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기의 산업칼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정부대책에 대한 제언
[정만기의 산업칼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정부대책에 대한 제언
외교적 노력으로 초단기적으로 문제 해결해야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 승인 2019.08.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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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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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일본은 올해 7월 반도체와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과정에 필요한 화학물질인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 개 품목을 포괄수출 허가에서 개별 수출 허가로 변경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불화수소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8월 2일에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된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고 제언하고자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파급영향

일본은 우리나라를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를 관보에 게재한 날부터 21일이 경과되는 8월 28일부터는 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전략물자 1,120개 품목 중 일반포괄허가를 받던 비 민감 품목 857개가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비 전략 물자임에도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의 경우 캐치올 제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백색국가에만 적용되는 규제로 명백한 군수물자는 아니지만,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신청이 필요한 경우 적용된다. 군수전용 가능성 여부에 대한 포괄적·자의적 판단이 가능해 이들 품목은 언제든지 개별 수출허가로 변경될 우려가 있다. 

 

한편, 일본은 수출 상대국 관리 분류체계를 변경했다. 기존 백색국가와 비 백색국가의 두 등급을 A·B·C·D 네 등급으로 분류해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의 백색국가는 A그룹으로, 나머지 비 백색국가들은 B·C·D그룹으로 재분류한 것이다. 한국은 B그룹에 포함될 예정이다. B그룹은 수출관리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국으로 일정조건을 충족하는 나라가 해당된다.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16개국이 포함된다. 주목할 점은 <표1>에서와 나타난 것과 같이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불리한 C그룹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비록 B그룹에 속해있더라도 허가절차를 지연시키거나 극단적으로 금수조치를 한다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1차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대일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업체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산업의 자체 조달률은 50% 미만이고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소요되는 ‘첨단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전량 일본으로부터 공급되는 등 단기간 국산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조달을 한다 해도 긴급 물류비용, 공정변경 비용 등 비용상승이 불가피하고 수율도 하락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공급선 다변화가 지연되는 경우엔 생산 차질로 인한 점유율 하락, 기술우위 및 시장지배력 약화도 우려된다.

2차 규제를 통해 기계류 수입조치가 시행되는 경우 일본산 비중이 높은 수치제어 공작기계 등의 유지보수 차질로 생산라인 중단도 우려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수입선 다변화를 하더라도 생산라인 교체, 테스트 시간·비용 발생 등으로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탄소섬유,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로 규제가 확대될 경우 피해가 크게 증가될 우려가 있다. 탄소섬유의 경우 프랑스와 미국 소재 도레이 자회사에서 섬유 소재를 대체 수입할 수 있지만 물류비 증가가 불가피하고 스마트폰 부품 물량은 겨우 3~4개월 치를 재고로 가지고 있어 이후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기업이 경영 역량을 일본 문제 해결에 집중 투입해야 하므로 외국의 경쟁기업대비 미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미 국내 경제 전반에 일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원화가치는 5% 정도나 하락했다. 지난 6월 30일 1,154원이던 원·달러환율은 8월 7일에는 1,214원으로 상승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한·일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면 소폭 상승에 그치겠지만, 관계악화로 규제가 강화되는 경우, 2020년 1,300원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1,800원대로 급등할 우려가 있다. 경기 급락에 따른 신인도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시 1%의 환율상승으로 4.7∼10.8억 불의 외환이 유출된 경험을 고려해볼 때, 최대 387억 달러까지도 유출될 수 있다. 

주가하락도 문제다. 우리 주가는 7월 중 5.0% 하락한 데 이어, 8월 초에는 5.3% 추가 급락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리의 경제성장과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제 하방요인으로 새롭게 부각된다며 성장률이 4개월 전보다 0.2%p 하락한 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0%, ING는 1.4%를 전망하는 등 해외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KB증권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대응 동향

1차 수출규제 대상이 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하면서 재고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감산계획도 발표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일본산 소재 부품 비축품 90일 분량을 확보하라고 요청했다. 또 포토레지스트 6~10개월 분량을 벨기에 업체 등을 통해 확보하는 한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폴리이미드 필름 공급과 관련해 국내 기업과 협력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재고 수입선 다변화, 공정 투입량 최소화 조정 등을 추진하면서 불확실성 대응차원에서 메모리(DRAM) 감산계획도 발표했다. 

