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타트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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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제2벤처 붐 조성을 독려하는 등 벤처 관련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받아 벤처캐피탈 관련 인재 육성과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막중한 임무를 맡은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정성인 회장이 전망하는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산업의 미래를 들여다보자.

 

지난 2월 2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지난 석 달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그동안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벤처캐피탈 관련 행사가 많았습니다. 다른 단체장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취임 후에는 인사다닐 곳이 많습니다. 관련 행사가 많다는 것은 사회·경제·국가 차원에서도 벤처캐피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일할 때보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뒤에 벤처캐피탈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더 많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과 같은 국정과제와 맞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에게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벤처캐피탈 기업들을 대변하는 협회입니다. 벤처캐피탈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 협회 회원사는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 금융회사, 벤처기업특별법상의 벤처 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유한책임회사(LLC)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 세 분야에 속하는 기업들이 우리 협회 회원사의 정회원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투자 회사들이 총 220개 정도 되는데, 이 중, 우리 협회 회원사로 가입한 기업은 129개입니다.

이 외에도 특별회원사들이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과 벤처캐피탈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 중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GS홈쇼핑 등과 같은 기업이 특별 회원사로 가입돼 있습니다. 1989년 출발한 벤처캐피탈협회는 올해 9월 27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협회입니다.

우리 협회의 근본은 벤처캐피탈 기업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이익단체이긴 하지만, 다른 협회와 다른 점은 조직이 크지 않은 운용사들의 업무 중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리서치 기능과 함께 정책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출발했고, 법규나 제도와 관련된 일을 개별 기업에서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홍보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협회장으로 취임하신 후의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석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요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 통상적인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 생태계와 관련된 정부 기관, 국민연금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은 현재 사회적으로 큰 이슈입니다. 대통령이 참여한 큰 행사도 두 건이나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는 등 기본적인 대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형 벤처캐피탈 기업들의 협회 가입비를 면제해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입비를 면제함으로써 협회 회원가입을 활성화하고, 협회 가입을 촉진하고자 합니다. 현재 이사회, 회장단 회의, 총회의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업계의 대표성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며, 20개 이상의 회원사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임기를 마치기 전, 가장 이루고 싶은 업적은 무엇입니까?

한국벤처캐피탈 협회 회장의 임기는 2년입니다. 2년 동안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벤처캐피탈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업계의 출발 근간이 되는 법규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있습니다. 이 법안에서 벤처캐피탈은 벤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항의 하나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협회에서는 10년 전부터 벤처캐피탈을 독립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법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로 현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올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벤처캐피탈이 보조적인 지위에서 독립적인 산업으로 대내외적인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의 독립 금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된다면, 독립산업으로서 관련 제도와 시스템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우리 업종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돼 왔던 시스템이나 규제를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재정립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제 임기 내에 시작될 것이고, 임기를 마치기 전, 어느 정도 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 중인 정성인 회장. (출처: 스타트업4)
인터뷰 중인 정성인 회장. (출처: 스타트업4)

취임사를 통해 “2년 임기 내 벤처 투자 5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3조 4천억 원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2018년에만 40%의 성장률을 보인 것입니다. 이러한 통계치로 봤을 때, 현상유지만 해도 벤처 투자 5조 원 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성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입니다. 벤처 투자가 1년에 평균 30%씩 늘어나고 있는데, 인력을 30~40%씩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벤처캐피탈은 라이프사이클이 긴 산업입니다. 외부 인력을 우리 산업에 진입시킨다고 해도 현역으로 바로 투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현역으로 투입하기까지 적어도 3~4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벤처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 자금만을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보다는 우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민간 부문으로부터 자금을 늘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홍보를 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외부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으로 벤처 투자 산업계의 투자를 대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제도, 인력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력 인프라는 교육을 통해 구축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기존 업계의 사람들에 대해 보수교육을 해야 합니다. 직능교육을 통해 업계 내부 인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외부 인력을 우리 업계에 영입하기 위해 협회에서 기본 소양 교육을 담당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바이오 산업의 투자가 활발해져 바이오 관련 산업에 근무하는 의료업계, 제약업계의 전문가들이 심사역으로 많이 오고 있는데, 이들을 아무런 준비 없이 투입한다면, 교육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간을 축소하기 위한 교육의 최장 코스로는 인턴십을 포함해 4개월 정도의 벤처캐피탈 입문 교육이 있습니다. 이 교육을 강화시켜 산업계 전문가들을 우리 회원사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 외에 벤처 투자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 산업의 창업자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대학 연구실의 연구원, 국공립 연구소의 연구원, 의사, 대학교수, 대기업 연구소의 연구원과 같이 기술 파트에 있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비즈니스와 관련된 교육을 해줄 사람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훌륭한 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인프라를 구상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벤처기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마다 포인트가 달라서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사업계획서를 잘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심사 보고서입니다. 또 투자 심사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왜 여기에 투자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테크놀로지, 프로덕트, 시장의 성장성, 경영자의 경영능력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포인트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가 필요한 기업은 대부분 초기 기업이고 상대적으로 실적이 적은 회사입니다. 투자자는 투자하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자받는 기업은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핵심 경쟁력, 핵심 포인트를 중점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투자 업무를 하는 것은 단순한 월급쟁이로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비즈니스맨이 돼야 합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파트너는 사업가입니다. 사업가를 대상으로 투자에 대한 딜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오너십을 가지지 않으면, 딜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리 업계에 들어오는 것은 새로 창업하는 것과 같습니다. 창업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해서는 안 됩니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 오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업계에서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뽑을 때, 신입은 잘 뽑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심사하고 투자하는 것은 종합예술처럼 종합적으로 봐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연구원이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비즈니스를 하거나 영업을 하는 등 특정 산업 분야에서 비즈니스적인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 업계에 오기 위해서는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 벤처캐피탈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 벤처캐피탈의 전망은 굉장히 밝습니다. 사회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보자면, 변화와 개혁,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의 원천은 바로 새로운 사업입니다. 이것이 바로 벤처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70~1980년대 경제가 정체되면서 미국 경제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벤처, 즉, 새로운 산업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한 산업과 기업이 100년을 줄기차게 갈 수는 없습니다. 변화하고, 바꿔서 새로운 산업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길이 있는 당위의 문제입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바로 정권이 바뀌어도 벤처가 항상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혁신성장이 그 증거입니다. 

 

정성인 회장 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1981 ~1997 KTB Network 근무
1997 ~1999 현대기술투자 부장
1999 ~2001 인터베스트 부사장
2001 ~2005 인터베스트 대표이사
2005 ~현재 프리미어파트너스(유) 대표파트너
2019 ~현재 제13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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