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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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뽑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이후 관리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에 대해 스스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채용이란 과제는 늘 신중해야 하고, 요모조모 따져봐야 할 문제야. 일단 스타트업이 공개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잘 성장하고 있거나 또는 생각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하는 상황인 거지. 몇몇 대표들은 고용자의 입장이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먼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원하는 사람을 얻기는 더더욱 어려워. 그렇다 보니 채용 면접 자리라는 것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선택받아야 하는 자리가 되기도 해. 

채용을 했다고 한숨 돌리지 마. 사람을 뽑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은 더 섬세해야 하고, 더 신경 써야 할 문제야. 새로 들어온 사람이 기존의 멤버들과 잘 융화될 건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 꼭 사람이 늘어났다고 이전보다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거든. 때로는 신규 채용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 가까운 사람마저도 같이 일하다 보면 마음에 차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 십상인데 더군다나 생전 처음 맺는 인연은 더 많은 고민을 안겨 줄 가능성이 크다고.

HR(Human resource)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만남보다 이별의 순간이야. 우리가 끝까지 함께 간다고 외친다 한들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은 미리 재단할 수 없어.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서툴러. 그리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이들 역시 서툰 이들이 많아. 그렇다 보니 창업자들은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반대로 열정과 비전을 강조하며 첫 밑그림부터 새롭게 만들어가기 위해 ‘신입’을 선호하는 경영진들도 분명히 있어. 창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채용의 순간에 이러한 이유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곤 하지. 이번에는 그 속사정을 이야기 나누고자 해.

 

진짜 사람이 필요해?

사람을 채용하기 위한 가장 첫 질문은 진짜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고민해야 해. 

이럴 때, 스스로에게 되묻기 좋은 질문이 있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 줄 사람인가 아니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 줄 사람인가

많은 대표들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줄이면 밖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뽑아. 정말 이건 배부른 소리야.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 9가지를 해야 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해. 배고픈 스타트업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손익에 확실해야 하지. 하기 싫은 일은 할 수 없는 일보다 그 무게가 가벼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면 스타트업을 하지 말아야 해. 창업자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에야 사람이 필요한 거야. 내가 편해지려고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하지 못하기에 필요한 거지. 

“아니 그럼 경력자를 뽑으라는 말인가요?” 이 질문에 나 역시 퀘스천이야. 언뜻 경력자가 더 가깝게 느껴지겠지만, 트렌드나 유행에 민감한 사업영역이라면 고객과 비슷한 연령대의 신입이 더 적합해. 고객의 문화와 취향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건 같은 시대와 그들의 환경을 경험하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어. 특히 나이 차가 클 때, 경력보다는 그 고객 연령대의 신입이 더 적합하거든. 이건 창업자가 하지 못하는 능력이야.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경력자나 어느 정도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기에 불리할 수 있어.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스페셜리스트와 다양한 일을 맡을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야.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인데 스페셜리스트가 없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해. 예를 들어, 개발자 없이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상상할 수 있겠니? 바이오 쪽 스타트업을 한다면서 전공자 하나 없다면 그 사업을 신뢰할 수 있겠어? 따라서 특정 기술분야에서는 분명히 스페셜리스트가 있어야 하지. 경영진이나 관리자급 레벨에서 적어도 한 가지 분야 이상은 전문성으로 커버할 수 있고,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합류되는 걸 추천해. 그래야 팀 단위 프로젝트에서 관리와 교육을 통해 팀원들을 끌고 나갈 수 있어. 중심을 잡아 줄 누군가는 그래도 전문성이 있어야 그를 의지하고, 배울 수 있거든. 

C 레벨의 관리자급에서는 경력직이 신입보다 유리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인재를 초기에 영입하기는 어려워. 그래서 처음에는 다들 주변에 있던 인력 풀을 총동원해서 좀 어설프더라도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모으지. 뗏목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을 수 있는 사람들이야. 비록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격류를 헤쳐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각오로 무장된 제너럴리스트들이 필요하거든. 제너럴리스트에게는 숙제가 숙명적인 숙제가 있어.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

제너럴리스트에게는 꼭 회사 성장 이상의 개인 성장이 필수 불가결하지. 이건 회사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기억해야 할 과제라고. 

