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풍경을 통해 마련된 깊은 성찰의 자리

[스타트업투데이] 예술의 범위는 날이 갈수록 무궁무진해집니다.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해 감에 따라, 예술 역시 매체와 표현 방식이 달라지면서 사회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갤러리’라는 정형화된 전시 공간에서, 정해진 방식대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작품들을 이제는 사회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예술은 이제 고급 취미를 가진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에 있게 됩니다. 우리는 이제 어떤 장소에 가더라도 예술이 남긴 아름다운 흔적들을 감상하며, 즐기고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예술이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그리고 작가들에게 관객과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가치창의재단은 항상 이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치창의재단에서 주관한 이번 신진작가 전시 지원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은 박현아, 김희연, 이초희 작가입니다. 세 작가의 작업은 각기 다른 내용과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 ‘풍경’이라는 소재를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념의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박현아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을 자신만의 색채와 분위기로 재현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의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김희연 작가는 ‘영원에 대한,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자신의 메시지를 자연 풍경에 대입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초희 작가는 ‘연안의 풍경’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환기하고, 연안에 대한 ‘장소애’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지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재해석함으로써 우리에게 기존과는 다른 새롭고 뜻깊은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른 장소로 떠나는 여행이 우리에게 낯선 풍경과 신비로운 경험들을 잔뜩 선사해 주는 것처럼, 예술 작품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사색과 인식의 장으로의 초대장을 건넵니다. 이번 전시를 감상함으로써 우리도 작가들이 건네는 초대장을 한 번 받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초희 작가. 시간의공유, 145.5x112.1, 화선지에 먹, 2019
이초희 작가. 시간의공유, 145.5x112.1, 화선지에 먹, 2019

이초희 작업 노트 01

연안의 풍경은 나에게 위로를 주는 하나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과거의 회상을 통해 재현되는 나의 향수는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의 순간이라 안타깝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기에 내 기억 속에서 더 아름다워진다.

 

이초희 작업 노트 02

내가 과거에 경험한 연안의 장소애(愛)는 그 곳과 유사한 장소나 기억과 대면할 때, 과거에 느꼈던 연안의 기억이 재현된다. 과거의 연안에서 체험한 기억들은 나에게 행복감과 안정감, 편안함의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경험에 매료돼 연안의 풍경을 찾고 그것을 화면에 담는다. 

장소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은 뚜렷한 기억없이도 형성된다. 경험을 통한 친숙함과 편안함, 감각을 통한 기억들은 오랜 시간 축척된다. 어렸을 때, 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아버지의 고향인 부산의 해안가에서 생활했었다. 부산은 해안지형이기 때문에 지내면서 늘 연안의 풍경을 봤었다. 도시 생활을 하다가 온 내가 바라본 연안의 풍경은 신비롭고 자유로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 아빠와 함께 한 가족의 추억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연안’을 회상하는 일이 많았다. 그 순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유년시절 아무런 걱정 없이 바라본 연안의 풍경을 통해 얻었던 행복하고 아름답던 장소의 기억은 그리움으로 남게 됐다.

즉, 나에게 연안의 풍경은 친숙함과 즐거움, 편안함, 아름답고 행복했던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로, 마치 고향처럼 느끼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착의 장소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감정들이 가득한 연안의 장소가 기억 속에 각인돼 장소를 향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연안’은 나에게 있어 어릴 적 체험을 통한 친밀한 애착의 정서를 지닌 장소이다. 성인이 돼서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동경하는 연안은 토포필리아 대상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했고, 이런 정서적 유대감은 창작 작업을 활성화시켰다.

나에게 내재된 동양적 자연에 대한 인식은 어렸을 적 연안풍경에 대한 자연의 감흥을 느끼게 해줬고, 낯선 공간은 체험을 통한 친밀한 장소로 변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했고, 애착을 갖는 장소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성인이 된 나에게 연안의 풍경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과거의 기억으로서 장소애가 재현된다. 또한, 연안의 풍경을 담는 작업을 통해 나에게 장소에 대한 특별한 감상이 회고되며 연안에 대한 정서는 계속 축적된다.

