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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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4] 사업을 운영하는 중에 타인이 상호가 상표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음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상표로 등록 받아 놓고 못쓰게 하는 경우가 있다. 상표의 도용 또는 탈취라고 한다. 변리사로서 많이 상담하게 되는 분야다. 상표법에 대해서 무지한 상태에서 눈뜨고 당하는 사업주들이 많다. 전국에 600개의 지점이 있던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상표를 도용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변경하고 매출이 급감하여 지금은 5개도 되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동업관계에 있던 사업주가 자기 몰래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 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브랜드가 유명해진 것을 보고 상표가 등록되어 있지 않음을 기화로 신용에 편승하여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해 출원되는 상표는 수도 없이 많다. 정당한 상표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하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용 상표의 진행상태에 따른 대처방안을 살펴보겠다.

 

상표출원 전

상표를 출원하기 전에 자신의 상호나 브랜드와 유사한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서둘러 상표권을 출원할 필요가 있다. 해당 업체의 상표사용이 오래되지 않았다면, 상표를 등록한 후 이름을 바꿀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본인의 브랜드가 상표권을 등록 받을 수 있는지, 등록되더라도 해당 업체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볼빅(Volvik)과 엑스페론(Xperon) 사이 VIVID 상표권 분쟁이 벌어졌는데, 볼빅에서는 volvik vivid로 상표권을 잘 받아 두었음에도 심사관이 VIVID의 식별력을 인정하지 않아 xperon vivid의 상표등록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렇듯 상표등록이 되더라도 타인의 상표등록이나 사용을 저지하지 못하는 상표도 있다. 권리범위에 대해서 사전에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상표출원 중

상표법 제49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상표등록출원된 상표에 거절이유가 있다는 취지의 정보를 증거와 함께 특허청장 또는 특허심판원장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즉, 도용 상표가 거절되어야 하는 취지와 도용 상표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정보제공 또는 정보제출이라고 한다. 정보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보호된다. 심사관은 제공된 정보를 기초하여 심사할 수 있다. 정보제공하였다 하더라도 무조건 심사관이 이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제공된 상표의 경우 상표의 심사가 결정이 나면 정보제공자에게 관련된 내용을 함께 통지한다.

상표를 도용 당한 자는 상표를 도용 당했음을 정보제출서를 통해 주장하고,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입증할 수 있는 서류로는 설립일이 기록된 사업자등록증, 매출전표, 광고비 집행 세금계산서, 광고의 형태, 제품 판매 기간, 고객 수, 영업점의 수, 네이버 및 구글 검색결과 등이 있다. 도용 상표출원일 전으로 사용기간이 길수록 정보제공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도용상표 출원일로부터 1년 정도 전후라면 상표법 제 34조 제1항 제13호의 거절이유가 통지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해당 출원인이 서로 친분 또는 계약관계가 있었다면 거절 가능성은 높아진다. 동업, 고용 등 업무상 거래관계나 기타 계약관계에 있었던 자라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에 의해 상표의 사용기간과 무관하게 거절될 수도 있다.

 

출처: kipr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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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도용상표를 거절시키고, 자신의 브랜드를 적절하게 지킨 예이다. 정당한 상표 사용자가 상표등록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상표를 도용 당할 뻔하였다. 다행히도 출원 단계에서 미리 발견하고, 정보제출을 하며 자신의 상표를 출원함으로써 브랜드를 지킬 수 있었다.

 

출원공고 이후

심사관은 상표의 거절이유를 찾을 수 없으면 상표에 대해 출원공고를 한다. 출원공고 이후 소정기간 동안 이의신청이 없으면 등록결정된다. 상표법 제60조에 따르면 출원공고일로부터 2개월 내에 상표의 거절이유가 있음을 이유로 특허청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심사관 3명으로 구성되는 심사관합의체에서 이의신청 사유를 심사 및 결정한다.

상표를 도용 당한 자는 상표를 도용 당했음을 이의신청을 통해 주장 및 입증하여야 한다. 이의신청은 심사관이 출원단계에서 거절이유가 없다고 결정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번복하기가 정보제공보다 더 까다롭다. 상표의 출원인에게는 이의신청 사유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보제공과 마찬가지로 상표를 도용 당한 자는 자신이 상표를 먼저 사용하였고, 상표출원인이 자신의 상표를 부당하게 도용하여 출원하였음을 주장하고, 입증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의신청 시에는 출원공고된 상표가 거절되어야 하는 이유를 정보제공할 때보다 명확하게 주장하여야 한다. 만약 이미 정보제출을 통해 이런 내용을 주장하였다면 증거자료를 보다 면밀하게 준비하여 제출하지 않으면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등록 이후

출원공고 이후 이의신청이 없으면 심사관은 상표를 등록 결정한다. 출원인이 등록비용을 납부하면 해당 상표는 설정등록된다. 등록된 상표는 심판이라는 행정처분을 통해서만 취소 또는 무효로 할 수 있다.

(1) 취소심판 - 등록일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상표의 등록일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상표권자가 상표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불사용 취소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불사용에 따른 취소심판은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되어 있다.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누구도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 취소사유가 된다. 상표는 등록된 형태와 동일하게 사용하여야 하므로, 유사범위에서 사용하는 경우라면 상표를 불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3년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이므로, 등록일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표에는 해당 사유를 근거로 취소심판을 제기할 수 없다.

(2) 취소심판 - 등록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

상표의 등록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이라도 상표권자 또는 사용권자가 동일범위가 아닌 유사범위에서 사용 중이며, 다른 상표와 오인 혼동가능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의 상표 부정사용에 따른 상표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제1호는 상표권자가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이고, 제2호는 사용권자가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이다.