어떠한 조직이든 성장단계마다 변화의 기회가 있어. 마치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성충을 성장할 때마다 고치를 탈피하는 과정을 견뎌내야 해. 이때는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일어나.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있어서 어느 순간인가 전문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될 거야. 좀 규모가 있는 배로 항해를 위한 선원을 모집할 때, 기관장과 항해사, 갑판장 등을 먼저 뽑지. 그다음에 갑판원, 기관원 등의 원급 선원을 뽑지. 

언젠가 중간 관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할 때가 분명히 다가올 거고 조직을 재정비해야 할 타이밍을 마주하게 되지. 초기 멤버와 이별할 수도 있고, 새로운 만남으로 어수선해질 수도 있어. 잡음도 많아지고 마찰도 격렬해질 거야. 그러한 성장통을 경험할 때가 온다면, 대표와 경영진은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해. 머리와 가슴이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

가장 이상적인 것은 회사 성장과 함께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전문성을 가지게 되는 거야. 이건 경영진의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아. 직원 역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자기 계발에 꾸준해야 하거든. 회사가 성장한다고 자동적으로 개인도 성장한다? 천만의 말씀. 그런 마인드는 월급루팡을 생산하는 지름길이야. 그래서 이전에는 제너럴리스트로 출발했고, 함께 동행했던 멤버들이 이 시점에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있어야 해. 

스타트업은 회사의 고속성장뿐만 아니라 직원의 고속성장이 병행되어야 함께 비상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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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잘 성장하겠니? 

직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경영진의 역량이야.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방법을 선호하는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직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 기껏 인재를 뽑아 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어. 

단단한 강철을 준비해도 날을 잘 벼르지 않으면 날카로운 칼이 되지 않아 

직원의 입장에서 누군가 방향을 지도하고, 업무를 가르쳐 줄 선임자가 있어야 방황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창업자 또는 경영진은 그럴 여유가 없는 게 스타트업의 태생적인 한계거든.

사실 스타트업에서 경력직을 뽑아야 하는지, 신입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의 부재’야. 누가 들어와도 회사에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들은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 스타트업들은 그러한 점에서 참 별 볼일 없어.

관리를 잘할 자신이 있다면, 경력직보다 신입을 뽑는 것이 더 나아. 경력직은 캔버스에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라서 덧칠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경영진이 밑그림을 잘 그려 줄 수 있다면 차라리 신입이라는 캔버스에 우리들이 꿈꾸는 그림과 계획을 그려갈 수 있거든. 내부를 관리할 수 있는 COO(최고운영자)가 있다면, 신입을 잘 키우는 형태의 채용을 고려해볼 만해. 

 

경력자와 신입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있어. 경력자를 빗대어 바로 전력이 되기에 선호한다지만 성급하게 그런 기대는 갖지 말길 바라. 경력자의 능력은 이전 직장 또는 과거 커리어에서의 적용된 것일 뿐, 우리 회사에서도 그 정도 퍼포먼스를 낸다는 보장은 없어. 오히려 우리 색깔과 맞지 않는 틀이 이미 형성되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거든.

신입이라고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실전 투입이 안 된다는 선입견도 있어. 하지만 채용 면접을 통해 만난 지원자들을 비롯해서 신입으로 입사해 3년 넘게 함께 달려온 직원들을 통해 역량을 발휘할 기회와 방법을 어떻게 제공하고, 지원해 주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채용에 대하여 갈팡질팡하지 않는 방법은 ‘기준’의 명확성이야.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이고, 어떤 인재가 필요하고, 어떤 상황, 어느 때에 얼마나 사람이 필요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논리가 있어야 해.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 베이스캠프까지 인도할 쉐르파인지 아니면 함께 정상에 등정해 깃발을 꽂을 사람인지 분별해야 해. 네가 리드해 주어야 할 사람인지, 너 대신에 리드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비켜 주어야 할 사람인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보상하며, 얼마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 관리해 나가야 해. 그래야 비로소 일개 직원이 아닌 멤버로서의 동료가 네 옆자리를 지키고 있게 될 거야.

 

"Lead me, Follow me, or Get out of my way."

(나를 리드하거나, 나를 따르거나, 아니면 내 길에서 비켜라.)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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