또한 과거 연안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은 연안의 풍경으로 회상돼 ‘장소애’를 공유한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대리적으로 장소를 경험하게 하고 내가 나타내고자 했던 정서를 향유하기를 희망해본다. 

 

이초희 작가의 작업은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린 수묵화입니다. 동양의 전통 재료를 사용한 이유 때문인지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옛 선조들의 산수화가 얼핏 떠오르는 듯합니다. 

작가가 소재로 삼은 것은 바닷가 연안의 풍경입니다. 촘촘한 붓질로 성실하게 쌓아 올린 밀도는 그림 자체에 특유의 분위기와 무게를 실어 주는 듯합니다. 작가에게 ‘연안’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매우 특별한 장소입니다. 작가의 연안 풍경을 보고 있자면, 관객 역시 작가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같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기억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하고 따스한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듯합니다.

이초희 작가가 정한 이번 전시 타이틀은 <시간의 공유>입니다. 작가가 느꼈던 과거의 소중했던 시간을 관객들이 함께 느끼고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드러납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바닷가의 연안은 작가의 애정이 덧씌워지면서 캔버스 위에 재현돼 관객들의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연안에 대한 ‘장소애’를 훌륭한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이초희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며, 관객들 역시 각자의 과거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어 보고, 타인과 공유를 하는 과정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월 27일 시작을 알린 이초희 작가의 전시는 8월 7일까지 개최됩니다.

 

이초희 작가 학력 및 이력

학력

2016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동양화 석사 

2011 이화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 전공 

2006 선화예술고등학교 미술부 전공 

2003 선화예술중학교 미술부 전공

개인전

2019 여운의 흔적(갤러리 너트) 기획공모전 선정작가

2019 마음이 머문 자리(갤러리 도스) 기획공모전 선정작가

2016 그곳에서(이화아트갤러리)

단체전

2015 후소회 청년작가 초대공모展(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5 상중모색전(서울대학교 우석갤러리)

2015 Sha-Sha展(동덕아트갤러리)

2014 Sha-Sha展(갤러리 이앙) 

2014 스페이스선 아트상품展(스페이스 선)

 

김희연 작가.  잎새들 2.
김희연 작가. 잎새들 2.

김희연 작업 노트

나의 그리움은 인간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부재는 영원하지 않다’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준다. 그 이후로 시작된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은 영원함과 지나간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번지게 된다. 영원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발길을 돌려 가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 바로 자연이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현재로 지나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집착이다. 나는 이 두 가지의 그리움을 캔버스에 그리고 지우기 시작한다.

흔히 아는 '지우다'라는 의미는 '쓴 글씨나 그린 그림, 흔적 따위를 지우개나 천 따위로 보이지 않게 없애다'이다. 나에게 지우는 행위란 선명하게 드러내는 행위로서, 흐릿함 속에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숨은 단어, 즉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 지우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과거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끊임없이 현재에서 과거로 다가서려고 하는 나의 욕심을 나타낸다.

 

김희연 작가의 작업 방식은 독특합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지움’으로써 캔버스에 형상을 드러냅니다. 영원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유동적인 현재에 대한 불명확함. 화면에는 작가가 그리움의 소재로 삼고 있는 자연 풍경이 모노톤의 색채로 흐릿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작가는 일부 작품에 빨간 선으로 이뤄진 정육면체를 그려 넣었는데, 흐릿하고 잔잔한 자연 풍경 위에 그려진 단적인 느낌의 도형은 관념적으로 생각하기에 다소 어우러지지 않는 조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깊게 음미해 보면, 이 정육면체는 영원히 보존되지 못한 채 흘려보낸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나타내는 현재의 형상으로도 읽히는 듯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두 가지인데, 바로 과거와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그 감정이 현재까지 지속되지 못한 채, 영원하지 못한 상태로 영원히 보존돼 양면적인 상태를 지닌 채 존재합니다.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 현재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자아는 현재의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는 어쩌면, 우리가 경험하고 흘려보낸 모든 시간이 모이는 집합체 같은, 일종의 ‘장소’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귀하고 값진 경험들을 끊임없이 회상하며 현재를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는 명확하고 행복했던 과거의 감정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사람들은 ‘현재’라는 시간 속에 일종의 새로운 가치를 매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품 속 풍경들은 마치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과 같은 흐릿한 형상으로 표현됐습니다. ‘지운다’라는 행위는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인 것으로도 읽힙니다. 현재를 살아감으로써 자연스레 잊히는 과거에 대한 잔상과 기억은 작가가 언급해 온 것과 같이 그려진 형상을 ‘지움’으로써 다시 명확해집니다. 화면에는 단적인 과거와 현재의 모습만이 아닌, 작가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 혹은 훗날 경험하게 될 세월의 흔적까지도 깊게 묻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김희연 작가 학력 및 이력

