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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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아이템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특정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창업이다. 아이템과 기술만으로는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요인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까?

 

대기업 출신 박 사장의 창업실패

대기업 근무 시절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을 가지고 창업 한 박 사장의 이야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에 15년을 근무하면서 각종 보안장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관여하였다. 나이 마흔을 넘으면서 본인도 언제까지 그 회사에 근무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박 사장은 최근 창업 붐과 함께 개발에 관여했던 기술을 가지고 퇴사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창업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였다. 개발제품의 양산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필자를 만났다. 당시 박 사장이 개발한 제품은 초소형 보안카메라로 명함보다 작은 크기에 두께 또한 엄청 얇았다. 게다가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고 데이터 송신이 가능해 당시에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또한, 당시 소형 CCTV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상황이라 큰 고민없이 투자를 하였다. 투자하면서 우선 누가 일차적인 고객이냐고 물었다. 이 제품을 당장 살 고객은 시중 택시기사들이라고 하였다. 택시 기사들은 밤늦게 혼자서 운전하고 시골 길을 다니기 때문에 항상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전국에 택시기사만 해도 몇 만 명인가? 대박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박 사장은 대박은 고사하고 아직도 부족한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당장 구매하리라고 예상하였던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사지 않았다.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다른 이유를 댄다. ‘신변 보호용으로 그런 초소형 카메라가 필요한 것은 맞는데 카메라를 택시 안에 설치하면 기사들 본인의 사생활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런 소형 카메라는 필요치 않다’라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었다. 보안상 모든 택시 기사들이 살 것이라던 박 사장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누구도 택시 기사들이 신변 안전보다는 운전 중 자신들의 사생활을 더 중요시하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가지는 착각

박 사장의 경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바로 고객과 시장의 소홀이다. 창업 아이템은 철저하게 고객과 시장의 눈으로 개발하고 제작하고 판매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구매하고 매출이 발생한다. 박 사장은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그 분야에 종사하면서 기술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당연히 그 분야의 시장도, 고객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박 사장은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그 분야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을 정도의 전문가로 자부심도 대단하다. 따라서 당연히 시장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최고의 경험과 기술로 만든 본인의 제품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으리라는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공학이나 이학 분야 전공자들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템의 기술이며, 기술과 기능적으로 우수하면 그 제품은 좋은 제품이고, 고객들이 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창업자는 창업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내 믿음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다. 그래서 창업실패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자기식 아이템’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곧 ‘고객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는 착각이다. 

“왜 지금 그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고 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창업자는 “내가 잘 알고 있거나, 내가 전공하였거나, 전 직장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에 해봤기 때문에”라고 대답한다. 즉, 기존 경험이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알거나 경험이 있는 분야를 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을 리드할 수 있고 고객에게 없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에 경험이 있고 알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아이템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것을 고객 욕구까지도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문제다. 고객은 전혀 다른 존재이다. 고객은 욕구가 다르다. 고객 당사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들이 내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시장에서 아이템을 찾아라!

창업 아이템을 제대로 찾으려면 우선 시장으로 가야 한다.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면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창업자가 전공하거나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아이템을 구상할 것이 아니라 우선 시장에서 고객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무엇을 찾는지, 무엇이 없는지를 발견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익숙한 것, 경험한 것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우선 시장에 가서 그들이 불평하는 것, 불편해 하는 것을 먼저 찾고 그다음에 그중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미국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성공하는 창업자가 가장 많이 탄생되는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망한 창업 아이템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기업 연구소 연구원들이 퇴근할 무렵 근처 커피집이나 맥줏집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퇴근하는 연구원들이 나와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대화를 주의 깊게 엿듣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 연구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기술적 난제가 무엇인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그 이야기들이 전부 시장이고 고객의 소리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라면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서 바로 기술을 개발하여 그 연구소로 연락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서 자기 생각대로 아이템을 구상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소리를 현장에서 들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곧 시장이고 고객이며 바로 매출이라는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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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이유

답은 현장에 있다. 창업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문구이다. 경영이 어렵거나 답이 없을 때 현장으로 가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창업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고객이 구매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창업하였는데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시장으로 가야 한다. 제품을 들고 소비자들을 찾아가면 바로 고객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신들의 아이템의 문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무엇을 개선하고 수정하면 되는지 알 수 있다. 

