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견문록 #10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크래프트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 본 적 있는 친구들에게 익숙할 단어가 바로 테크트리야. 그런데 우리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도 테크트리란 게 있다고~.

 

모든 일은 처음이 있고, 그 이후에 후속으로 이어져야 하는 연속성을 가져. 결론적으로 그러한 모든 활동들이 기반이 되어 하나의 목적을 완성해가지. 마일스톤이라는 것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는 굵직한 줄기(몸통)라면, 테크트리는 몸통이 되는 줄기에서 뻗어 나오는 잔가지들을 포함한 계획이라고 볼 수 있어.

어떤 목표와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실행을 위한 준비는 무엇이고, 문제 발생 시 어떤 대안이 있는가 등에 대한 전략이 스토리처럼 이어지지. 항상 계획과는 다른 변수가 다반사이기에 그 때마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목표들을 우회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어야 하고, 보다 빠르고 정확한 실행을 위해 과감하게 생략할 부분도 생겨. 이 모든 과정들의 집합이 테크트리야.

“창업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했어. 먼저 왜 창업하려고 하는지, 꼭 창업을 해야 하는지를 되묻고 싶어. 가급적이면 준비 안 된 상황에서 떠밀리듯 창업할 바에는 그냥 시작하지 말라고 말릴 거야. 돈이 부족해서 말리는 거냐고? 사실 창업을 하는데 초기 자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커. 이 부분은 부인할 수 없어.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창업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 대학생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거든. 정부지원금과 공모전 상금을 기초로 창업하는 비율이 꽤 높아. 친구들 두 세 명만 모여 갹출해도 창업은 할 수 있어. 그렇기에 돈이 부족해서 창업을 못하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기초자금을 준비하고 시작하길 추천해. 하다 못해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다 해도 자부담금을 내야 하거든. 나중에 돌려받는다지만 10% 부가세를 내야하는 점도 고려해야 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수 있어. 비상금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하는 게 좋아.

창업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이상한 사람 만나거나 잘못된 만남으로 시작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창업 컨설팅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말빨’로 사기 치고 잘못된 길로 내모는 자격미달의 멘토들이 늘어나고 있어. 조금만 알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나 정보를 마치 엄청난 비법인 양 부풀려서 돈벌이에 급급한 창업 네트워킹도 있지.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등에 헛웃음 나올 창업 컨설팅 광고문구들에 넘어가는 예비창업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냥 웃어넘기기보단 언젠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이번에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내가 경험하고, 우리 스타트업 동지들이 함께 걸었던 창업준비 코스(테크트리)를 크게 3부분으로 창업 시기별로 나누어 소개할게. 조금이나마 창업을 준비하는 너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

 

 

1. 창업준비 코스

1) 창업교육을 꼭 듣고 시작하자.

아직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은 상태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를 예비창업자라고 부르지. 이때는 가급적이면 교육과 멘토링, 사업계획에 집중하는 게 좋아. 사업자를 내는 순간부터는 정말 쉼 없이 속도전을 하기에 따로 공부하는데 시간을 쓰기 부담스러워. 그럼에도 많은 창업자들은 잠자는 시간마저 쪼개며 몸을 혹사하지. 그렇기에 창업 전에 미리 창업 관련 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아 놓는 게 다음 단계를 위한 기초작업이야.

각 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는 창업가/기업가 정신 관련 교육과 멘토링 지원을 하고 있어. 예비창업자를 위해서 교육생이나 수강생 모집 형태로 선발해서 수료하는 방식으로 창업 교육을 도와주고 있어.

교육 중에서도 특히 재무/회계/세금/노무에 대한 교육은 가장 소홀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이 아니더라도 창업 전에 개념정도는 알고 있어야 해. 자기 회사의 돈 흐름이 어떤지, 어디가 문제인지 정도는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지.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눈앞에 닥친 일만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돌이키기 힘든 상태에 놀라게 될 거야. 추천할 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이디어 마루’와 ‘K-ICT 창업멘토링센터’, ‘기업가정신포털’ 의 교육/멘토링도 들을 만 해.

