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계단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오르내리기 위하여 건물이나 비탈에 만든 층층대. 또는 어떤 일을 이루는 데에 밟아 거쳐야 할 차례나 순서를 말한다.

계단은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유명 관광지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영화속 명장면에 배경이 되어 훗날 추억의 관광지로, 인증샷 명소가 되기도 한다. 서민 달동네에 흔하던 계단은 서민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다. 계단에도 가치(價値)를 부여하자. 돈이 될 수도 있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값진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 세계인을 매료시킨 마법의 계단.  

미국 문화의 상징, 세계인이 찿는 관광지, 뉴욕하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데 올해들어 또 새로운 랜드마크 명물이 탄생했다. 과연 욕심의 끝은 어디인지 ~ 타임스퀘어, 맨하탄 고층 빌딩거리, 월스트리트, 브로드웨이, 자유의 여신상, 허드슨강, 이 모두 현대 세계 문화를 이끌어 온 뉴욕의 아이콘이자 역사적 산물이다.

금번에 새로 등장한 명물은 허드슨 야드에 있는 베슬(Vessel), 일명 '벌집계단'이다. 무슨 계단이냐 하겠지만 여느 걸작 예술품 못지않은 건축물이다. 신화속 바빌론의 계단도 이 정도는 못따라갈듯 싶은... 감탄을 금치 못하는 마법의 계단이다.  2,500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허드슨강과 시내 전경을 구경하는 풍광이 일품이라고 한다. 

베슬과 함께 2012년부터 시작한 허드슨야드 재개발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무려 28조원 투자규모라고 하니 그 스케일이 대단하다. 기상천외의 계단 건축물은 이미 뉴욕 관광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앞으로도 더 많은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을 것이다. 누구라도 뉴욕에 오면 이 곳에 올라보지 않겠는가? 천국의 계단이 여기 있는데.
 

#. 영화 속 추억과 감동, 예술혼, 힐링이 있는 계단

이태리 로마의 핵심관광은 트레비분수로 상징되는 스페인광장이다. 이 곳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물이 또 있는데 바로 137개 계단이다. 이 계단이 알려진 계기는 역대 영화의 명작이라 손꼽히는 '로마의 휴일'에서 비롯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1953년作으로 명배우 그레고리펙, 오드리햅번이 주연으로 열연한다. 

영화속에 앤공주(오드리햅번)가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아이스크림(젤라또)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있다. 이후로 수많은 여성 관광객들이 흉내내고 따라하자 계단이 더러워지는 걸 막기 위해 로마 시당국에서는 이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먹기나 반입을 금지시켰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계단이 간직한 작은 스토리텔링, 에피소드로 유명 관광 포스트가 되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리오)에는 예술가의 계단이라 불리우는 셀러론 계단이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세계 미디어에 많이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빈민촌에 있는 평범한 계단을 칠레 출신의 예술가 '호르헤 셀러론'이 열정과 혼(魂)으로 아름다운 걸작을 빚어냈다. 215개의 계단에 전세계에서 모은 2,000개가 넘는 알록달록 타일(세라믹)을 붙여 아름다운 예술계단을 만들어 냈다. 

가난한 예술가 셀러론은 빈민가 이웃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이 고독한 예술작업을 시작했다. 1990년부터 무려 23년간 그가 세상을 뜨기 전까지 집념의 의지로 이 예술계단을 탄생시켰다. 사람들은 이 예술가의 이름을 따 셀러론계단이라 칭하며 그를 추모하고 있다. 지금은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이 찾는 리오의 명물이 되었고 리오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로마 바티칸에는 엄청난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바티칸 박물관이 유명하다. 16세기초에 건립을 시작해 현재 54개의 박물관, 1,400여개의 전시룸이 연간 수백만의 관람객을 맞는다. 바티킨 박물관에는 전시된 예술 작품 못지 않게 사랑받고 감탄을 자아내는 장소가 있는데 나선형으로 된 구불구불한 모양의 계단이다. 

거의 관람이 끝나갈 무렵 마주치는 이 계단은 마치 소라껍데기 속을 오르내리는 듯한 묘한 감동을 준다. 이 계단은 그래서 관람객들에게 힐링 계단으로, 필수 인증샷 장소가 되었다, 어쩌면 그냥 평범한 관람동선의 하나일 수도 있는데 화룡정점을 찍듯 이 나선형 계단의 내뿜는 기개가 비상하다.  

 

#. 평범한 일상의 삶과 애환이 담긴 우리의 계단

일부러 계획하여 만들어 놓은 관광지의 계단도 좋지만 그저 평범한 민생의 삶과 애환이 담긴. 많은 계단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질 떄가 있다. 삶을 노래하고 우리네 서민들과 함께 세월과 고락을 같이한.

40계단, 60계단, 108계단...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시원히 말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이 묻는구나”

우리 어르신들이 즐겨 부르는 전통가요 '경상도 아가씨'의 일부 가사이다. 부산 국제시장과 남포동, 피난민들의 삶이 베어있는 노래인데 40계단은 부산 피난민의 상징이기도 한다. 이 40계단은 한국영화의 걸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안성기, 박중훈이 빗속에 결투를 벌이는 배경장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금은 남포동 영화의 거리 관광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 돈벌이와 생계를 위해 전국팔도에서 서울로 몰려든 사정탓에서울에는 유독 하늘아래 달동네가 많이 생겨났었다. 지금은 재개발로 없어진 미아리, 삼양동, 금호동, 옥수동, 봉천동등이다. 구불구불 혹은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골목사이로 셀 수 도 없이 많은 계단이 마을을 이어주고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 우연히 들린 용산구 후암동에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품은 108계단이 있다. 오랜만에 가보았는데 108계단 중앙에 마을주민을 위한 작은 경사용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한켠으로 아직 계단이 있어 정많고 훈훈했던 예전의 추억을 고대로 간직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계단의 모습이 이러한 것일까?

서울 한복판 대학로에 위치한 이화마을은 몇 안남은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중 하나이다. 이 마을이 수년전부터 예쁜 카페,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면서 주말마다 인파가 넘쳐났는데 해바라기, 물고기가 그려진 계단이 특히나 유명했다. 하지만 얼마후에  관광객의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참지 못한 마을 주민이 이 계단벽화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 생겨났다. 지금은 예전의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이 계단도 한바탕 큰 내홍을 겪었다.     

 

계단(階段)에도 삶의 가치가 있다!

모든 계단에도 품격이 다 다르고 세월값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삶의 애환이 어떤 이에게는 볼거리와 즐거움을 어떤 이에게는 경이와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수많은 계단에는 나름의 가치와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뉴욕 허드슨의 베슬처럼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도 우리의 40, 60, 108계단처럼 인생과 삶의 가치를 품을 수도 있다. 한계단 한계단 걸어오르며 하루를 뒤돌아보는 사색의 도구로도 훌륭하다.    

 

도시문화마케팅컴퍼니- (주)와이어반컬쳐 대표 윤 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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