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가 류재현 감독, '축제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경제적 파급효과' 강연

강연 중인 류재현 감독
 

지자체 마다 다양한 축제가 연중 열리고 있다. 이들 축제는 행사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열기가 사그라들고 지역경제에 파급되는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문화기획가 류재현 감독은 지역 축제를 활성화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축제를 행사 기간이 지나면 금새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니라,  일년 내내 함께 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아이디어 장인'을 꿈꾸며 국내 대표적인 지역축제들을 성공적으로 기획해 온 그는, 한국부동산개발협회와 한국M&A융합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제 249회 부동산융합 포럼에서 상기와 같이 주장했다. 

 

창의란 무엇인가? 
류 감독은 강연의 서두를 창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일단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이라는 일반적 정의는 배격하자고 하며, 세가지 창의론은 내세웠다. 첫번째로 '안돼'를 '돼'로 만드는 것이다. 부정적인 요소를 지우는 것이라 했다. 두번째는 창의란 '살짝 뒤집는 것'이다. 본질은 변함없으되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왕시를 자문한 사례인데, '의왕'이라는 명칭에 착안하여 기존 '도깨비시장'을 '왕 도깨비시장' 이라 명칭을 바꾸라 조언하여 재래시장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창의란 실패를 성공으로 읽히게 만드는 것이다. 실패가 쌓여서 성공을 이루며, 어떠한 성공도 그 속을 자세히 보면 무수한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성공'인가 '실패' 인가? (출처: 류재현 감독 발표자료)

 

류 감독, 홍대 앞 3대 막춤 댄서되다
류 감독은 4수 끝에 서울대에 들어갔다. 서른이 되어 막 졸업한 후에는 홍대 클럽에 갔다. 처음 발을 들이고는 미쳐버렸다고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이 빙 둘러서 손뼉을 치고 있었고, 옆에 누군가가 "손님 잘 노시대요", "손님 또 오세요" 라고 하더랜다. 그 애절한 약속을 지키려 점점 가는 횟수가 늘어났고, 한번 춤추면 서너시간이 훌쩍 갔다. 그 생활이 3-4년 이어졌다. 이제는 이런 의문이 나왔다. "저 사람 또왔어?" 더 지나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1999년에는 '홍대앞 3대 막춤 댄서'로 매스컴에 오를 뻔하기도 했고, 홍대 앞에 웬만한 클럽에는 무료입장하게 됐다. 이제는 손님이 아니라 클럽의 가족이 됐다. 


홍대앞 클럽은 사실 불법이다. 상업지역이라 해도 학교 앞 50~200m 내에는 유흥업소가 있을 수 없다. 현실에서 클럽 단속을 받는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다. 클럽은 클럽주가 지키는 게 아니라 클러버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클럽 합법화운동을 전개했다. 우선 클럽업주단체를 만들고 리더가 됐다. 클럽의 당시 상황은 10여개의 클럽중 6클럽은 6개월내에 문을 닫고, 잘되는 클럽은 신고하는 등 클럽간 반목현상도 있었다. 주말 장사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학교 축제도 열리니 영 달갑지 않아했다. 이에 류 감독은 학교 축제를 두려워 말고 클럽의 자체 축제를 열자 했다.
 
이 제안이 시초가 되어 티켓 하나로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클럽을 갈 수 있게 한 '클럽 데이'가 만들어졌다. 보통 축제가 일년에 한번이면, 클럽데이는 한달에 한번 축제를 연것이었다. 참여한 10개의 클럽은 모두 합하여 1,500평이었고, 이에따라 동시 수용인구는 1,500명이었다. 1만장 정도의 티켓이 판매되었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클럽들을 이동하며 거치는 모든 거리는 행사장이 되고, 저절로 홍보가 되는 선순환을 타게 됐다. '줄세우면 성공한다'라는 마케팅 비법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티켓 20장 파는 클럽, 800장 파는 클럽 모두 같은 금액으로 수익을 나누게 하여 공존 경제를 실현했고, 바로 이 클럽데이를 기점으로 홍대앞 상권이 신촌이대 상권을 넘어서게 됐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 상상이 됐다. 인디문화가 대중이 사랑하는 문화가 되었고, 기존 클럽주들이 돈방석에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평범한 동네 축제가 190만명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축제로 변모
2014년 11월에는 중랑구 문화정책과장의 부탁으로 한 회의에 참석했다. 중랑구 장미축제 자문단회의였는데, 대안은 없고 부정적인 얘기로 싸우고만 있었다. 이에 한심하여 회의내내 딴짓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한 말씀 해주시죠" 라는 부탁에 한마디 했다. 한마디로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좌중이 서늘해진 가운데 이를 만회하는 발언을 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 못 이길 거면 하지말라 했고, '밤에 피는 장미'를 연출할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장미축제를 제안했다. 나오면서는 "당신들은 장미가 부족하게 아니라 아이디어가 부족하다" 일갈하고 나왔다. 며칠 후에 중랑구청 팀장과 주무관이 와서는 장미축제 총감독을 맡아 달라고 왔다. 예산도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은 프로젝트라 여겼지만 스스로의 덧에 빠진 듯 진행했다. '중랑구 장미축제'는 2013년 까지는 연 5천명 정도 참여하던 동네 축제였다. 이러던 것이 2015년에 15만 5천명이 운집했다. 비결은 축제 명칭을 '중랑천 장미축제'를 '서울 장미축제'로 바꾼 것이 첫번째였고, 대한민국 최초의 '아내의날'을 제정하고 이를 연계한 것이 두번째 였다. 여심을 잡으면 성공한다라는 마케팅의 또다른 비법이 주효했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의 대부분은 배우자의 요청으로 왔다는 것이었다.  

