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기업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인기가 높다. 2017년에만 SPAC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했거나 상장을 예고한 기업이 이미 10여개에 달한다. SPAC이 처음 도입된 2009년 이후 8년간 SPAC상장된 기업이 총 4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증가세다. 주식 종목을 보면 종목명 뒷자리에 “스팩” 이라고 적혀있는 그 ‘SPAC’에 대해 알아보자.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이해
SPAC은 공신력 있는 M&A 전문가·금융회사 등이 다른 기업에 대한 M&A를 목적으로 설립하여 특별 상장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로 정의된다. 즉, SPAC은 실체가 없는 서류상 회사로 목표는 오로지 기업 인수다.
SPAC의 본고장은 미국이다. 1993년 데이빗 누스바움 GKN증권 회장이 스팩을 통해 기업인수에 최초 성공했고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 인수합병 방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SPAC은 2009년 12월부터 기업인수목적회사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개정령이 공포 시행되면서 합법화되었으며, 대우증권이 설립한 ‘그린코리아SPAC’이 2010년 3월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SPAC은 크게 세 단계의 절차를 거쳐 인수합병을 하게 된다. 첫 단계는 설립 단계로 인수합병 전문가나 금융회사 등의 발기인에 의해 법인이 설립된다. 발기인은 설립 당시에 발행되는 주식을 인수한다.
두 번째 단계는 상장을 위해 기업의 주식과 경영내용을 공시하는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데 이때 일반 주주에게도 투자원금을 보장해주기 위해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인출을 제한한다.
IPO가 완료되면 세 번째 단계로 SPAC의 발행 주권을 거래소에 상장하고 인수합병 할 회사를 물색하게 된다. 이때 인수합병을 할 회사의 가치는 의무예치금액의 80% 이상이 돼야 하며 발기인과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는 대상기업이 될 수 없다.
SPAC의 특징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대상 기업을 찾아내 인수를 성사시켜야 하며, 3년 안에 업체를 합병하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회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상장폐지가 된 SPAC은 부실기업이라서가 아니라 기간(3년) 내에 합병법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인수 대상 기업은 원칙적으로 상장·비상장 기업 모두가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은 비상장 우량 기업이 인수 대상이 된다. 때문에 SPAC을 ‘우회상장목적회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우회상장과의 차이점
우회상장은 법규상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기 때문에 그 정의가 다양하게 기술되지만 금융감독원은 우회상장을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결합을 통하여 상장심사 등의 정상적인 상장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과 합병, 주식교환, 주식스왑(주식취득 및 제3자배정 증자를 결합한 우회상장으로 자산양수로도 불림), 영업양수 및 제3자배정 증자 등을 통해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사업내용 등의 변동을 초래하고 상장심사를 우회하여 실질적으로 상장되는 효과를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교환 사업결합에 있어 일반적으로 지분을 발행하는 기업이 취득자가 되지만 우회상장의 경우는 지분을 발행하는 기업이 피취득자가 되기 때문에 역취득(또는 역합병)이라고도 불린다.
SPAC은 상장된 이후 비상장기업과 합병을 한다는 점에서 우회상장의 일종이기는 하나 일반적인 우회상장과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일반적인 우회상장은 주로 경영권이 취약하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장기업이 그 수단(shell)으로 이용하므로 한계기업의 증시 퇴출이 지연되어 시장건전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 반면 SPAC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서 그 재무구조가 투명하기 때문에 상장 이후 우회상장의 수단(shell)이 되더라도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할 우려가 적다.
둘째, 일반적 우회상장은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간 역합병 등을 통해 비상장기업이 자동으로 상장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부실한 비상장기업이 적격성 심사 없이 시장에 진입할 우려가 있다. SPAC의 경우는 주로 우량한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부실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 특히, 한국형 SPAC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하는 경우 비상장기업에 대한 적격성심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셋째, 일반적인 우회상장의 경우 상장기업의 지분 및 경영권 양도 등이 수반되는 과정에서 인수회사와 대상회사 경영진이 차익실현을 위해 통모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대상회사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되기 쉽다. 그러나 SPAC은 합병대상회사의 사전 특정(Pre-identification)이 금지되기 때문에 인수회사와 대상회사 경영진간 사전공모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넷째, 일반적인 우회상장에서는 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그룹이 상장기업의 주식 및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하여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M&A 이후 새로운 경영진은 투하자금 회수를 위해 횡령·배임행위를 하거나 단기간에 회사를 재매각하는 등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높다. 반면 SPAC은 일반 기업과 달리 특정한 대주주가 없으므로 합병 대상법인의 대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우회상장에서 M&A 후에 발생하는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다.

SPAC이 최근 증가하는 이유
인수 대상이 된 비상장 기업 입장에서는 SPAC에 인수됨으로써 복잡한 절차가 뒤따르는 신규 상장과 부작용이 많은 우회상장을 하지 않고도 상장 기업으로 등록이 되고,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도 보장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일반투자자에게도 소액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수단을 제공하는 등 장점이 많으나, SPAC이 처음 도입된 2009년에는 중소기업의 무분별한 상장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규제로 인해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 증권사에서 한 개의 SPAC만을 내놓도록 제한을 걸고 상장신청기업의 자기자본 규모를 200억 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등 규제가 까다로웠다.
그러나 2012년 말 금융위원회가 SPAC과 합병하는 비상장사의 기업 가치를 자율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상장신청 기업의 자기자본 규모 기준을 20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인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였고, 최근에는 공모주에 대한 관심증가 및 M&A 활성화와 더불어 투자수요가 늘어나면서 SPAC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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