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7월 29일로 예정이었던 국내 최초의 지하 무인(無人)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우이동~신설동)’ 개통이 9월 2일(토)로 미뤄졌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진행된 브리핑에 따르면 열차 운행간격 조정에 따라 추가적인 영업 시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날 서울특별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안전성 검증의 마지막 관문인 시운전 단계에서 원래 계획됐던 출퇴근 시 열차의 운행 간격인 ‘2분 30초’가 어린이와 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배려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판단됐다. 해당 시간대 배차간격을 3분으로 늘림으로써 우이신설선의 개통을 9월 초로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동북권을 관통하는 ‘우이신설선’은 철도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정릉, 미아뉴타운, 삼양동, 수유동 등을 관통하는 총 11.4km 구간에서 13개 역을 지나친다. 그동안 강북구에서 출발해 성북구를 거쳐 동대문구에 도착하기까지 50분이나 걸렸던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들 것이며, 북한산보국문역, 우이역 등 도심 속에서 국립공원을 경험하는 ‘힐링’ 콘셉트의 도시철도로 포지셔닝 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서울연구원에서 발표한 서울의 경제와 인구통계, 지리적 환경을 보여주는 연구 보고서 <한눈에 보는 서울 2016>에 따르면, 동북생활권에 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치구별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곳으로 광진구(33.8%), 마포구(33.2%), 강북구(30.9%) 순이며, ‘200만 원 이하의 소득자 비중이 두 자리 수를 넘는 지역’이 서남권과 동북권이다. 이는 우이신설선이 관통하는 지역의 특성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동북생활권은 교통의 불모지 일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에서 상당 부분 소외를 받고 있으며, 지역 토착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특별시는 여러 가지 방법에 걸쳐 열악한 환경에 처한 동북생활권에 다양한 처방전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문화이동성(Cultural Mobilities). 이 용어는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이 주를 이루는 비장소(non-place)가 문화의 거점으로 이동된다.’는 의미다. 더 이상 문화공간이 공연장, 도서관, 콘서트장 등 정형화된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비장소의 공간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문화이동성(Cultural Mobilities)은 영국의 런던, 스웨덴의 스톡홀름, 독일의 뮌헨 등 지하철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초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상가와 통행로의 기능이 중심인 지하철 역사 공간을 개선해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특별시는 ‘우이신설선’을 단순히 교통수단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교통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서울문화재단은 역사와 차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공공사업인 ‘문화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기관을 비롯해 예술가와 지역 커뮤니티,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을 더 쉽게 접하고 문화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문화이동성(Cultural Mobilities)’ 정신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철도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다. 우선 매일 지나치는 동선에서 만나는 문화예술을 뜻하는 ‘일상성’, 지역의 역사와 특성에 기반 되는 문화 공간이 어우러지는 ‘지역성’, 예술가와 시민, 지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연결성’이 그것이다.
지하철이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봐야 하는 곳이 광고판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된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1~8호선의 광고판은 상당 부분 성형외과와 상업 광고로 넘쳐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김태호 사장은 ‘문화+서울’ 월간지와의 대담을 통해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의 질은 유럽의 그것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다. 영국 런던의 사례만 살펴봐도 상업적인 광고조차 문화 예술로 승화됐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전체 광고의 상당 부분이 문화예술 광고로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철도 프로젝트>의 슬로건을 ‘Running Gallery’ ‘Running Library’로 정했다.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달리는 미술관’ ‘달리는 도서관’ 정도일까. ‘달린다’의 의미에 두 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지하철의 일차적인 속성인 ‘달린다’는 뜻을 강조했다. 다음으로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바꾸자는 또 다른(different) 시각을 제시한다는 중의적 의도를 꾀하고 있다. 이는 기존에 비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문화의 감각적 요소를 더해 문화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 서울문화재단은 우이신설선에 있는 170여 개의 광고판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북한산 우이역에서 신설동역에 이르는 13개 역에서 역내와 차내 광고판 활용방안을 대외에 알린 것이다. 이는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를 제공하고자 서울특별시를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서울디자인재단 등 시 산하 문화예술 기관, 정부기관과 그 산하 단체들, 문화예술 단체, 자치구 협력단체, 예술가, 심지어 민간 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본 사업에 참여할 광고를 접수받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우이신설선에 참여할 광고매체는 공모기간 중 접수된 광고물의 디자인 심의절차를 거쳐 신청기관에서 제작 및 실비만 지급하면 1~3개월 동안 광고판을 이용할 수 있다.
우이신설선 역내에 설치된 광고매체는 ▲와이드칼라(조명광고) 3종(1500×2200㎜, 3200×1500㎜, 3600×1800㎜) ▲스탠드 와이드칼라 1종(3600×2400㎜) ▲전지 포스터 등 세 종류로, 게첨 실비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와이드칼라 3종이 각각 10만 9,100원, 16만 3,700원, 21만 8,200원이며, 스탠드 와이드칼라는 29만 1,000원, 전지포스터는 2만 5,000원이다. 광고를 제외하고 우이신설선을 신개념 미디어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과 예술지원 캠페인 협업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우이신설선의 총괄 디렉터를 맡은 이나미 감독은  “우이신설선은 단순히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예술 전파의 거점으로서 문화철도를 실현할 것”이라며, “그동안 상업광고로 포화된 광고판이 문화예술 광고물로 대체됨으로써 각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수준 높은 광고물이 참여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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