 대역폭에 무임승차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경제 전반에 걸친 해로운 행위로, 절대 독려해서도 안 되고, 보상이 주어져서도 안 된다.

주제 발표에서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인터넷 기반 플랫폼과 망 중립성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주제 발표에서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인터넷 기반 플랫폼과 망 중립성의 관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포럼의 두 번째 순서인 주제 발표에서는 유병준 서울대 교수(경영학과)가 ‘인터넷 기반 플랫폼과 망 중립성의 관계’에 대해 발표했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경제는 전 세계 경제 규모의 5.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조 정도의 GDP 효과를 내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 경제가 발달해 있고, 인터넷 기업들이 국가 생산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고용 규모 또한 상당히 크다.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Whatsapp 등 플랫폼 기업들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업의 덩치가 커짐과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생산성, 부가가치, 고용에 있어서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에게 네트워크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플랫폼 기업들의 엑세스 비용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네트워크 정책을 살펴보면, 통신사들의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특히 스타트업은 엑세스에 굉장히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망 중립성이 필수적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이 특정 기업, 유저들에게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어떤 기업에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기업에는 요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EU에서는 망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망 중립성을 깨는 선언을 하며,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것은 관점과 입장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에서는 망 중립성을 깨는 순간,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접속 요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비용 부담이 커져서 인터넷 산업, 플랫폼 산업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큰 기업은 자금 운용의 여지가 있지만, 작은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 성장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구글,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 그러나 망 중립성이 없었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 유 교수의 의견이다. 한국의 인터넷 산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밀번 하나셋코퍼레이션 CTO가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 ‘한국 인터넷의 피어링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존 밀번 하나셋코퍼레이션 CTO가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 ‘한국 인터넷의 피어링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는 존 밀번(John Milburn, 한국 이름 전밀반) 하나셋코퍼레이션 CTO(Chief Techonlogy Officer)가 ‘한국 인터넷의 피어링 역사’에 대해 소개했다.

존 밀번 CTO는 1991년부터 한국 인터넷 업계에 몸 담았다. 포항에 머물다, 서울로 올라와 데이콤이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에 빠져있다.

존 밀번 CTO에 따르면, 한국에는 굉장히 좋은 인터넷 피어링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다. 

한국은 늘 이례적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년 동안 5번에 걸쳐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한국 인터넷 피어링 역사의 초창기인 90년 대 초에는 몇 개의 망이 있었다. 연구 망, 교육 망. KT, 데이콤, 아이네트가 IX를 만들었다. 그러나 상호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 망이었다. 트래픽 규모도 굉장히 작았다. 

당시 전체 트래픽은 인터내셔널 트래픽이었다. 국내 트래픽은 굉장히 적었다. 연구 망이 대부분이었고, 주로 전문가들이 인터내셔널 트래픽을 찾았다. 그러나 콘텐츠를 한국 내에서 호스팅 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쌌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 웹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야후처럼 더 저렴한 곳을 찾았다. 존 밀번 CTO는 당시 데이콤 소속으로 굉장히 불리한 입장이었다. 데이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망 이용에 대한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했고, 트랜짓에 관해서도 돈을 지불해야했다. 그러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존 밀번 CTO는 직접 호스팅 비용을 완전히 낮췄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호스팅하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한국전산원에서 KT, 데이콤, 아이네트가 상호협상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비상업적인 네트워크는 연결할 수 없었다. 

ISP들이 상호 접속,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이상한 일이라는 것이 존 밀번 CTO의 주장이다. 대다수의 대규모 통신사는 상호 접속 연결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트래픽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KT다. 상호접속이 한국에서는 5곳, 국제적으로는 7곳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KT의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수천 배는 더 연결돼야 한다. LG U+와 SK브로드밴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의 연결성은 놀랍도록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있다. 

한국 상호접속의 혁신은 10년 전 중단됐다. 데이콤에서 당시 아시아 최초로 Interconnerction을 구축했다. 한국 외 지역의 피어링 연결을 보면, 타이완 청화텔레콤과 집적 접속돼 있고, 일본 KDDI와 연결돼 있다. 1998년 존 밀번 CTO가 협정을 직접 주도했다. 

