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민 카이스트 교수 특강

배상민 카이스트 교수

 

카이스트라는 학교는 전국에서 가장 좌뇌적인 아이들을 모아놓고 그 중 누가 제일 과학적이고 물리적인가를 겨루는 집단입니다.
제가 파슨스에서 강의할 때 ‘I like it, l hate it’ 이렇게 두 마디로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강의를 합니다. 그 영향을 받은 채로 카이스트에서 정말로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면 이 수준에서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극 우뇌 집단에서 14년을, 극 좌뇌 집단에서 13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이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이 제 이력 중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토대로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을 들으시면 될 것 같아요.


카이스트가 다른 학교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교수들이 연구소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ID+IM이라는 연구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27살에 파슨스 교수가 되었지만 교수라고 하면 믿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때문에 콤플렉스가 생겨서 디자이너라고 소개했습니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지금의 카이스트에선 교수 3분이 학생 한 명과 8시간 동안 마주하며 창의성과 사회성을 봅니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교수들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 돌발적인 천재를 뽑기 위함입니다.


연구소 이름 ID+IM은 ‘I design therefore I am . 나는 디자인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뜻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3D인데요 제가 디자인을 하는 이유, 더 나아가서는 제가 사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맵핑이 됩니다. 그게 어떤 것이냐 하면 나는 꿈꾼다 (dream)/ 나는 디자인 한다 (design) / 그 디자인 한 것을 나눈다 (donate). 고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 철학에 동의하는 젊은 연구자들, 학생들, 디자이너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14년 사는 동안에 정말 행운이었던 것은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자기분야의 최고이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만나게 되다 보니까 이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3H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heart / 80대지만 20대 청년이 짜증이 날 정도의 호기심을 가진 마음. 두 번째는 head /  14년 간 뉴욕에 있을 때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이 두 가지만 가져도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H가 없으면 정말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바로 hand입니다. 자신의 것을 모두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정말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이처럼 3H를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3D에 맵핑해 보세요. Heart-dream / Head-design / Hand-donate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은 모두 자신만의 3D가 있으시겠지만 만약 그 기억이 흐릿해진다면 이 강연을 듣고 난 후 그 3D가 좀 더 선명해졌으면 합니다.
전 세계를 포함해서 하루에 10달러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의 퍼센트는 얼마나 될까요?
상위 10%입니다. 즉, 90%의 사람들은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는 뜻이 됩니다. 더 심각한 건 이 중에서 80%의 사람들은 하루에 이천원의 소비도 하지 못합니다. 상위 10% 사람들의 삶 속의 문제보다 90% 사람들의 삶 속의 문제가 더 큽니다. 하지만 99.9%의 디자이너들은 상위 10%의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 합니다.
디자이너를 정의해 본다면 어떤 상황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그것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디자이너 자신들은 문제를 잘 파악하고 해결한다고 얘기하지만, 진짜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인간의 욕망만 끊임없이 부추기는 것을 해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70년 영국 디자인 비평가이자 교수가 이러한 말을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하는 꼬라지를 메디컬 닥터들이 하는 행위에 비유해보면, 99.9%의 의사들이 그들의 본분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버리고 피부과, 성형외과에 종사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7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고 더 심각해질 뿐입니다. 이러한 명제가 뉴욕에서 14년 동안 3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고 어떻게든 뉴욕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청년 배상민에게 엄청난 도전의식을 가져다줍니다.
제가 한복을 입는 이유는 콤플렉스 때문입니다. 27살에 교수가 되었고 29살에 회사를 창립합니다. 누구나 아실만한 유명한 것들을 많이 디자인 한 결과, 뉴욕에서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저의 꿈에도 점점 가까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 가지고 있었지만 ‘행복’ 이라는 것이 없어 너무 괴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디자인이 6개월이 지나면 아무 이유 없이 ‘신상’이라는 것들에 밀려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저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아름다운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요.
저는 학교에서 “명품은 영원하다. 너희들은 나가서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명품을 디자인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삼성 디자이너가 되면 목표가 어떻게 되냐면 처음 나왔을 때 눈을 매혹시킬 만큼의 상품성이 있어야 하고, 그 후 6개월 뒤에는 질리게 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리의식 없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보이스 피싱’이 아닌 ‘비주얼 피싱’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먹고 살기 위해서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체 하면서 사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디자이너였습니다. 이것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좋은 디자이너라고 칭송 받게 됩니다.
저는 3년간 새벽기도를 다녔습니다. 신앙심이 깊었던 것은 아니었고, 일이 새벽 3, 4시에 끝나면 기도를 드리고 집에 가면 잠이 잘 오는 덕으로 불면증 때문에 다니게 되었던 것입니다.
3D의 실천을 위해서 2005년에 카이스트로 와서 시작한 것이 philanthropy 라는 타이틀을 걸고 디자인을 시작합니다. phil 은 to love, dear를 뜻하고, anthropy는 mankind 라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 디자이너 중에서 나눔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민족은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는 그것 때문에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부터 말씀드릴 것이 나눔 프로젝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소외받는 분들을 위해서 매년 새로운 자선상품을 만들어서 생기는 판매액 전액을 가난한 어린이의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사업을 나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하는 여섯 가지 단계에는 부정적인 것 세 가지, 긍정적인 것 세 가지가 있습니다. 어떠한 정치가, 경제학자, 생태학자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을 디자이너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를 이끌어 내면 그들도 모르게 부정적인 단계에서 긍정적인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2008년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2008)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던 작품 ‘Cross to Cube’입니다. 나와 이웃간의 관계, 나와 신의 관계 이렇게 네 가지가 모두 모이면 우리 사이가 단단해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십자가 형태로, 접으면 주사위 크기의 정육면체로 변하고 디지털에 소외되는 분들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든 휴대용 MP3 플레이어입니다.
저는 이 상은 제가 받기엔 너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상은 판매량이 굉장히 중요한 잣대였는데 그 당시에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 아이팟이 동상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아는 전 세계를 강타한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그 다음 나눔 프로젝트 작품은 기존 전기 가습기의 박테리아 발생문제를 해결한 하트모양의 천연 울 소재를 벌집모양으로 만든 자연 기화방식의 가습기입니다.
에피소드 한 개를 말씀드리자면, 이 제품이 제일 인기가 많아서 많이 팔리다 보니까 가짜도 많이 나오는 추세였는데 한 초등학교 학생의 어머니가 제 사인을 받으시겠다고 저 제품을 들고 오셨는데 제가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짝퉁’이었던 것이죠. 그래도 ‘그분들은 이 제품이 기부가 된다고 해서 사신 분들이신데’ 라는 생각으로 사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법무팀에 얘기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다음 나온 제품이 인터랙티브 텀블러 하티(heartea)입니다. 심장을 상징하는 돌기 부분의 불빛이 텀블러 내부의 온도를 알려주면서 음료를 적당한 온도로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텀블러입니다. 이 제품도 4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소외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더 이상 개인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계속 기부를 하기에는 구조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면 되시고, 없으신 분들은 구매하시면 됩니다. 가장 힘들고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파트너, 후원자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만의 3D를 다시 한 번 생각하셔서 물질을 나누시고 싶으신 분들은 물질을, 시간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시간을, 재능을 나누고 싶으신 분들은 재능을, 다 없다면 마음을 나누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그 나눔을 가정에서, 직장에서, 이웃에서 나누시면서 사회에 큰 영향력을 주는 분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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