(3) 무효심판

상표를 도용 당한 자는 상표법 제117조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상표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근거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저명한 타인의 이름, 유사한 선행 등록상표 또는 널리 알려진 선행 상표가 있음을 근거로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6호 내지 제10호)에는 상표가 등록된 후 5년이 지나면 해당 사유를 근거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없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자신이 사용하는 상표를 도용 당한 경우라면, 무효심판 또한 정보제공 및 이의신청과 사유는 동일하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 또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1호의 사유를 무효사유로 주장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 무효심판은 이미 행정처분이 완료된 상표에 대해 행정처분을 번복하기 위해 제기되는 것이므로 정보제공 및 이의신청보다 쉽지 않다.

 

경고장 및 소송에 대응

등록상표권을 획득한 상대방이 경고장을 송부하였거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무효심판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라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경고장의 답변서 또는 소송에서 대응하기 적절한 주장들과 대처방안을 소개한다.

 

(1) 비유사 주장

상표법 제 89조 및 상표법 제108조에 따르면 등록상표권의 권리범위는 상표와 지정상품의 유사범위까지 미친다. 따라서 상표를 도용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기존에 사용 중이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에 사용 중이던 상표가 식별력이 없는 경우라면 권리범위에 미치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상표의 유사판단은 상표 간에 전체로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 분리 가능한 상표의 경우 분리하여 판단할 수도 있다. 유사판단의 기준은 호칭, 외관, 관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그중 호칭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양 상표를 발음하였을 때 일반수요자 기준으로 서로 유사하게 들리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식별력이 약한 부분은 제외하고 상표의 요부만 놓고 비교 판단할 수 있다. 이는 모두 개별적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것으로서 비전문가가 판단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표뿐 아니라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상표를 사용 중인 상품 또는 서비스업과 비슷하여야 한다. 등록상표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원 단계에서 상품 또는 서비스업을 지정해서 진행하여야 한다. 예컨대 ‘유노’라는 상표를 ‘레스토랑업’에 등록 받았다면 ‘유노’라는 상표를 ‘병원업’에 사용 중인 자의 사용을 막을 수 없다. 지정서비스업 또는 상품간 비교는 성질, 내용, 수요자의 범위, 원재료, 품질,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등록상표와 자신의 상호 또는 브랜드가 비유사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주장함으로써 대응할 수도 있다.

 

(2) 선사용권 주장

상표법 제99조에 제1항 각호에 따르면 부정경쟁 목적 없이 상표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 사용해왔으며 수요자간에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다면 상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수요자들에게 인식이 되어야 하며, 이미 서로 경쟁관계에 있거나 계약관계에 있는 등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다면 인정되지 않는다.

상표법 제99조 제2항에 따르면 자기의 성명 상호의 경우 상표출원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다면 수요자들에게 인식이 되어야 한다는 요건 없이도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상표를 도용 당했다 하더라도 바로 상표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며, 이렇게 선사용권을 주장함으로써 회피할 수도 있다. 다만, 선사용권의 경우 소송에서 인정되는 권리이며 요건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상표 출원일 전부터 상호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상표 출원일 이후에 그 상호를 조금이라도 변경했다면 선사용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선사용권이 인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해당 상표를 변경할 수 있는 권리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그대로 사용할 권리를 가질 뿐이므로 사업 확장 등이 용이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가능하면 선사용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안심하기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잘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 상표적사용이 아님을 주장

아무리 유사하다 하더라도 상표적 사용이 아니라면 상표의 침해가 될 수 없다. 상표적 사용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상표를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리모컨을 판매하면서 ‘삼성’, ‘LG’ TV에 사용가능하다고 적어 둔 것은 제품의 사용처를 기재한 것일 뿐이므로 삼성에서 만든 리모컨이라는 의미의 사용이 아니다. 사과를 팔 때 생산지를 표시한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그냥 기재하였을 뿐이라면 역시 상표의 사용이라 보기 어렵다.

 

(4) 화해, 양수 및 라이센싱

상표의 정당한 권리자라 하더라도 본인이 상표 등록이 늦었음을 인정하고 적절하게 화해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 다양한 협상이 가능한데 상대 상표에 무효나 취소사유가 있을 수 있다면 일단 심판을 제기하고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무지 상대방 상표를 없애기 어려운 경우라면 아쉽지만 상표를 구매하거나 사용권계약을 하는 방안도 있다. 상표를 바꾸는 것이 어려운 경우라면 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마치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상표선사용주의가 아닌 상표등록주의를 택하였기 때문에, 한때 상표 브로커들이 성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 인해 많은 기업들 또는 자영업자들이 큰 돈을 주고 상표를 구매하거나 소송을 해야 했다. 이에 국가에서는 상표선점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제는 도용 상표를 거절 또는 무효시키거나 먼저 사용한 자의 상표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선사용주의를 일부 채택하여 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분쟁 절차들은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은 비용을 부담하기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심판 및 소송의 경우 출원 및 등록 비용보다 몇 배에서 몇 십 배는 들어갈 수 있다. 분쟁이 종료된 후에 이미 사업은 엉망이 되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보제공이 이의신청보다 쉽기 때문에 상표 출원 과정에서 정보제공 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찬가지로, 이미 내려진 행정처분을 번복하기 위한 무효심판이나 취소심판보다는 등록 전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의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사업주가 자신의 상표를 누군가 도용하지는 않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는 모니터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제공, 이의신청 무효 및 취소심판을 제기하는 것보다 자신의 브랜드를 상표권으로 잘 보호해 두는 것이 비용적으로 저렴하고, 시간도 적게 들며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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