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현 팝콘사(PopcornSAR) 대표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질문한다면,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시장’과 ‘제품개발능력’ 그리고 ‘팀워크’이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세 가지 이유’라는 투자 관계자들의 우스개소리에서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첫째, 원하던 제품을 만들어냈으나 시장이 아직 성장하지 않는 경우이고,둘째는 반대로 시장은 충분히성장했으나 목표했던 제품개발에 실패한 경우이다. 세번째 이유는 시장도 성장했고 제품개발도 성공했으나 팀원들끼리 분쟁이 일어난 경우라고 한다.
자동차S/W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팝콘사(PopcornSAR)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동업자의 야반도주와 시장보다 한 발 앞섰기에 겪은 실패
팝콘사의 설립자는 현재 개발을 담당하는 채승엽 CTO이다. 그에게 팝콘사는 세번째 도전이다.
2005년 남들이 부러워하던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죽마고우와 첫번째 창업에 나섰다. 핵심 비즈니스는 일본기업 요구에 따른 임베디드S/W개발 외주였다. 사업은 잘 되었고, 20대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을 만지기 시작할 무렵, 죽마고우였던 동업자가 회사 자금을 횡령하여 야반도주했다. 이로 인해 채CTO는 경제적인 손실뿐 아니라 정신적 공황도 겪었다. 결국, 다시는 동업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 건너간 후, 운 좋게 eSOL이라는 자동차S/W기업에 취업이 되었고, 여기서 AUTOSAR를 처음 접한다. 일본 내에서 첫 AUTOSAR 개발도구 국산화 사례를 이끈 개발팀의 일원으로 근무하며 AUTOSAR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AUTOSAR 도구 개발과 제품화 경험을 쌓은 뒤, 국내로 돌아와 두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 두 명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국내 목표 고객군인 자동차 관련 대기업은 AUTOSAR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결국 회사를 접어야 했다. 시장보다 한 발 앞서 나간 것이 패인이었다.
이후 국내 상장사에 입사하여 AUTOSAR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여러 실적을 거두었지만, 그의 AUTOSAR 도구 개발 제안은 번번히 거절 당했다. 이에 세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AUTOSAR 도구를 보유한 글로벌 인도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AUTOSAR 도구에 대한 경험을 더 쌓으며 다시 한번 때를 기다렸다.

 

 

세번째 도전과 팀빌딩, 글로벌 인큐베이터 테크코드 입주
2014년 12월 해외 자동차 기업의 AUTOSAR 적용 확대 소식이 계속 들려왔고, 채 CTO는 다시 한번 도전을 결심하고, 1,000만원으로 팝콘사를 설립했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하여 1년 간,그 동안 준비한 자료를 재검토하며 AUTOSAR 도구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고 함께 할 파트너가 필요했다. AUTOSAR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고객사의 개발자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개발 이력은 짧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특히, AUTOSAR 시장에 대한 비전에 동감했다. 그래서 공을 들여 직원이 아닌 파트너로 최윤기 책임연구원을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10년 정도 알고 지낸 지금의 김갑현CEO와 연락이 우연히 닿았고, 그가 사업계획을 듣더니 정부과제 지원을 제안했다. 제안서 작성이 어려우면 직접 작성해 주겠다고 했다. 또한 추가 인력 확보를 위해 강남으로 사무실 이전이 필요했는데 발벗고 나서 입주 가능한 곳을 물색했고, 글로벌 인큐베이팅 센터인 테크코드의 제출 자료까지 모두 작성해 주었다. 이에 믿음을 갖게 되었고 김 CEO를 두번째 파트너로 영입하려 했으나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개발자가 아닌 자신이 옮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채CTO는 세번째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늦깎이 석사과정을 밟았는데, 당시 은사였던 교수님이 2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AUTOSAR 도구를 꼭 완성하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대표이사를 다른 이에게 넘기고 개발에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개발자의 역할과 대표이사의 역할이 다른데 둘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이유였다.
때마침 2~3곳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제안을 받게 되었고, 이를 빌미로 대표이사직을 김CEO에게 제안했다. 개발자인 채CTO에게 벤처캐피탈 대응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표이사직 수락을 얻어냈고, 두번째 파트너로 김CEO를 영입했다.
하지만 결국 투자유치에는 실패했다. 아이템은 매력적이나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고, 개발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시드머니는 소진되었다.

 

어려울 때 빛난 팀워크
어려운 상황에 대한 솔직한 의견들을 나누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때론 아쉬움이, 때론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론적으로 시장의 도래와 제품개발 성공에 대한 믿음을 더욱 다지며 끝까지 가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CEO는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밤낮없이 뛰었고, 채CTO와 최 책임연구원은 각 자가 맡은 도구 개발에 매진했다. 어려운 시기가 이어졌지만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듯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버텼다.
몇 개월 뒤 마침내 툴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레퍼런스도 확보할 수 있었다. 시장의 급격한 확대는 팝콘사와 같은 스타트업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B2B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벤처캐피탈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TIPS 창업팀으로도 선정되었다. 어느덧 팝콘사의 식구는 10명으로 불어났고 추가 인력을 모집 중이다.
팝콘사는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쓰러지는 제품개발과 레퍼런스 확보라는 첫번째 산을 넘은 것에 불과하다. 추가 제품개발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고객 확대라는 단계에 들어선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3가지를 모두 확보하였기에 팝콘사의 앞날은 기대해 볼만 할 것이다.
시장, 제품, 팀워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CEO와 채 CTO는 이구동성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스타트업에게 제품개발이나 판매 등은 모두 어려운 숙제입니다만,시장상황에 따라 아이템은 바꿀 수 있어 해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팀워크가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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