그러나 현재도 1998년과 동일한 상호 접속 체계를 갖고 있고, 그보다 더 확장된 것은 전무하다. 존 밀번 CTO는 이러한 현실이 굉장히 슬프다고 성토했다. 한국의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상호 접속을 잘 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비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날 대안은 KINX다. KINX는 진정한 레이어 투 상호접속 체계다. 모든 것을 피어링할 수 있다. 이것이 제대로 된 Exchange다. 

거대 이동통신 3사에서 모든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 고객 기반을 모두 갖고 있다. 기업 접속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거대 통신3사들이 연결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앤드 유저 95%는 KINX를 누릴 수 없다. 
 
한국에서 생성된 트래픽을 보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앞서나가고 있다. 싸이월드가 페이스북 보다 5년 먼저 개발됐으며, 판도라티비는 유튜브 보다 3년 앞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서비스 개발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은 글로벌한 챔피언 기업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 지금의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네이버, 다음과 같은 기업들은 1996년 상호협상 체결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스타트업 시절을 거쳐 지금의 규모로 성장했는데, 현재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2009년에는 IPTV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통3사에서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KT 사장은 IPTV 서비스 판매 건수 당, KT 망 이용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존 밀번 CTO는 당시 KT 사장과 개인적인 언쟁도 벌였지만, KT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KT 망을 통해 콘텐츠를 실어 보낸다면, 망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존 밀번 CTO는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KT의 수백만 유저들이 콘텐츠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KT에서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제공 업체에 콘텐츠 이용 요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KT에서는 콘텐츠를 전송하는 일만 하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한국에서는 클라우드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통사들이 추가적 비용을 부과하고 있고, 장기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CP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통사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실패하고, 기존의 유선망 매출도 상당히 부진하다. 국제적인 프로젝트는 다 실패로 돌아갔으며, 국제 로밍 이익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통사에서 망 이용 요금을 받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KT에서는 한 달에 3,500억 이상의 수익을 이용해 망을 유지한다. 간단한 망 유지에 굉장히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망 유지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터넷 접속 사업이야말로 수익성이 굉장히 높은 사업이다. 이통사에서는 회계 장부상으로는 망 유지가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단순한 망을 운영하면서 상당히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사실상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는 10년 전 혁신을 멈췄다"

덩치만 키우고 있으며, 어떠한 혁신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과 10년 전의 서비스가 모두 동일하다. 동일 기업이 동일한 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 잘못됐다”

소비자들이 혁신 부재의 비용을 안고 가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실상 스타트업을 압박하고, 그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균형잡힌 계약’, 그런 것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모든 계약은 갑, 을 관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이통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대형 사업자들은 스타트업에서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다 뽑아내고, 시킬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시킨다. 이것은 대기업과 소기업 간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점점 더 많아진다. 또한, 스타트업이 통신사업자와 연계점이 없다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악마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싫어도 약간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악마의 손을 잡는 것이다. 그 후, 스타트업에서는 이통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할 수 없다. 

존 밀번 CTO는 이런 딜레마를 여러 번 목도했다. 이런 스타트업들에서는 통신사들의 니즈를 맞추다가 결국, 국제 무대에서는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혁신에서 탄생한다. 대기업은 상품은 잘 팔지 몰라도, 서비스 판매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다. 지적 수준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존 밀번 CTO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점은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이런 환경에 답답함을 느끼고, 다른 국가의 일자리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베트남, 호주,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구조를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존 밀번 CTO는 앞서 말했던 문제들과 관련된 논의가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그릇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고 꼬집었다.  

통신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을 벌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의 문을 두드리고, 콘텐츠 제공자들이 마치 세금을 납부하듯이 망 사업자에게 돈을 내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일종의 위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존 밀번 CTO는 자신들의 배만 불리겠다는 이런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 

존 밀번 CTO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규제는 그대로 두고, 말도 안 되는 세상과 환경을 만드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들을 믿지 마십시오”

