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별에서 온 그대’, ‘응답하라 1988’, ‘도깨비’…

최근 몇 년 사이 제작, 방영된 역대급 히트 드라마들이다. 기록적인 시청률과 인기 못지않게 극 중 명장면들이 촬영된 대규모 세트장이 지어져 팬들과 방문객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들은 세트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는데 세트장은 관광자원이 부족한 도시들의 새로운 볼거리, 체험거리 마케팅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도시 모두가 이득을 본 건 아니다. 꿀맛도 보고, 더러는 쓴맛도, 개중에는 어부지리 단맛도 있다.
 
#. ‘태양의 후예’ 송송커플 결별로 끙끙 앓는 강원도 태백

최근 톱스타 부부인 이른바 송송커플의 안 좋은 뉴스가 세간에 화제다. 잘나가는 이 커플은 세계 한류 팬들의 화제였고 세상의 부러움을 샀던 이들이다. 뜻밖의 결별 소식은 당연히 며칠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숱한 뒷얘기와 루머를 낳았다. SNS에 난무하는 찌라시는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불똥은 엄한 곳으로 튀기 마련. 강원도 태백시에 조성된 ‘태양의 후예’ 드라마 세트장은 최근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곧 세트장이 철거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2017년부터 개최돼온 태백 커플축제도 전격 취소됐고 앞으로의 축제 콘셉트와 테마도 바꾸기로 했다. 

국내외 한류 팬들에게 ‘태후’(?) 신드롬을 낳기도 한 커플. 유시진(송중기) 대위-강모연(송혜교) 의료팀장이 만들어 낸 태백 發 감동멜로가 졸지에 처지가 바뀌었다. 

태백에 꾸며진 세트장은 사실 태생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전 제작된 탓에 촬영종료 후 이내 철거됐지만, 방영이 시작되자 예상을 뛰어넘어 드라마가 대박을 터트린 것. 다급해진 태백시가 부랴부랴 2억여 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재조성했다(원래는 20억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극 중의 우르크 한국부대, 우르크 성당 등이 재현되고 송송커플 동상과 대형 군화조형물도 세워졌다. 국내 팬과 외국 관광객의 방문이 급증하자 태백시는 한껏 고무돼 대한민국 최초(?)로 ‘커플축제’도 만들었다. 이쯤이면 송송커플은 영원한 태백의 마스코트, 홍보대사로 남을 만했다. 

탄광도시, 낙후도시로 알려진 태백이 알콩달콩 사랑하는 연인의 도시로 탈바꿈하는가 했는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세트장이 정말로 사라질지 말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아무래도 팬들의 동감이 예전보다는 못할 것은 자명하다. 

태백시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듯하다. 

 

#. ‘미스터 선샤인’ 이 관광객을 부른다. 충남 논산

뜻하지 않은 돌발악재로 고심하는 태백과는 달리 아직 쾌청한 곳은 논산이다. 논산 하면 육군 입영훈련소로 상징되는 도시다. 논산 연무읍은 까까머리 신병, 이발소, 면회가족, 가수 최백호의 ‘입영전야’,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의 읊조리는 가사가 떠오르는 도시다. 

딱딱한 도시 이미지를 그나마 바꾼 계기는 400억 원의 거대 제작비를 투입한 2018년 최고의 화제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다. 연무읍 봉황리에는 드라마 촬영세트장이 현재 관광단지로 탈바꿈해 연간 많은 관광객을 맞는다. 논산 션샤인랜드라 명명되는 이곳은 촬영장 선샤인 스튜디오와 병영의 도시답게 밀리터리 체험장도 함께 어우러져 관광 테마파크로 발전했다. 

극 중 유진 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이 주고받은 명대사, 명장면. 글로리호텔, 두 주인공의 운명의 만남 장소 홍예교, 일본인 저잣거리, 불란서 제빵소, 도심을 오가는 옛 전차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드라마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미스터 선샤인’으로 시작된 자신감으로 관광불모지 논산은 아예 선샤인랜드를 충남의 관광 랜드마크로 키울 작정이다. 

지금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얼마든지 도시를 바꿀 수 있다. 

