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처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 정신력, 학습능력


최인수 마크로밀 엠브레인 대표

 

IMF 외환위기가 휩쓸고 간 다음 해인 1998년에 설립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경영이념은 ‘회사의 영속과 직원의 행복을 균형 있게 추구한다’이다. 직원을 위해 조식을 제공하고 1년에 1주일 이상의 휴가를 반드시 써야 하는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창업한 최인수 대표는 신뢰성을 기반으로 회사를 명실공히 최고의 온라인 리서치 회사로 성장시켰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요?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1998년에 설립된 마케팅 리서치 기업으로, 현재 2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리서치 기업으로는 톱 5 안에, 온라인 리서치 분야에서는 최고의 회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IMF 외환위기 이후 IT 붐이 한창이던 1998년에 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퍼져나갔을 때였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산업과학과의 통계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고 리서치 비즈니스에 IT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창업은 모바일을 플랫폼으로 삼았는데, 6개월 만에 모바일 리서치보다 온라인 리서치가 더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분야를 집중 공략했습니다.

 

마크로밀 재팬과의 합작 이후 변화가 있다면?
제가 창업할 당시 온라인 리서치 회사만 50~100여 개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곳은 마크로밀 엠브레인 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리서치 분야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일 뿐 아니라 패널과 솔루션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적, 기술적 역량 확보가 중요해서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2011년 한국을 대표하는 리서치 회사였던 모 회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기업 규모가 크더라도 자본이 튼튼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마크로밀 재팬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자본 안정화를 통해 직원 수 100명, 매출 120억 원 규모의 회사에서 현재 직원 수 230명, 매출액 3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리서치의 핵심은 신뢰성
온라인 리서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 확보일 것입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1위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온라인 리서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패널입니다. 온라인 리서치에서의 응답은 일반인이 아닌 리서치 기업과 계약 관계를 맺은 사람들, 즉 패널에 의해 진행됩니다. 패널에 가입하게 되면, 한 사람에 대해 굉장히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게 되는데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경우 약 200여 개의 정보를 수집, 구축해 놓습니다.

둘째로는 패널에 가입한 사람이 제대로, 성실하게 답변을 했는지 판단하고 가려낼 수 있는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응답의 성실성, 진실성은 물론이고 응답 시간까지 확인해 리서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죠.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오랜 연구와 스터디를 거듭해 자체적으로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하우만 한 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진척시켰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러한 역량을 솔루션에 반영해 자동으로 필터링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중요합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역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욱 객관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소비자를 분석한 결과를 책으로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도서 발간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기업의 마케팅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그 답을 얻기 위해 마케팅 리서치를 실시하는데, 당시의 한 두 가지 조사만으로 소비자의 생각과 태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소비자 모니터링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생각과 태도 변화를 추적해 왔고, 2011년부터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소비자의 생각을 담아 매년 트렌드 조사 결과를 책으로 발간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해 리서치 자동화 방안 마련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리서치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 전문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나 우려가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기회의 요인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저는 후자의 입장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리서치 산업에 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리서치를 좀 더 자동화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해 산학협력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들은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굳이 리서치가 필요 없지 않느냐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빅데이터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한 목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빅데이터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생각이나 태도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의 생각, 태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리서치이고, 여기에 빅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예측력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리서치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충실한 대비를 통해 기업의 성장 모티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조사협회의 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국조사협회의 청년취업아카데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리서처(Researcher)는 학생들이 잘 모르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리서처로 활동하게 되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 커뮤니케이션, 문제해결, 업무처리 능력 등의 역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클라이언트와 영역을 접하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습의 기회도 가지게 됩니다. 게다가 연봉도 중소기업보다 높고 대기업에서도 많은 리서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직업을 소개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조사협회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청년취업아카데미 리서처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수료생은 266명이고, 이들 중 평균 취업률은 83%에 달합니다. 특히, 2017년 연말부터는 한국심리학회와 공동으로 대학원생 리서처 마스터과정을 진행할 계획에 있습니다.

 

리서처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있다면?
리서처로서 필요한 지식은 마케팅, 소비자 행동, 심리학, 통계학, 사회학 등 많습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지식은 배우면 그만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지식보다 개인의 성향과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리서처는 고객과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여러 부서와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해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정신력도 중요합니다. 리서치 업무는 고객이 요구하는 기간 내에 결과물을 도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 다음은 학습능력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야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훌륭한 보고서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최인수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스타트업이 마케팅 리서치를 하거나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리서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서울산업진흥원의 ‘제품, 서비스 마케팅 경쟁력 진단 리서치 지원 사업’ 등 정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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