기초 교육을 충분히 듣고 나서 창업동아리나 사업계획서 작성 모임/선배 창업자를 만나는 네트워킹으로 확장하는 게 좋아. 대학생이라면 교내에 창업동아리 하나 둘은 쉽게 찾을 수 있어. 게다가 최근에는 대학생 연합으로 창업 동아리들도 교내가 아니라 카페나 교외 오픈 스페이스에서부터 소모임 형태로 많이 형성되어 있어. ‘이벤터스’, ‘온오프믹스 ‘라는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보다 쉽게 창업 준비 모임이나 네트워킹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모르는 만큼 끌려 다니게 되어 있고, 아는 만큼 리드할 수 있거든.

‘플래텀’이나 ‘벤처스퀘어’란 스타트업 언론 사이트가 있어. 그곳에서 교육/네트워킹 등에 대한 주간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시로 ‘창업넷’에 들어가 교육/멘토링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어가야 해.

 

2) 이왕이면 그래도 스타트업을 경험해 봐.

스타트업에서 인턴 또는 단기간을 계약해서라도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해. 그거 시간낭비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도 깨줄 목적도 있고, 먼저 창업해서 그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현실을 피부로 체험하며 배우는 게 가장 확실하거든. 그리고 이론과 교육으로 듣던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스타트업 인턴이야.

그렇다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적어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관련 있거나 연계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들어가. 그럼 거기서 마주하는 모든 일들이 곧 네가 나중에 수습하고, 마무리 지어야 할 문제들이고 그걸 예습하는 기회라고. 허드렛일이나 하려고 인턴을 하는 게 아니라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 시장조사는 어떤 절차로 하고,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방식을 채택하는지, 업무 확인과 성과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관찰하고, 너라면 어떻게 대응하고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 해.

다만, 나 스스로가 스타트업에 뜻이 없거나 이미 다른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이쪽에 기웃거리지 마. 그건 시간낭비야. 공무원에 뜻이 있으면 그 길에 매진해. 대기업을 꿈꾼다면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해. 어정쩡하게 창업을 생각하고,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시작하는 거라면 시간과 열정 낭비일 뿐이니까.

 

 

2. 3년 미만의 창업자 코스

사실 이 기간의 코스가 가장 활발하지. 정부지원과 투자유치에 열을 올릴 수 있어. 고속성장이 일어나고, 여러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트업들이 탄생하지. 거기에 혹해서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란 착각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말아줘.

인턴으로 스타트업에 대해서 직접 체험도 해보고, 창업 교육도 좀 받고, 네트워킹을 통해 뭔가 알 듯 말 듯한 상태라면 잠깐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섣불리 사업자등록을 내지 마. 창업이라는 게 확신과 강한 동기가 있더라도 매일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길인데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발을 내딛는 건 지옥행 급행열차에 탑승하는 꼴이야. 아직 티켓팅을 하기 전에 조금만 더 준비해 보자.

당장 무엇을 할지 고민된다면, 공모전과 정부지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도전해 봐. 고객을 직접 만나서 니즈를 파악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 그리고 각계의 전문가들의 의견, 피드백을 받아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점이 무엇인지,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써 공모전이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거야. 상금이나 지원금은 부수적인 거고, 더 완성도 있는 사업을 만들어 가기 위한 마지막 준비기간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앞으로 여러 공개된 자리 또는 비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대면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거야. 충분히 여기서 연습해. 쑥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실수 할 거 있으면 이 때 많이 하고, 거기서 무엇이든도 배워서 필드에서는 꼭 써먹을 수 있게 해야 해. 조금 더 준비할 필요가 있거나 잦은 피벗(Pivot)으로 여전히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엑셀러레이터나 후속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대안이 될 거야.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은 예비창업자부터 사업자등록증을 낸 날로부터 3년 미만인 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3년 이상부터 7년 미만 기업을 지원하는 걸 활성화하고 있어. 그 이상부터는 또 다른 세계가 열리지. 그러니 사업자등록을 한 그 시점부터 투자나 융자, 지원 등의 혜택들은 카운트다운 되는 거야. 그러니 잠깐 더 살펴보고 시작한다는 게 오히려 팁일 거야.

단, 지금 이 타이밍에 시장과 고객이 원하고, 당장 매출과 영업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지원들에 얽매여서 늦추지 마. 항상 시장과 고객이 우선이고, 그 타이밍을 포착해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우리의 본질임을 잊지 마.

