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의 창업칼럼] 기술창업,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서창수의 창업칼럼] 기술창업,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
  •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 부총장
  • 승인 2019.09.27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창업 아이템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술과 기술의 새로움이다. 기존의 것과 뭔가 달라야 한다. 많이 다를수록 차별화되고 우수한 아이템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창업은 기존 것과 얼마나 다른지가 중요하고 성공의 척도가 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기술창업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새로운 기술이 중요하지만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이 말에는 함정이 있다. 기존에 없던 기술이거나 기존의 것과 차이가 많으면 그만큼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고 구매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기존의 기술이나 방식과 차이가 클수록 소비자들은 참신하다고 여기면서도 직접 구매는 하지 않고 남들이 구매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연기한다. 그만큼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고 운영자금도 많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기술,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AR, VR, 클라우드, 불록체인 등과 같은 분야를 직접 활용하거나 응용하는 창업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반인들은 대강의 개념은 이해하지만 그러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선뜻 나서서 지출을 감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창업에서 새로운 기술, 최초의 기술, 유일한 기술이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아이템의 독창성이나 차별성 측면에서는 좋은 요인이지만 고객접근이나 매출발생 가능성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존 것과의 차이가 클수록 우수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요인도 클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더구나 기술창업자에 대한 위험요인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우수해야 하고 창업자가 기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창업자의 전공이나 종사하는 분야를 강조한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한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자이거나 기능자일수록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기술의 우수성이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에 대한 집착이 강할수록 시장이나 고객의 관심보다는 공급자인 창업자 기준으로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결국에는 기술은 우수한데 소비자 편의성은 낮거나 기술과 기능은 좋은데 사용이 복잡하거나 가격이 비싼 결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창업성공은 기술이 중요하지만 기술 자체 보다는 기술에 대한 고객의 의견,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중요하다. 한 분야의 기술이나 기능 전공자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자기 분야에 대한 강한 확신과 집착이다. 분명히 좋은 점이다. 그러나 창업은 자기 확신도 중요하지만 많은 고객이 공감하고 제품을 구매하는지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내가 중심이 아니라 고객이 중심이다. 내 생각이 아니라 고객의 관심 위주로 아이템이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최근 창업에서 강조되는 것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고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다.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모든 것이 시작돼야 하고 현장에서의 고객 체험을 통해 제품이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기술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가장 뜨겁게 거론되고 있는 이슈들이다. 기술 창업자들의 한계가 그만큼 많이 드러난 곳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성이다. 기술 창업자의 장점이 많지만, 기술 창업자일수록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 가지 전문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업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종사했거나 경험했던 또는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창업을 시작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분야여야만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창업자가 그 분야를 남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고객의 진심을 파악하고 욕구를 해소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분야는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고객의 생각이나 시장의 흐름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해 고객의 욕구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활동을 게을리하거나 심지어는 고객의 의견을 무시하게 된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와 같이 산업이나 분야별 기술이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하는 시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고 전자와 기계가 융합하며 공학과 인문학이 융합하는 시대다. 한 분야만 알아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기 분야 밖의 분야를 알고 그것과 융합돼야만 새로운 창의가 일어나는 시대다. 한 분야의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각 분야 최고의 전문성으로 시작한 대부분 업종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과장경쟁이다. 산업의 발달과 기술의 진전으로 이미 대부분 공급과잉됐고, 우리는 잉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업종에서는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최근의 창업은 기존의 한 가지 이상의 분야를 융합하거나 변형해 제3의 아이템을 창조한다. 기존의 전통산업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거나 온라인을 연결해 아이템 자체를 변형하고, 유통방법을 변형해 새롭게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업자는 한 분야를 장악하되 다른 분야와 융합하려는 열려있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여러 분야를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는 거시적 시각과 비전을 가진 창업가가 성공하는 시대다. 전공을 넘어서고 경계를 무시하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작게 시작하라

창업 초기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가장 흔한 방법은 여러 아이템을 복수로 시작하는 것이다. 한 가지 아이템으로 되지 않을 경우 바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대안론이다. 창업 초기에는 누구도 어떤 아이템이 유망한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이것저것 해 보면서 되는 것부터 하자는 낚시꾼 방식이다. 

일리있는 접근이다. 그러나 문제는 창업 초기에는 인력이나 자금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것저것 손을 대면 그만큼 집중이 안 되고 분산돼 하나도 제대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몇 개 아이템을 시늉만 내고 제대로 된 아이템을 하나도 완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준비된 자금이 바닥나고 창업팀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새로 진입하는 창업시장을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시작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 시작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한 가지가 성공하면 그다음 그 경험과 자신감으로 다른 아이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 여러 아이템을 동시에 시작하면 모두가 안 될 수 있다. 초기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동원한 예측과 각오로 한 가지를 선정하고 올인해야 한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게 창업이다. 작게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하라.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규모가 큰 것에 대한 맹신이 존재한다. 창업도 크게 시작해 남보다 크게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시작할 때 여러 개 아이템을 동시에 시작하고 그래서 단기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고,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이런 사업계획서가 제대로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런 거창한 사업계획서는 대부분 사업의 본질보다는 주변 갖추기에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큰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사무실도 임차하지 않고 매입하거나, 큰 차를 구입하거나 원료나 비품도 한꺼번에 많이 구매해서 비축해 자금 낭비를 초래한다. 급하지 않은 일에 과다 지출한다. 제한된 자금으로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모양 갖추기에 치중한다. 

창업규모에 대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무조건 크게’가 아니라 자신의 자금조달 규모에 맞는 시작이 중요하다. 거창한 사업계획서와 비전은 좋은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자금 조달계획은 허상이다. 흔히 사업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남의 돈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준에 맞지 않은 무리한 규모에 대한 집착이 만든 허상이다. 이는 창업에 대한 대표적 허상으로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일단 작게 시작하고 작은 가능성을 가지고 추후에 크게 확장하라. 창업으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창업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와 욕심 때문이다. 창업은 신용불량자를 만들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 

자신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작게 시작하고 일단 작은 성공으로 초기 준비를 한 후 그다음 단계의 사업을 연결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면 금융 부도와 신용불량자 문제는 생기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창업이 다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감당 가능한 수준과 규모를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하고 예측해 준비하면 우리가 흔히 창업의 두려움으로 이야기하는 비극들을 상당수 막을 수 있다. 감당 가능한 작은 창업으로 시작해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 

 

자금 회전이 빠른 아이템이 유리하다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자금 회수기간이다. 즉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나 빨리 매출이 발생하고 발생된 매출이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회수되느냐가 중요하다. 그 기간이 빠를수록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 아이템이 매력적으로 보일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요인이 자금 회수 기간이다. 아이템은 매력적이고 수요도 있는데 자금이 돌지 않아서 생기는 이른바 초기 성공 창업이 도중에 무너지는 경우가 해당된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거나, 생산공정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거나 거대 자금이 필요한 경우, 유통경로나 구조가 복잡하거나 긴 경우, 결재 시스템이 복잡하거나 현금결제가 어려운 경우에는 그에 대한 각별한 대비책을 가지고 창업해야 한다. 아이템이 유망하고 시장 수요도 있는데 자금회수가 지연되고 현금 흐름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창업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아이템이면 자금 회수기간이 짧은 것이 유리하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 자금 회수기간에 대한 검토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고 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