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타트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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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아름다운재단과는 감사로 첫 인연을 맺고 이사로도 활동하며 13년을 함께 해왔는데, 이사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재단 구성원과 기부자님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게 돼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한찬희 이사장은 취임 후 갖는 첫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아름다운재단과 오랜 인연의 끈을 이어오고 있는 한 이사장이 그리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의 미래를 들여다보자.

 

13년의 긴 인연

한찬희 이사장과 아름다운재단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의 감사로 온 2007년 이전부터 여러 재단의 감사, 이사 등을 지내며 공익 활동에 앞장서왔다. 보통 재단에서는 변호사, 회계사에게 감사 일을 맡기기 때문에 공인회계사 출신인 한 이사장에게도 여러 재단에서 감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한 이사장은 다양한 재단의 감사 일을 맡으며 공익 활동에 눈뜨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아름다운재단의 이사로 있던 한 이사장의 지인이 한 이사장을 재단 감사로 추천하면서 아름다운재단과 한 이사장의 길고 긴 인연이 시작됐다. 

“재단 일은 저 스스로 재미있지 않았으면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으면서 의미도 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았어요. 또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됐어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모든 재단의 감사 일이 같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재단의 성격에 따라 감사가 하는 일도 달라져요. 자선 활동, 공익 활동 등 재단의 감사 일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이렇게 재단과 함께하다 보니 어느새 재단에서 활동하는 것이 제 삶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회계사로서의 경험과 지식, 아름다운재단에 많은 도움될 것”

재단 활동에서 많은 보람을 느낀 한 이사장은 여러 재단의 감사, 이사 요청 등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다 보니 한 이사장은 한때 15개 정도의 재단 일을 맡았을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재단에 몸담고 있으면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현재는 8개 재단에서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이사장의 회계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이 감사, 이사 등을 맡고 있는 다른 재단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감사 활동을 할 때는 회계사의 전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회계사는 사안에 대한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이벤트,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분석 능력도 탁월하기 때문이죠. 공익사업의 경우에도 목적에 부합하게 성공하는 사업도 있지만, 본래의 목적과 달라져 중간에 접어야 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별 평가가 필요한데, 제가 회계사로서 재무재표를 보고, 컨설팅을 해왔던 경험들이 사업 평가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자문해줄 수 있는 거죠. 이런 능력이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재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40여 년간 회계사로서 치열한 삶 살아

한 이사장은 회계 분야에 몸담고 있었던 40여 년간 늘 치열하기 그지없는 경쟁 속에 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회계사로서 일할 때와 달리 아름다운재단에 오면, 늘 즐거워요. 공익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대부분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아름다운재단을 비롯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각오와 내공이 필요해요.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도 없고, 사명 의식이 없으면 일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분들은 모두 굉장히 투철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어요. 이런 분들과 함께하다 보니 스스로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렇지만, 한 이사장이 처음부터 이런 분위기에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어색하기도 하고, 다소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기업에서는 상하 구분이 확실해요. 일을 시키는 사람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 대개 이렇게 구성돼 있죠. 그런데 아름다운재단에는 이런 개념이 훨씬 덜해요. 처음엔 답답하기도 했죠(하하). 기업에서는 지시가 떨어지면 일이 기계처럼 척척 진행됐었다면, 그런 시스템과는 많이 다른 재단의 수평적 분위기가 낯설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어느덧 저도 재단 사람이 다 됐어요.”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풀뿌리 재단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은 유사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타의 재단과는 다른 여러 특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과 시민참여’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접근으로 기부참여, 기부자의 권리, 투명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 차별점을 둔다는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소액 기부자들이 많은 환영을 받고, 수많은 사람이 재단에 애착을 갖고 함께한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설명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누적 기부자는 약 11만 명에 달하며, 현재는 1만 4천여 명의 정기기부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아직 기부 문화가 완벽하게 자리 잡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부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름다운재단에는 기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기부 동기 유발의 한 방법으로 기부자의 이름을 딴 기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향과 전략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어려운 점 또한 수반됐다. 아름다운재단에는 소액이라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기금이 많이 생겨났다.

“제가 처음 아름다운재단에 감사로 왔을 때, 아주 적은 금액의 기금들이 많았어요. 아름다운재단의 기금은 전부 공적 기금이기 때문에 기금의 목적에 맞는 사업이 아니면, 기금을 단 1원도 쓸 수 없어요. 여기서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한 가지가 나왔어요. 소액의 기금들은 기부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기부자들이 동의하면, 통합해서 관리하자는 거였죠. 감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분리돼 있는 수십만 원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기금들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장부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죠.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서는 건강, 교육, 문화, 안전, 주거, 환경, 사회참여 8대 영역을 설정해 기금을 통합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각 영역의 새로운 사업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스타트업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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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벤처기업과의 협력 모색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은 공익적 활동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과 함께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간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 시민의 불편 경험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바일 앱 '불편함'의 개발사 닛픽과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닛픽이 아름다운재단에서 제시한 4개의 키워드 ‘고아, 치매, 우토로, 기부’에 관련된 불편한 경험을 모바일 앱 '불편함'을 통해 취합했고, 클레이튼이 경험 데이터 건수에 비례해서 책정한 기부금을 전달하는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총 3천여 개의 불편글과 기부금 약 355만 원이 모이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새로운 형식의 나눔에도 아름다운재단은 항상 열려있다고 한 이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또한, 한 이사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아름다운재단과 벤처기업, 중소기업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매출이나 수익성 지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통한 평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투명성과 전문성 면에서 모범이 되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NGO의 20대 청년 되다

아름다운재단은 내년 20주년을 맞는다. NGO의 20대 청년이 되는 것이다.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함께하기 시작해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기를 함께 맞는다.

“가장 앞서 나간 NGO로서 2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비전을 정립할 예정입니다. 조직이 오래되면 과거에 수행하던 방식을 고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서는 루틴(특정한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일련의 명령)을 최대한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는 것이 기부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입니다. 기부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소통을 강화하고, 기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단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모범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 이사장은 아름다운재단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아름다운재단은 한 번, 혹은 일정 기간만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베푸는 활동들이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풀뿌리 기부자님들과 함께 세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찬희 이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아더앤더슨 GCF 전무이사 및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를 지냈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아름다운재단 감사를,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는 아름다운재단의 이사를 맡아 재단의 공익활동에 앞장서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감사, 삼성꿈장학재단 감사를 역임했고, 현재도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감사, 사회연대은행 이사, (사)티치포코리아 감사,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이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문위원을 맡는 등 공공기관과 사회단체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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