 

 

3. 3년 이상 7년 미만 코스

통상적으로 창업도약기 또는 성장기라고 불리는 이 기간은 연구개발 수준에서 시제품이나 베타서비스를 넘어서 진짜 필드(시장)에서 고객에게 검증 받고 판매, 수익화가 되어야 하는 때야. 물론 업계와 서비스에 따라서는 창업 극초기에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바이오나 로봇과 같이 시간을 좀 더 필요로 하는 사업 분야마다 그 시기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워.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 바라보길 바라.

이 때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마케팅, 영업, 유통을 비롯하여 매출/수익/비용에 대한 기업활동에 집중하지. 사전에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과 차근차근 콘텐츠를 축적해 온 기업들도 있고, 이제 막 제품/서비스를 런칭하려고 준비하는 경우도 있어. 누가 더 확률적으로 유리할 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어. 그 전까지는 사업계획서, 시제품, 베타서비스 등을 통해 회사를 바라보던 시선이 재무제표와 기업활동, 손익분기점 달성과 매출현황으로 증명되어야 해. 창업이 아니라 사업의 관점으로 바뀌는 시기지. 더불어 힘들다고, 어렵다고 기댈 수 있는 곳이 이전과 달리 확 줄어들어. 그 동안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독립하였으면 이제는 모든 것이 진검승부고 냉혹한 현실이지. 은행이나 투자사들의 자금유치도 실적이 있어야 하는 시기니까 모든 답을 시장과 고객에게서 찾아내야 해. 비즈니스 모델이 굴러가고 증명이 되어야 어엿한 기업으로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해외출장이 많아지고, 전시회 참석이 빈번해져. 예전에는 판매나 수출의 기대보다는 바이어를 발굴하고,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정도로 다니던 것과 달리 해외수출에 필요한 인증, 인허가와 유통구조에 따른 총판이나 벤더와 계약을 맺는 활동을 하지. 필요하다면 단독으로 방문해서 계약을 따내거나 해외지사 설립까지도 고려할 수 있어.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러한 기간에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어. 너의 사업과 나의 사업이 다르고 영역이 다르고, 기회가 다르니까. 마치 모든 신생아가 같은 발육 상태를 보이지 않으며, 동일한 성장을 하지 않는 것과 같아. 누군가는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작점이고, 누군가는 굳이 그런 것 없이 바로 걸음마가 가능한 출발선에 서있기도 해. 자기가 어떤 회사인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건 당사자니까. 여기에 목숨 걸고 매달리는 사람들이 그 회사에 대한 최고전문가야. 언급한 일련의 과정들을 최대한 단축시키거나 생략 가능할 정도로 속도감이 있는 스타트업은 분명 존재해. 우리 그런 회사인지, 그런 시장인지, 그런 제품과 서비스인지, 아닌지를 정해야 해.

이제 다시 한 번 너의 계획을 살펴봐. 어떤 시기에, 어떤 이슈에, 어떤 지표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테크트리를 준비했니? 너만의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지도가 아니라 이미 공개된 지도, 누군가가 남겨준 길, 증명되어지거나 증명 될 수 있는 방법, 근거들을 모아 추정할 수 있는 논리로 만들어진 테크트리가 되어야 해. 그리고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해.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이 글을 읽고 고민하고 있는 너처럼 나도 매일 고민하고 수정하고 있는 업무이자 끝이 없을 일이야. 널 응원하고, 나도 응원해! 힘내자 친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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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트리: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미션들을 시간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을 뜻하며, 마치 나뭇가지와 같이 소기 달성해야 할 미션들이 뻗어나가는 형태로 구성되기에 테크트리라고 불리운다.

*피벗(pivot): 제품/서비스/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보완하는 과정. 피보팅이라고도 한다.

*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개선: 2019년 정부의 창업지원프로그램은 예비창업자에서 창업초기기업에게는 ‘창업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성공패키지, 사내벤처육성’으로 정비하였으며, 3~7년차 스타트업에게는 후속 지원 프로그램으로 ‘창업도약패키지’로 일원화하였다. 팁스(TIPS) 역시 세분화되어 성장단계별 지원이 가능해졌으며, 올해에는 기술개발과제(R&D) 역시 각 정부 부처별로 신설되고 개선되었기에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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