이통사에서는 접속 사업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존 밀번 CTO는 데이콤을 퇴사한 후, 몇 년 간 KT 이석채 사장의 자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KT가 OTT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언쟁이 오고갔다. 일반 대중, 소비자, 스타트업들이 계속해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필요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면서도 망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기 보다는 매출 증대를 선택한 것이다. 쉬운 타깃을 택했다. 존 밀번 CTO는 지난 15년 동안 5차례에 걸쳐 푸쉬 했다. 여전히 그들의 이기심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을 훨씬 초과한 열띤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예정 시간을 훨씬 초과한 열띤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로는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 토론의 첫 번째 순서에는 김미균 시지온 대표가 나섰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향후 미래를 이끌어가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향후 미래를 이끌어가는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미균 시지온 대표: 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론사 기사의 댓글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주고 있다. KBS, 연합뉴스, 한국경제신문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네트워크 비용이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은 스타트업에게는 굉장히 위협적인 환경이다. 망 이용 비용이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과대하다. 나는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돼서 괜찮지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 통신사에서는 스타트업에 더 많이 지원하고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현재의 룰에 방점을 찍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투자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망 중립성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향후 미래를 이끌어갈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줬으면 좋겠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망 비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 왓챠와 왓챠플레이를 운영하고 있다. 의문인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요금도 저렴해져야 하는데, 기간 당 비용이 계속 높아진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으로써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됐으면 좋겠다.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외국 법인이기 때문에 망 비용을 국내 기업만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을 하려면, 한국 사람이어도 미국 법인을 세워 사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공정한 경쟁을 펼칠 환경 조성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망 비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최민오 오픈넷 자문위원은 "망 중립성에 관한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민오 오픈넷 자문위원: 피어링은 국내 인터넷 망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관련 정책은 봉이 김선달 같은 정책이다. 혁신에 대한 정의가 통신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면, 5G 시대의 중립성이 강화되고, 법제화돼야 한다. 이미 망가진 생태계에서 5G를 상용화하는 것이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망 중립성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 실장은 "관계자들 모두 정책 변화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 실장: 문제는 네트워크 정책의 옳고 그름의 문제, 사업자가 크냐 작냐, 지불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네트워크 정책 실패 여부의 문제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계자들 모두 정책 변화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송봉화 넷티스 대표는 CP 스타트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송봉화 넷티스 대표: KT에서 20년 정도 근무했고, 상호 접속 제도 팀에서 5년 정도 근무했다. 이통3사와 정부가 정책을 주도해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ISP와 CP를 다 지내보니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CP 스타트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곽진희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과장은 "정책에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곽진희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과장: 정책에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번 주 월요일 정부에서는 5G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포럼 주제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가 구분돼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네트워크 구축, 상호 접속 고시 재정, 요금 관련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통신사업자들 간의 불공정 규제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망 이용료가 많이 인상 됐는데,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관련 부서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공정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해외 사업자, 국내 사업자 간의 망 이용료 차별 문제, 규모가 큰 사업자, 스타트업 망 이용료의 과도한 차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부분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망 이용 계약과 관련된 협상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작년에 제안된 정책을 법제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용자 보호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도록 하겠다.

빌 우드 콕 사무총장은 "큰 규모의 네트워크에서 사용자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우드 콕 사무총장: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큰 규모의 네트워크에서 사용자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고객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 제공 업체를 대상으로 위협하고 있다. 희생자는 사용자, 서비스 위협을 받는 소비자, 한국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은 한국에 도움되는 정책이 아니며, 경제에 도움되는 것도 아니다. 규모가 큰 몇몇 회사에만 도움이 된다. 

유병준 교수는 망 유지에 실제 많은 비용이 드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비스 자체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 과연 회사들이 많은 요금을 지불할 만큼 망 유지에 실제로 비용이 많이 드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존 밀번 CTO는 정부에서는 국민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밀번 CTO: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KT는 원래는 공기업이었다. 정부 기관과 같았다. 분사가 돼서 민영화됐는데, 이것도 최근에 이뤄졌다. 데이콤에서 일할 당시, KT는 정보통신부의 영향 아래 있었다. 정보통신부의 정책을 기업들이 다 따라야 했다. KT는 이윤 추구를 위한 기업이다. 민영 기업이다. 통신사들은 국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KT의 성공이 한국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이 먼저고, 다음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우선시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 거대한 몸집의 기업들,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 이통3사는 한국 국민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KT는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조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KT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면,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수익성을 높여야한다. 규제 정책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 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 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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