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법률상식


 
일반적으로 내부자거래는 이사와 같은 회사의 ‘내부자’가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취득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하여 회사의 증권 등을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서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불공정한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며, 또한 내부자거래는 궁극적으로 시장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하여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유지에도 그 목적이 있다.
자본시장법은 2015년 7월 1일 개정을 통해 내부자 거래와 관련된 신규 조항을 신설하여 그 규제 범위를 크게 넓혔다. 지금까지 개정 조항을 근거로 처벌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2016년도에 발생한 ‘H 약품 사건’과 관련하여 금융위원회가 위 개정 조항을 근거로 2차 이상의 정보 수령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차 이상 정보 수령자도 처벌근거 마련돼
개정 전의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조항에서는 미공개정보를 보유하는 법인의 임직원, 주요 주주나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자 등으로부터 직접 그 정보를 수령한 1차 정보수령자까지만 규제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신설된 시장질서 교란행위의 경우에는 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순차적으로 제공받은 전득자 즉 2차, 3차 이상의 정보수령자까지도 수범대상이 될 뿐 아니라, ①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 거래에 대한 정보를 생성한 자 ② 해킹, 절취, 기망, 협박 등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 정보를 알게 된 자 및 위 각각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은 자들까지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매매 등 거래를 한 경우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법 제178조의2 제1항 제1호).
그러나 기업과 투자자는 여전히 개정된 법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모 언론사 차장인 형으로부터 들은 무(無)세제 세탁장치의 상용화 개발 성공 정보를 이용한 증권거래로 4억6,000여만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길 모씨 사건에서 “현행 자본시장법은 제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받은 제2차 정보수령자 등의 이용행위까지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제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제1차 정보수령과는 다른 기회에 미공개 내부정보를 다시 전달받은 제2차 정보수령자 이후의 사람이 이를 이용해 유가증권을 매매했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90판결)고 판시한 사실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H약품 사건]
2016년 9월 29일 오전 7시 H약품은 미국 J사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피부암 치료 신약에 대한 1조 원대 기술 수출 계약을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H약품은 이날 장 마감 후인 4시 35분 이 내용을 공시했다. 그런데 3시간여가 채 되지 않아 H약품은 독일 B사로부터 2015년 7월 기술 이전한 폐암 치료 신약의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통보받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H약품이 만든 표적 항암제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이 발생해 시험에 참가한 2명이 숨졌기 때문이었다. H약품은 해당 내용을 다음날인 30일 오전 9시29분에서야 뒤늦게 공시함으로써 개장 후 5% 이상 급등했던 H약품 주가는 18% 이상 폭락했고 주말 휴일 뒤인 4일에도 7.28% 넘게 하락 마감했다. 30일 개장 직후 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최대 30%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반대로 해당 사실을 먼저 인지한 투자자는 29분간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차 이상 정보수령자 14명에 24억 과징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H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내기 전인 약 30분 사이에 시장교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였고,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였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H약품 지주회사 임원 황모(48)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고, 2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했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의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인 25명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금융당국에 통보하였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5월 24일 정례회의에서 H약품 직원, 개인투자자 등 14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24억 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렸다. 이는 2015년 7월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정의 시행 이래 대규모로 과징금이 부과되는 첫 사례인 것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H약품 직원, 지주사 및 계열사 직원, 개인·전업투자자에게 손실·차익 규모에 따라 최소 2,220만 원에서 최대 13억4,520만 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되었는데,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개인투자자 D씨는 미공개 정보를 중간에 있는 4명을 거쳐 전해들은 5차 정보 수령자였다. 구속기소 된 H약품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악재성 정보를 제공받은 A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B씨에게 정보를 전달하였고, B씨는 고등학교 후배인 C씨에게, C씨는 과거 같은 직장 동료였던 D씨에게 정보를 넘겼다. D씨는 이 정보로 주식을 매도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A씨, B씨, C씨에게도 각각 4,600만 원, 2억100만 원, 3억8,19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미공개 정보를 우연히 듣게 된 투자자들도 과징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계약 해지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던 임원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광고팀 직원이 경영정보팀 직원에게 구두로 전달하였고, 경영정보팀 직원은 직장 동료 총무팀 L씨에게 정보를 넘겼고, L씨는 자신의 부친 M씨에게 전화 통화로 전달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M씨에 대해 1억480만 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과 투자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자들은 정보교류차단장치를 마련하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한 후 실제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고, 기업들도 임직원의 증권거래에 대한 적절한 통제방안은 물론 실제로 내부자거래가 발생했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이같이 강화된 규제가 투자를 위축시키고 증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정보의 유통 자체를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잘못된 유통을 제재하자는 것이 그 취지인 만큼 규제사항을 명확히 인지하고, 투자에 대한 종래의 인식을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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