 

2016년에는 77만명, 2017년에는 무려 190만명이 참여했다. 중랑구는 서울장미축제로 그 이미지가 격변했다. 기존에는 망우리 공동묘지, 상봉터미널 등 척박하고 암울한 이미지 뿐이었는데, 이제는 주민들의 자긍심이 커지고 인근 자치구들의 부러움을 사게 됐다. '꽃의 도시 중랑구' 라는 이미지가 생기고, 행사장 인근 나대지들이 모두 유채꽃 등 꽃밭으로 했으며, 장미터널, 장미전망대, 장미 도서관 개관 등 상전벽해의 변화가 생겼다. 지역의 자신이 되려면 다른 곳에서 못하는 것을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장미축제 입구를 돌판(고재석)으로 깔았다. 친근함과 희귀성이 가미되어 그 돌길 자체도 지역의 자산이 됐다.  

 

그 결과 서울시의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되어 향후 4년간 10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인근 묵2동의 지가가 상승되고 지역발전이 가속화됐다. 이에 더 나아가 중랑천 제방의 창의적 활용을 제안했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 처럼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도록 기획했다. 5.15 Km 길이 제방의 사변에다가 '호빗 하우스'를 만들라고 제안했다. 자연친화적 공간을 설치하여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를 로즈로드 5.15라 이름짓고 제안했다. 

 

류 감독이 활약하는 곳에는 집값이 오른다는 썰
클럽데이와 서울장미축제의 대성공으로, 류 감독을 잘 아는 사람은 그가 활약하는 곳에는 반드시 집값이 오른다고 한단다. 이유는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 축제는 매우 놀라운 현상을 지니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기간에 가보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 이른바 '꺼리'들이 가득한데, 행사 후에 행사장이었던 장소에 가보면 거짓말처럼 텅비어 있다는 것이다. 무대장치, 렌탈료, 프로그램, 출연료, 홍보비, 운영비 등 많은 노력과 자원들이 행사가 종료되면 신기루 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의 좋은 사례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서울장미축제를 들었다. 이 축제들의 공통점은 행사를 위해 조성된 콘텐츠들이 평소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축제장소로 이용되거나 일년 내내 사람들이 찾는 자산이 됐다. 순천의 독보적 자산이 되어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례가 됐다. 훌륭한 자산이 존재하는 가치가 올라가서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줬다. 
해외 사례로는 벨기에의 1.7만명 인구의 봄(Boom)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음악축제 '투모로우 랜드(Tomorrow Land)'를 소개했다. 연 20만개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티켓오픈 순간 매진된다. 이 축제의 특징은 봄(Boom)시가 축제용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주최측에게 해마다 건물을 세우거나, 잔디를 깔든지하여 축제 공간들을 업그레이드 하도록한 것이다. 이 축제엔 전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지역경제활성화는 물론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축제테마마을을 만들어 보는 상상
강연 말미에 류 감독은 축제를 일회성 신기루가 아닌, 평소에도 누릴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일회성으로 소비되는 예산을 자산이 되는 가치로 전환하여 시간이 지날 수록 차별화 되는 마을을 만들어보는 상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신기루를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과 시도. 이것이 류 감독이 활약하는 곳에는 집값이 오른다는 설의 진실이 아닐까 한다. 

 

한편, 부동산융합포럼은 매주 화요일 오전 7시 30분에 진행되며 부동산 관련 트렌드와 이슈를 바탕으로 강연을 구성하여 부동산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보교환의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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