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창업 후 기업가가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장애물 중의 하나는 필요 재원 마련이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는 공동창업가들끼리 십시일반하여 재원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벤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자금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투자자를 물색하게 되는데, 투자 유치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진병채 KAIST 경영대학 경영공학부 조교수 ​​​​​​​(출처: KAIST 경영대학)
진병채 KAIST 경영대학 경영공학부 조교수
(출처: KAIST 경영대학)

최근 스타트업(Start-up) 설명회에서 미국의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만나 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 지역 스타트업에 여러 차례 투자한 적이 있는 중견 벤처투자가였다. 그와 미국의 창업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불쑥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비결이 있다면 나에게 하나만 알려달라”고 질문해 보았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고, 혹시 있더라도 영업비밀이겠지만,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현장의 진솔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내 질문에 그는 빙그레 웃으며 “그런 비결이 정말 있으면 제발 나에게도 알려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과연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다. 함께 박장대소하던 그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스타트업을 고를 때 기업가치 분석도 많이 하지만, 사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직관으로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할 때가 많다”고 대답했다. 

첫째는 “해당 제품을 판매할 시장이 정말 존재하는가(Would there be a market forit?)”, 둘째는 “시장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큰가(Is the size of the market big enough?)”라고 했다. 기업가정신 교과서에도 나오는 모범 답안이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위 두 가지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세 번째가 있다는 것 아닌가.

궁금한 마음에 답을 재촉하니, 그는 가장 중요한 세번째 기준이란 “저 사람 정말 믿을 수 있어?(Can I trust this guy?)”라고 답했다. 투자자와 기업가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헤쳐온 벤처투자자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이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가 불확실한 미래와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사업화를 위해 투자자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투자자들의 최종 투자 의사도 단기간에 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가들이라면 투자자와의 신뢰를 쌓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신뢰관계 형성 없이도 좋은 사업계획서나 비즈니스 모델만 있으면 금방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예비창업가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로 여기저기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던 예비창업가들이 자신의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나버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투자설명회는 투자자와 대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신뢰관계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인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를 심사하다 보면 과거에 심사했던 적이 있는 창업가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결코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진정성을 어필하고,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시장은 의외로 좁아서, 신뢰를 쌓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 작은 약속을 어긴 것만으로도 그간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버릴 때도 있다. 한 번 신뢰가 무너지면 원래대로 복구하기는 더 어렵다. 투자자는 결코 모르는 사람에게 하루 아침에 거액, 심지어 소액이라도 투자할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요즘에는, 영어로 된 회사명이 많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믿을 신(信)과 벗 우(友)자가 들어가는 회사명이 많았다. 이는 곧 사업에서 신뢰가 얼마 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사업의 본 질은 이해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임을 예비창업가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일찍이 공자가 말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이 결국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창업 성공의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진병채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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