자동차 등 수출규제가 현실화되지 않은 산업은 신중한 입장이다. 반도체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부가가치 사슬 중 핵심적 위치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도 피해를 볼 수도 있어 일본이 적극적 규제를 자제할 수도 있다. 다른 산업의 경우엔 이런 우려가 적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2∼3개월분의 재고를 갖고 있는 소재부품 관련 중소기업들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대체품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구개발에 최소 1년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조속한 양국의 외교적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다양한 제조업체들은 수출규제가 제조업 핵심장비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작기계의 핵심소프트웨어, 수치제어장치의 90%는 일본산으로,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아 대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작기계 업체 대부분이 일본 ‘화낙(fanuc)’ 수치제어기계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산기계를 개발한다 해도 신뢰성 문제로 고급분야 적용이 어렵다. 또 독일산으로 대체 가능하나 공정에의 적용, 관련 인력 교육 등을 감안하면 6개월~1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정부의 대책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 100대 품목 조기 공급 안정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100대 품목 중 20대 품목에 대해서는 1년 이내 공급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다. 수입국 다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환경·입지 등의 애로를 신속히 해소하며, 2,732억 원의 추경자금 투입을 통해 조속히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80대 품목에 대해서는 5년 내 공급안정화를 목표로 핵심품목에 대한 대규모 R&D 투자 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예산을 증액하며 수요기업 중심으로 혁신적 R&D 방식을 도입한다. 2.5조 원 이상 인수자금 지원 등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을 적극 지원하고, 현금지원 비율을 현행 30%에서 40%로 확대하는 등 해외기술 도입과 투자유치도 강화한다. 소득세 공제 신설 등으로 해외전문인력 등 인적자본도 확충하고 대출 만기연장, 29조 원 자금공급 신속집행, 최대 6조 원 규모 특별운전자금 공급 등을 통해 환경·노동·자금 등의 애로도 신속히 해소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먼저, 수요 공급기업 간 혹은 수요기업 간 수직적 협력모델이나 수평적 협력모델 유형을 제시하고 참여기업에 대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입지, 세제, 규제특례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한편, 기업 맞춤형 실증·양산 테스트베드도 대폭 확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대 소재 연구기관을 소재·부품·장비 특화 테스트베드로 구축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신뢰성 보증제도를 도입하며, 자율차, 전기차, 화학 등 민간 테스트 베드도 개방해 확대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자금지원 등 민간투자에 대한 밀착 지원을 강화하고 대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한다. 공공기관 매칭, 퇴직인력 환류, 거점대학 혁신 Lab설치 등을 통해 전문인력 공급도 확대한다. 한편, 글로벌 수준의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전문기업 100개, 강소기업 100개, 스타트업 100개 등을 발굴해 집중 지원한다.

강력한 추진체제를 구축해 실천력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범정부 긴급대응체제를 가동해 애로해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설립하며, 규제특례 근거 신설, 상시법 전환 등 소재·부품특별법도 전면 개편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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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 대한 제언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전반적으로 그동안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우리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문제 해결이 초단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수출규제로 기업이 파산한다면 그 이후 연구개발은 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초단기 문제 해결에 정부의 역량을 집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강제 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문제를 외교적으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한편, 충분한 재고확충과 수입선 다변화를 보다 강력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재고확충을 위한 여신한도 확대 등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제시한 100대 품목 리스트를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는 우리 대기업에 제공해 업종 관계없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신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와 국회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당분간 자제할 필요가 있다. 52시간 근로제, 화학물질의 등록·평가에 관한 법률 등 기존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공해 차 보급 목표제 등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것도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 규제 신설도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도 정부와 국회는 블라인드 채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새로운 규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셋째, 소재부품장비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현금지원방식의 현행제도하에서는 과제선정, 사업자선정, 연구개발관리, 중간평가와 최종평가 등 행정절차와 관련된 막대한 서류를 최대한 줄이고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감사원의 연구개발에 대한 감사도 영수증 구비 여부, 자금을 적절히 사용했는지 등 규정 불일치 확인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제 연구개발 성과가 있었는지 혹은 연구개발상 애로는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등 연구개발 성과를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감사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연구개발 품목과 과제에 대해서는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연구개발 성공 여부는 기업의 생존문제인 점을 감안,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제지원방식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는 선진 외국과 같이 높일 필요가 있다. R&D 투자 세액공제는 우리의 경우 0∼2%이지만, 일본은 6~14%, 영국은 11%, 프랑스는 30%이다. 연구개발 시점에 자금 동원이 여의치 않은 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투자 세액공제 관련 금융지원제도를 신설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세액공제제도 활용 극대화를 위해 ‘금융기관대출→연구개발→연구비용 세액공제→대출금 상환’의 선순환구조 마련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 세액공제를 받는 연구개발 시, 중소기업들은 연구원과 실험, 연구장비 부족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출연연 연구자 DB나 연구장비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산업기술개발장비 활용 플랫폼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 e-tube에 대한 활용도를 제고할 필요도 있다. 우리 부품업체들은 해외업체에 비해 R&D 비중이 낮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는 2.4%, 만도는 5.6%인데 반해 보쉬는 7.6%, 컨티넨탈은 10.3%에 이른다. 세액공제가 확대되는 경우 부품소재기업들의 R&D 투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100대 공급 조기 안정화 품목과 관련 품목 선정은 기업에 맡기는 것이 맡다. 업종별 구체적 상황은 기업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치제어 공작기계, 로봇, 차량용 반도체 등 최근 부품, 장비에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게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포함, 소프트웨어 분야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초단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은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중장기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모든 품목의 기술자립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양국 간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서 한·일간 분업하는 것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외교노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다. 정부의 지혜로운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