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홍 크레이저커피그룹 대표

 

크레이저 커피 그룹(C.Razer Coffee Group. 대표 전기홍)의 임직원은 모두 6명이고 회사는 1개다. 그런데 웬 그룹인가. 앞으로 글로벌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전기홍 대표의 포부가 담겨있다.
‘크레이저’라는 이름도 나름 의미심장하다. ‘C’는 ‘Contents including coffee and café, creative, culture’라는 의미이고 ‘Raze’는 ‘완전히 파괴하다’는 뜻이다. 커피에 대한 기존의 모든 것을 뒤엎고 새로운 기준을 던지는 ‘커피에 미친 인간들’이라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이름을 좀 더 이해하려면 전 대표의 첫 번째 사업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글자’ 팔아 재미 본 첫 사업...도전 의미 배워
전 대표는 대학을 다니던 2005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어려운 형편이라 현지에서는 공부, 아르바이트, 그리고 짬짬이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하는 것이 다였다. 어느 날 한 미국 친구가 어깨에 문신을 하고는 여간 자랑하는 게 아니었다고 한다. 뭔가 봤더니 한자로 사랑 애(愛)자를 새긴 것. 그 친구의 눈에는 글자가 아니라 하나의 역동적인 그림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중국인 친구를 끌어들여 학교내 카페테리아 앞에 테이블을 펼치고는 한문 한 글자에 1달러를 받는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자 중국인 학생들이 따라하기 시작했고 전 대표는 여기에 한글을 서비스로 더해주는 차별화 전략으로 치고 나갔다고 한다. 자본금 한 푼없이 ‘글자’라는 콘텐츠를 파는 사업으로 그는 학비에 중고차값, 여행비까지 한국 돈으로 약 600만 원을 벌었고, 전 대표는 나름 만족스런 첫 사업경험이라고 한다. 아이템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과감하게 뛰어든 행동 자체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시작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것, 아마도 그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 해 겨울을 여전히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를 만들며 학창 생활을 보내고 말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 후 전 대표는 8년간 ㈜두산 매거진에서 대기업 시스템을 배우고 투잡으로 운영하던 카페를 통해 습득한 실무 경험을 토대로 ㈜크레이저커피그룹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자본이 부족한 여느 스타트업의 출발과 다를 바 없었지만 커피 재료 시장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판매 전략을 통해 4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커피 업계에서 입지를 굳게 다져나갔다.

커피 콘텐츠 플랫폼 디크라우드 론칭
크레이저는 2년여 동안 준비해온 디크라우드(D.crowd)라는 카페용품 디자인 플랫폼을 지난 6월 초 론칭해 커피업계에 큰 이슈를 몰고 왔다. 직장인 시절 그는 어느 카페에서나 사용하는 종이컵용 골판지 홀더에 주목했다. 커피 구매 고객들이 무조건 보게 되는 훌륭한 홍보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카페들이 왜 아무 메시지가 없는 단순한 컵홀더를 쓰고 있는 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로고를 넣거나 다양한 색채의 디자인을 구현하려면 우선 비용이 많이 들고, 단순한 디자인이든 뭐든 일단 제작을 맡기려면 3만개 이상의 수량을 주문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디자인을 할 능력이 없어 업체에 맡겨야 하는데 디자인 값이 만만치 않다. 이런 사정으로 카페들이 예쁜 디자인의 컵홀더를 제작해서 사용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단순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카페 사장들이 많이 쓸 수 있겠네’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해서 소량 제작이 가능하고 다양한 색상의 디자인을 인쇄할 수 있는 컵홀더를 찾게 되었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디자인 더해진 컵홀더로 글로벌 진출 추진
디크라우드의 플랫폼 서비스는 단순하다. 전국의 수많은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디크라우드 플랫폼에 자신의 디자인을 등록하고 개별 카페들이 등록된 디자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원하는 수량을 선택해 주문하면 디크라우드의 디자이너가 개별 매장의 로고를 삽입해서 제작해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벌써부터 많은 카페들이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홍보비용 부담으로 아직은 SNS와 커피 업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소하게 홍보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발생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한다.
디크라우드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디자인 판매 수수료와 컵홀더 유통 수수료가 전부가 아니다. 디크라우드를 통해 컵홀더를 주문한 고객들은 개인 카페들이고 이 개인 카페들은 결국 ㈜크레이저커피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인 원두 제조 및 카페 용품 유통 사업의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원두 납품 사업은 ㈜크레이저커피그룹이 가진 가장 강한 컨텐츠이자 기술력을 보유한 부문이기 때문에 이러한 고객 DB가 확보된다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지역의 카페들은 영화, 음반회사, 뷰티, 패션 업체들과 같은 소비지향적인 고객군이 매일같이 찾아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컵홀더에 다양한 광고를 표현할 수 있는 광고 채널로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몇 몇 업체들이 광고를 진행했고 현재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 있는 업체들도 다수 있다고 전 대표는 밝혔다.
전 대표는 디크라우드(D.crowd) 플랫폼은 국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 서비스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특히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 많은 미국의 경우 디크라우드에서 제공하는 형태의 컵홀더가 없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란 계산이다.
우리나라는 커피라는 원재료를 수입할 수밖에 없지만 크레이저 커피 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사업은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단순히 카페 사업만을 가지고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이 어렵겠지만 콘텐츠가 기반이 된 온·오프 커피 사업이라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커피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전 대표는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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