 

#. ‘별 그대’ 특별 전시세트장도 관광상품으로 한 몫

2016년 한 해를 휩쓴 화제의 드라마는 당연 ‘별에서 온 그대(약칭 ‘별그대')이다. 외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과 천방지축 캐릭터 한송이(전지현)가 펼치는 로맨스는 한국을 넘어 중국을 강타해 두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치맥’ 열풍과 한송이, 도민준 따라 하기 열풍이 불었었다. 

우리의 ‘치맥’이 중국까지 수출되고 한국을 찾은 수천 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반포 한강공원, 인천 월미도에서 대규모 치맥파티를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치맥은 아시아권 빅 트렌드가 되었다.

‘별그대’는 드라마 종영 후 세트장이 수익사업으로 기획되며 전시체험 세트장으로 재탄생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꾸며졌는데 전시기간 중, 연인원 유료관객 10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대박을 터트렸다. 동대문 패션지구 일대를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기에 전시세트장은 관광상품으로 충분한 효과를 봤다. 많은 외국 한류 팬들이 전시장과 동대문 일대를 방문하며 그들의 지갑을 아낌없이 털었다는.

아쉬운 점은 동대문 DDP의 전시 대관 일정 제약으로 ‘별그대’ 전시세트장 고양 킨텍스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1차의 단맛이 너무 달콤해서였을까? 아니면 약발이 떨어졌는지. 우려대로 이 곳에선 대규모 적자가 났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이유야 분석하면 바로 나오지만, 험담은 안 하련다.

 

#.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응답하라 1988’ 의정부의 애환

88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당시 서민의 애환과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감동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온 국민,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던 최고의 작품이다. 케이블방송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20%를 넘는 저력을 과시했다.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극 중 배경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으로 그려진다. 1~2층 단층집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 쌍문고등학교, 쌍문여고… 시청자 대부분은 드라마가 거의 종영될 시점까지 진짜 촬영지가 쌍문동인 줄 알고 이 곳을 일부러 찾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촬영세트장은 의정부 녹양동에 있는데도 말이다. 

의정부는 드라마 제작사에게 세트장 촬영 부지를 저렴히 제공하고 행정 편의 등을 지원했지만, 혜택은 고스란히 연관없는 쌍문동으로 돌아갔다. 어찌됐든 도봉구 쌍문동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시피 됐으니 말이다. 명품 드라마를 활용해 간만에 도시브랜드, 인지도, 관광객의 수혜를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과실은 엉뚱한 곳이 가져갔다. 모처럼 유치한 드라마 세트장의 대내외 홍보 활동을 소홀히 한 의정부시와 조금은 무관심했던 지역 시민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제 와서 탓하면 뭐하랴~

 

#. 세트장 없이 방문객 몰이에 성공한 ‘도깨비’ 인천-강릉

2016년말 드라마 ‘도깨비’의 열풍도 대단했다. 타임슬립! 시간을 오가는 도깨비 김신(공유)과 현시대의 인생 고달픈 여고생 은탁(김고은)이 펼치는 야릇한 로맨스와 독특한 이야기 줄거리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이한 건 여느 작품과는 달리 대규모 세트장이 아닌 현장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곳이 주로 명장면의 배경으로 남았다는 것.

송현근린공원, 배다리마을 헌책방골목, 자유공원, 송도국제도시, 청라호수공원 등 인천시내 곳곳이 등장한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인천시는 관광객들을 위한 도깨비 관광코스도 신속히(?) 마련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급증하는 방문객 탓에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기지 않을 정도였으니 드라마에 대한 열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강릉 주문진 영진해변도 특급 수혜를 받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방파제 앞에서 두 주인공이 빚어낸 애틋한 포즈(연출 씬)가 핵심이다.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 극 중 소품(빨간 목도리와 메밀꽃)을 들고 저마다 줄을 서서 인증 사진을 담아간다. 덕분에 한동안 주문진은 한 겨울 비수기에 주말마다 느닷없이(?) 많은 연인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가 됐다. 지역경제도 한결 나아짐은 당연한 결과다.

감성시대에는 감성콘텐츠가 필수적이다. 

도시는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콘텐츠가 핵심 미래 경쟁력이다.

 

도시문화마케팅컴퍼니- (주)와이어반컬쳐 대표 윤 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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