흔히 창업에서 이야기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도 여기서 생긴다.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고 난 후, 가장 많이 넘지 못하는 선이 바로 이 선이다. 창업자가 예상하는 시장과 고객이 기대하는 시장이 만나는 선이 이 선이다. 여기서 대다수의 창업자는 자신들의 예측이, 자신들의 기대가 시장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돌아서는 곳이다. 대부분은 이 선을 넘지 못한다. 망한다. 그래서 죽음의 계곡이라고 일컬었다. 시장의 요구, 고객의 욕구를 읽지 못한 문제이다. 

의외로 창업 실패의 많은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고객 욕구 파악의 문제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들은 문제가 없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데, 고객들이 까다롭고 욕구가 가변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고 시장 핑계를 댄다. 자신들은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하고 읽었는데 운이 없었다고 한탄한다.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자신들의 잘못을 정확히 모르니 다음 창업도 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볍게 시작하는 창업, Lean Startup

이러한 창업자들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탄생한 것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린 스타트업이다. 즉 가볍게 시작하는 창업이라는 뜻이다. 목표로 하는 고객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우니 창업을 시작할 때 고객들의 욕구를 오랜 시간에 걸쳐 깊게 파악하려고 하지 말고, 대강 시장을 예측해서 아이템을 일단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봐가면서 아이템을 고객의 욕구에 맞추어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시간을 단축하고 경비도 절약하며, 고객의 욕구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기도 쉬운 전략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큰 비용 들이면서 준비해도 고객의 욕구는 너무 빨리 변해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제품 출시와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것이다. 

고객을 무시하라? 이러한 흐름에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창업자들도 있다. 즉 고객의 욕구나 시장의 반응을 철저하게 무시하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가변적이어서 언제 어디로 변할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고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고객들의 욕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소비자들의 의견이나 욕구는 일관적이지 못하고 방향성도 없으며 합리적으로 판단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리드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만든 아이팟이 그랬고, 아이폰이 그랬다. 그전에는 그런 개념의 제품과 기술이 없었다. 그러한 기술과 제품은 고객들이 원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창업자의 직감과 창의성, 새로움과 완벽함에 대한 열정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고객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말고 고객을 이끌 무엇인가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창업할 때도 고객의 욕구가 무엇일까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시장에 가치 있는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연구하라고 한다.

일반 창업자들에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시장을 리드할 자신감이나 기술, 세상을 흔들 그 무엇인가를 제시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이야기이다. 

 

창업자들이여, 현장으로 나가자!

창업자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무엇으로’ 창업하는가이다. 한 마디로 창업 아이템이다. 아마 지금도 대부분 전 직장에서 하던 것, 대학에서 전공했던 것, 주위에서 경험했던 것, 또는 남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일리 있다. 왜냐하면, 일단 익숙하고 할 줄 아는 것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위험과 착각의 가능성을 반드시 인정하길 바란다. 자신들이 잘 알고 있고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시장과 고객의 욕구까지도 잘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국의 창업자들이여! 지금부터 아이템 고민은 혼자 하지 말고 당장 시장으로 가서 고객과 함께하라. 지금 당장 그 아이템을 사리라고 생각하는 미래 고객들을 만나라. 그 아이템에 대해 고객들과 이야기해 보라. 내가 만든 아이템이 고객들의 욕구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해 보라. 더 많은 창업자가 죽음의 계곡을 못 건넌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더 많은 창업자가 고객의 욕구를 잘 못 판단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기 바란다. 

죽음의 계곡을 넘는 비결, 의외로 간단하다. 시장으로 가서 고객을 만나라. 모든 답은 그곳에 있다. 자신의 자만과 아집을 걷어치우고 광야로 나가자. 창업은 이제 더는 차고에서, 지하에서 성공하지 않는다. 고객과 시장과 함께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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