학력

2019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 학사

개인전

2019 서진아트스페이스 

단체전

2016 갤러리 아이 덕성여대 기획 전시

2018 아시아프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수묵 아트월

2018 갤러리 유나이티드 <'소동’전>

2019 갤러리 이마주 <제 9회 스카우트전>

수상

2018 안견사랑 미술대회 특선

2018 안견사랑 미술대회 입선

 

 

박현아 작가. 연결, 30X30(cm), 2018.
박현아 작가. 연결, 30X30(cm), 2018.

박현아 작업 노트

나는 일상의 풍경을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그리는 작업을 좋아한다. 때로는 도시의 풍경을, 또 때로는 한적한 마을의 낡은 건물에서 보이지 않는 풍경을 포착하기도 하고 이국적인 건물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일도 한다. 풍경의 이면을 회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재현함으로써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시선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

 

박현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풍경들을 작가만의 색채와 표현법으로 재현해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박현아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동화 속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2017년, 블루 계열의 색을 주로 사용한 그녀의 풍경 연작은 마치 과거 저편에 남몰래 묻혀 있는 기억을 은밀하게 꺼내 캔버스 위에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파란색은 음울함의 대표적인 색이라는 인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빛 또한 연상케 합니다. 작가의 그림에서의 파란색 역시, 마치 동이 트기 전 새로운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어스름한 파란색을 연상하게 합니다. 

2018년에 들어서는 작가의 작업 방식에 변화가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 가지 계열의 색상만을 사용했다면, 2018년부터 작가는 조금 더 다채로운 색상으로 풍경을 표현합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풍경의 범위 또한 조금 더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은 이전과는 달리 그림자가 사라지고 명암의 단계가 단순화되는 식으로 대단히 평면적으로 바뀐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현아 작가의 작품들을 쭉 살펴보면, 그녀는 나날이 다채로운 형식들을 시도하는 발전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윤승갤러리가 응원합니다.

 

박현아 작가 학력 및 이력

학력

덕성여자대학교 서양화 전공

전시경력

2013 ‘우수졸업작품전’, 동덕아트갤러리,

2015 ‘시작’ 전, 갤러리 미술세계 

2015 ‘제주아트페어’ 제주시 관덕로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습니다. 그들은 내면에 있는 추상적인 감정과 감각의 복합체를 관객들의 눈앞에 꺼내 보여줘 관객들에게 값진 경험을 선사합니다. 하나의 좋은 예술 작품은 한 인간의 삶의 방향성을 바꿔 놓기도 합니다. 정보 통신과 산업의 발달로 빠르게 바뀌는 사회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큰 선물이 됩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에 전전긍긍하며 사는 우리에게 예술은 숨겨져 있는 비가시적인 요소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며, 감각이 가장 예민해지는 순간, 화면에 보이는 하나의 붓질이 지향하는 곳을 읽을 수 있습니다. 

 

윤승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세 명의 작가가 더 좋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대한민국 미술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서 윤승갤러리에 방문해 젊은 작가들이 전하는 새로운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갤러리는 월요일 휴무이며,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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