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윤순학 와이어반컬쳐 대표

오랜만에 국제적 스포츠대회를 유치, 개최한 광주가 기대에 못 미친 흥행실패와 대회 막판에 터진 클럽붕괴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랜 기간 대회 유치에 들인 각고의 노력과 수천억의 예산이 허무할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적 사이즈, 인구, 경제 규모에 비해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랐지만, 지방도시들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는 이제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선거 공약과 치적을 만들려는 지자체장의 무리한 욕심과 정책집행자들의 안일한 인식,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일부 지지자들도 문제다. 도시의 경쟁력과 내공(內功)을 넘어서는 과욕은 두고두고 커다란 후유증을 낳게 마련이다.

 

#. 빛바랜 수영축제, 맥(?)빠진 빛고을 광주(光州) 

예향(藝鄉), 미향(味鄕), 예향(禮鄕)의 도시 광주

멋드러지고 예의 바르고 맛깔나는 도시.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슬픔마저 간직한. 호남의 대표 도시 광주가 큰 잔치를 벌였다. 모처럼 대한민국, 그것도 지방광역시에서 개최된 빅스포츠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광주는 지난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상대적이지만 저비용의 예산으로 훌륭히 치러낸 경험도 있어 이번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다이빙으로 시작, ‘수영의 꽃’이라 불리는 경영 종목을 끝으로 자국의 명예를 걸고 많은 선수가 혼신을 다해 열정과 땀을 흘렸다. 언제봐도 도전하는 이들은 참 아름답다. 기대만큼 좋은 성적은 내지 못했지만, 우리 대한민국 선수단에도 박수를 보낸다. 여세를 몰아 내년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선전하길 바란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광주는 결코 웃을 수가 없다. 대회 준비와 운영 자체야 크게 흠잡을 데는 없었다지만 제일 중요한 흥행에 실패하고 우려한 대로 대다수 관객은 지자체와 기관이 단체관람을 담당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조직위 발표에 따르면, 입장권 판매율은 90%라고 하지만, 객석은 텅 빈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행정, 기관동원이라는 꼬리표가 당연히 붙을 수밖에. 한국선수단의 성적 부진도 원인이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국민 홍보가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 규모는 역대급, 흥행은 저조. 아쉬움 남는 광주대회

이번 광주 수영선수권대회는 193개국이 참가하고 7,266명(선수단 2,995명)이 최종 등록해 규모 면에서는 당연 역대급이다. 광주는 스스로 수영국제연맹(FINA)이 잘 치른 대회라 인정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글쎄올시다라는 의문이 드는 이유는?

개막식에 대통령과 정부, 정당 대표인사들이 대거 광주를 방문, 힘을 실어줬지만 기대했던 북한선수단 참석이 불발되자 흥행수표도 없이 국민의 자발적 성원만 바랄 뿐이었다. 그간 고생한 광주시와 대회 관계자 및 대회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대회 유치를 위해 들인 노력과 예산을 생각할 때 광주가 얻은 득(得)이 얼마인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보대사인 박태환도 대회 중반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나중에야 경기장을 방문하는 어색함을 연출했다. 대회 내내 국민적 관심을 끌지도 못한 채 끝나가 한참 아쉬운 마당에 대회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막판에 유흥업소 붕괴사고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고, 한국형 안전불감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며 광주의 도시브랜드를 한껏 드높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더 깎아 먹는 셈이 됐다.

육상과 함께 메달밭이라 불리는 수영은 우리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박태환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피겨의 김연아가 대한민국 빙상의 역사를 바꿨듯 박태환도 2008 베이징, 2012 런던까지 목마른 대한민국 수영을 이끌며 매번 변방의 영역이지만 2008 북경에서 사상 최초로 자유형 400m, 200m 금, 은메달을 거머쥐며 우리에게 희망의 불씨를 안겨줬다. 

사실 광주의 세계 수영선수권대회(FINA) 유치는 런던올림픽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미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한 상태였지만 국민 스타 박태환의 인기를 등에 업은 수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광주도 유치 출사표를 던져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 세계 5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자부심이 위안

2015년 러시아 카잔,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이어 천신만고 끝에 2019년 개최권을 획득하며 세계 5대 스포츠대회인 월드컵,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대한민국은 5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로 등극했다. 

이번 대회 총 사업비는 총 2,244억 원으로 평창올림픽 대비 5.25%, 인천아시안게임 대비 11%, 광주유니버시아드 대비 36.3%, 대구육상선수권대회 대비 62.8%에 불과. 상대적으로 ‘고효율 저비용 대회’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민적 무관심, 텅 빈 객석, TV 중계도 없는 대회로 ‘그들만의 대회’로 전락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론 긍정적 측면도 있다. 광주는 앞으로 수영 인프라 확충과 붐 조성을 위해 수영진흥센터와 정기적인 국내선수권대회 개최를 추진을 밝혔다. 계획대로 되면 대한민국 수영의 발전에도 긍정적이고 스포츠 수영 광주의 이미지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매년 정규대회가 개최되면 수많은 수영 꿈나무들과 가족, 관계자들이 광주를 찾을 것이고 세계적인 선수, 지도자도 광주를 꾸준히 방문한다면 이번 대회의 아픈 그림자를 극복할 수 있다. 

 

#.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를 상기하자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이유는? 당시에도 우리는 육상에서 세계적으로 걸출한 스타 없이 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했다. 예산도 약 4,000억 원을 넘는 거액을 쏟아부었고 대회 이듬해에도 국제육상대회를 개최하며 대구는 국내 유일의 육상메카로 자리 잡는가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2~3년 반짝하던 열기가 식었다. 한국 육상도 예전처럼 그 자리 그대로이다. 혜성같이 나타난 중3 계룡여신 양예빈이 ‘육상계의 김연아’로 기대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이제 우리 자자체들도 막대한 예산 먹는 물먹는 하마, 대형 스포츠이벤트 유치를 자제할 때가 됐다. 아마도 광주를 끝으로 오랫동안 국내에서 대규모 스포츠대회를 구경할 기회는 없다. 지금 추진 중인 2032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제외하면 별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인천, 대구, 광주의 사례에서 교훈을 배운 것 같다.

 

도시문화마케팅컴퍼니- (주)와이어반컬쳐 대표 윤 순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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